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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라 비 앙 로즈>

후회는 답이 아니다

연말연시가 되면, 다양한 생각들로 싱숭생숭해지게 마련이다. 지난 날들을 곱씹어보며 반성하고 성찰하고, 새해에 대한 다짐을 하게 되는 때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새해를 앞둔 지금. 우리는 어떠한 자세를 갖추는 것이 좋을까. <라 비 앙 로즈>를 통해 살펴보자.



출처: DAUM 영화


영화는, 프랑스 명가수 에디트 피아프의 삶을 그려낸다. 어린 피아프의 모습에서부터, 그녀가 죽음에 이르기까지를 총망라하는데, 교차 편집으로 최근(현재)과 과거를 오가며 전개된다.


어린 시절 어머니로부터 버림받은 피아프는 서커스단을 나온 아버지와 거리를 헤매며 노래로 푼돈을 벌며 술과 약물에 취해 살아간다. 행운을 잡았다가도 이내 놓쳐버리는 등 희비가 교차되는 그녀의 삶은 파란만장하다.


고난과 고통이 끊임없이 찾아오지만, 그럼에도 그녀를 기쁘게 하는 것이 있었다. 바로 노래다. 노래를 부르는 동안에는 그 어떤 고통도 잊은 듯한 그녀의 모습에서 삶에 대한 열정을 확인할 수 있다. 누더기 차림의 방치된, 이리저리 떠도는 신세가 되어버린 소녀 시절의 모습과 가수로서 화려한 조명을 받고 무대 위에 선 성공한 모습의 그녀는 한 사람의 인생이라 믿기 힘들 정도로 간극이 크다. 더하여, 사랑에 빠진 아름다운 모습과 죽음을 앞둔 현재의 외로운 모습 또한 대조를 이룬다.



출처: DAUM 영화


소녀 시절의 피아프에게는 누구 하나 진심으로 관심을 기울여주는 이가 없었다. 위안 없이 자라난 그녀는, 고통과 슬픔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을 기르지 못한 채 어른이 되고 만다. 그런 그녀의 사랑은 역시나 쉽지 않다. 사랑하는 이를 지키지 못했으며, 딸 아이도 지켜내지 못했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노래가 있었다. '노래하지 않는 삶이란 죽은 것이나 다름 없었다'고 밝힌 인터뷰 내용처럼, 무관심에서 관심과 시선을 이끌어내는 그녀의 모습은 가히 희망적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절망으로 가득했다. 무대의 조명이 꺼지는 순간, 그녀의 생활 역시 암흑과 다름 아니었다. 무대의 커튼이 닫힌 이후에는 공허함을 견디지 못하고 술과 약물에 의존했기 때문이다.


안타깝지만, 이 간극으로 점철된 것이 '현실'이다.

사랑받고 싶은 욕망으로 가득차 있지만, 우리는 타인의 관심과 사랑을 내 마음대로 통제할 수 없다. 성공 역시 마찬가지다. 칭찬받고 인정받고 싶지만, 그에 대한 기대에 못 미치는 경우가 많다. 인기와 명예를 얻기 위해 끊임없이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고초를 겪지만, 그 과정과 결과에서 우리는 자칫 무력감과 절망에 휩싸이고 만다. 더욱이, 성과는 내 예상과는 다른 방향으로 흐르거나 노력에 못 미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영역은 절대 나 혼자 힘으로 만들어나가거나 통제할 수 없다.


우리는 이 점을 명심해야 한다.

과거에 대한 죄책감이나 성과에 대해 너무 연연해하지 말자는 것이다. 죄책감에서 벗어나 현재를 충실히 살아가고 미래를 향해 가자는 것. <라 비 앙 로즈>를 통해 깨달을 수 있는 부분이다. 삶의 오랜 방황 속에서 시행착오와 그에 대한 죄책감은 반드시 오게 마련이다. 피아프가 사랑했던 남자와 그녀의 아이는 큰 죄책감의 영역이다. 거리의 술집을 오가며 방탕하게 살았던 시절에 낳은 아이. 피아프는 자신의 과거처럼, 아이 역시 방치했다. 이 부분은 큰 죄책감으로 남는다. 인상적인 건, 사랑했던 남자의 이름이 딸의 이름과 같은 마르셀인 점이다.


피아프의 죄책감과 슬픔은,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했고, 그와 같은 방식으로 딸을 버렸으며 사랑하는 이도 지켜내지 못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그녀만의 잘못은 아니다. 선택은 그녀가 했으나, 주변 상황과 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동기는 그녀가 통제할 수 없었던 영역이다.


열심히 산다고 해서, 위대한 결과가 뒤따르는 것만은 아니다.

때로는 '파이팅', '하면 된다', '노력하면 이루어진다'는 형식적인 말보다는, '어쩔 수 없었잖아', '그래도 괜찮은 선택을 했네' 등의 말이 더 위로가 될 수 있다. 마냥 꿈만 같은 허황된 말보다는 현실과 어우러진 말이 듣는 이에게 득이 될 경우가 많다. 죄책감, 후회, 실패 등을 피할 것이 아니라, 그것은 삶에 동반될 수밖에 없는 요소임을 인정하고 지금에 최선을 다해보는 건 어떨까.



출처: DAUM 영화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던 에디트. 하지만 그녀는 말년에 <아니, 난 후회하지 않아>라는 곡을 노래한다. 수많은 고통과 슬픔이 있었지만 그녀는 과거에 낙담하지 않았다. 비로소 과거와 화해하고 성숙한 어른이 된 것이다.


피아프의 삶을 통해 삶에 대한 태도를 재점검해보자. 과거에 연연해하고, 그 때문에 우울하고 기 죽지 말자. 죄책감과 후회, 실패는 누구나 경험할 수밖에 없음을 인정하고, 앞으로 더 잘 할 수 있는 기틀 마련을 위해 현재에 충실해보자. 그것만이 조금이나마 덜 후회하는 삶을 위한 태도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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