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된다는 것
다르덴 형제가 끊임없이 만들어내는 작가정신이 깃든 작품들은 지루할 법 한데 결코 지루하지 않다. 마치 인물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내는 듯한 그들의 작품은 한 가정의 이야기를 쫓는다. 가정 내 인물들의 행동을 따라다니며 심리변화와 성장과정을 담아낸다. 그 인물들은 극도로 가난하여 범죄를 저지를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되며 그로 인해 도덕심이 결여된 인물로 그려질 수밖에 없다. 철 들지 않은 이들이 철 들어가는 과정을 묵묵히 따라가는 다르덴 형제의 영화들은 우리가 스스로 '내 삶을 돌이켜보고 내 앞으로의 삶에 대한 설계'를 하게끔 만들어준다. 비단, 설계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나의 삶의 돌이켜보게는 만들어 준다는 데에서 '남다른 맛'을 지니고 있다. 타산지석의 맛이라고나 할까?
영화<더 차일드 L'Enfant, The Child, 2005>는 브뤼노와 소냐, 두 어른 남녀가 아이를 갖게 되면서부터 시작된다. 아이는 이미 세상 밖으로 나왔고, 그들은 어떻게든 아이를 키워나가야만 한다. 타 영화들에서 그려진 만큼의 엄청난 모성애는 모를 때임이 당연하지만, 그래도 소냐는 엄마의 구색을 갖춘 듯 보인다. 하지만 브뤼노는 다르다. 자신이 배 아파 낳은 게 아니라 그런지 몰라도, 그에게서는 아이에 대한 사랑, 부성애를 좀처럼 확인할 수 없다. 그저 매일같이 해오던 절도에 집중하며, 심지어 앞날이 걱정되는 나머지 아이를 '팔아넘기기'까지 한다. 그에게 필요한 건 제 몸 가누기 위한, 당장 먹고 살아야 할 단순한 걱정거리들. 아이는 '짐'일 뿐이라는 정말, 한없이 철없는 생각.
그래도 브뤼노가 소냐를 사랑하는 게 다행이다. 아직 브뤼노는 이성은 사랑하되 아이는 사랑할 줄 모르는 단계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변화(하려는 기미가 보이는 정도)가 '느껴'진다. 결코 확연히 보여지지는 않아도. 이렇듯 <더 차일드>는 아이들이 아이를 낳게 되면서 움트는 '부모'의 모습을 담아냈다. 부모가 된다는 것. 철이 들어간다는 건 이렇게 부모가 되면서부터 움트는 것이 아닐까. 아이들이 부모가 되면서 어떻게 생계를 이어나갈 것인가, 그들의 삶이 행복할 수 있을까, 등에 대한 답은 얻을 수 없다. 그저 그들의 온 몸으로 화해했음을, 그리고 사랑하고 있음을 보여줄 뿐이다. 어찌됐든, 다르덴 형제가 보여주는 사실주의들은 우리에게 반성의 여지를, 삶에 대한 의지를 전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