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독립 영화 <아기와 나>

2016년작 <아기와 나>.
제대가 얼마 남지 않은 말년 병장 도일은 여자친구 순영 사이에는 아기가 한 명 있고, 결혼을 앞두고 있다. 이것저것 결혼 준비를 해나가야 할 때쯤, 돌연 순영이 사라진다. 아기와 도일. 둘만 남겨둔 채 말이다. 도일은 순영을 찾아나서야 한다. 그런데 아기가 걸림돌이 된다.





내가 아기를 '걸림돌'이라 부르는 이유는, 아기의 친부가 도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기가 아파 병원에 데려갔다, 도일과 순영 사이에서 나올 수 없는 혈액형을 아기가 지녔다는 것을 도일이 알게된 것이다. 모든 것이 망가져버린 도일의 상황. 영화는 도일이 순영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아낸다.





어린 아기를 데리고 다닐 수 없어, 이곳저곳에 아기를 맡기는 도일. 결국, 아기를 버릴 생각까지 하고 만다. 재능도, 돈도 없는 도일의 앞날은 까마득한 어둠 뿐이다. 사회로 향한 첫 걸음, 자신의 가정을 이루기 위한 과정들은 실로 험난하다. 도일의 상황이 극단적으로 암울하긴 하지만, 이 정도까진 아니어도 희망이 보이지 않는 미래를 두려워하는 청춘들이 많을 것이다.

<아기와 나>는 극단적인 상황에 놓인 한 청년의 에피소드를 통해, 청춘의 불안을 이야기한다. 이도저도 내세울 것 없는 청춘들은 미치고 팔짝 뛸 수밖에 없다. 도일처럼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어진 현실 안에서 살아가야만 하는 청춘들. 과연 그들의 앞날은 괜찮을까?

도일의 엄마는 유언과 같은 마지막 말을 통해 도일에게 '괜찮다'는 위로를 건네준다. 팔자 좋은 자신의 친구의 사례를 들어가며, 살아있는 그 자체만으로도 괜찮다고 말하는 도일 엄마의 말은 어느정도 도일에게 영향을 미친 듯 보인다. 그렇다고 그것이 해결책이 된다거나 직접적인 긍정 효과를 주는 것은 아니다. 어찌됐건 삶의 무게와 압박에 시달리는 도일과 순영의 미래는 그다지 희망적이지는 않다.

영화는 두 남녀의 미래를 보여주지 않는다. 다행히도 재회는 했고, 거기에서 끝이 난다. 영화를 보는 내내 연이은 한숨만 내뱉었던 기억이 있다. 도일보다 더 아프고 슬픈 현실에 처한 이들도 많을 것이다. 과연 이 영화는 그런 청춘들에게 힘이 되어줄 수 있을까? 내가 내린 답은 '글쎄…'다. 그저 아플 뿐이었다.





이 영화를 보며 떠올랐던 영화가 있다. 다르덴 형제 감독의 영화 <더 차일드, The Child>이다. 사실 <더 차일드>가 <아기와 나>보다는 더 희망적인 색채와 메시지를 안고 있다. <아기와 나>는 보다 어둡다.

<아기와 나>의 남녀에게 거는 희망은 마인드가 바뀌었으면 좋겠다는 점. 주어진 현실을 거부할 것이 아니라, 받아들이고 위기들은 해쳐나가기를 바라는 바다. 필자를 포함해 어느 누구도 미래를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 하지만 어떠한 때일지라도, 중요한 건 마음가짐이다. 나는 이 영화를 보며, 마음가짐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인지할 수 있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영화 <체지방계 타니타의 사원식당>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