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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바야흐로 반려묘 시대다. 애완동물하면 개를 흔하게 떠올리던 때가 아니다. 이제는 많은 이들이 고양이를 좋아하고 기르고, 또한 그들의 정신을 본받기까지 한다. 그래서인지, 고양이를 대상으로 한 책과 영화, 예술 작품들도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역시, 애묘인들이라면 주목했을 만한 작품이다.


소싯적부터 고양이를 좋아했고, 길렀던 적도 있었던 나. 성인이 되기 전까지는 고양이와 제법 가까운 사이였다. 사실, 나는 개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어, 줄곧 고양이를 편애해왔던 사람이다. 물론 개가 사랑스럽고 예쁘긴 하지만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대상이지만, 고양이는 보일 때마다 내가 먼저 접근하는 수준이랄까.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는 한국과 일본, 대만의 길고양이들을 밀착 취재한 다큐멘터리영화다. 먼저 국내 길고양이들의 실태를 보여준 후, 일본과 대만의 길고양이들의 모습과 그들을 둘러싼 환경을 보여준다. 이 작품을 통해, 우리나라의 길고양이들과 일본, 대만의 길고양이들의 삶을 확연히 비교할 수 있었다.


사실, 동아시아권에서 고양이는 흉물의 대상으로 인식되어왔다. 이는, 비단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인식이 아니었다. 지금에야 고양이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었지만, 과거에는 고양이에 대한 나쁜 편견 때문에 그들을 천대, 심지어 경멸하기까지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 우리나라만 해도, 애묘인들이 많아졌고 그것이 트렌드로까지 자리잡았다. 우리나라보다 좀 더 앞서 애묘 트렌드가 자리잡힌 일본과 대만에서는 사람들의 고양이에 대한 인식 뿐 아니라, 고양이의 사람에 대한 태도 역시 우리나라보다는 더 친근하고 편안해보였다.


일본과 대만의 길고양이들은 우리나라와는 달리, 보다 여유로운 태도를 보인다. 낯선 사람들이 접근하면 피하기 일쑤인 우라나라의 길고양이들과는 달리, 일본과 대만의 길고양이들은 사람들과 평화롭게 '공존'하는 태도를 보인다. 길고양이들이 이렇게 경계 태세를 갖추게 된 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바로 그들에 대한 우리들의 태도 때문이 아니었을까.


<나는 고양이로소이다>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길고양이들을 사랑하고 거둬들이고자는 것이 아니다. 최소한, 최소한 그들이 사람들을 경계하고 두려워하는 태도가 생기지 않게만 해달라는 것이다. 그들 역시 소중한 생명이다. 소중한 생명을, 길 위에 있다는 이유로 고통을 줄 이유는 없다.


영화가 찾아간 일본의 후쿠오카 고양이 섬 '아이노시마'에는 주민보다 고양이가 더 많이 살아가고 있다. 고양이들은 사람과 카메라를 피하지 않고 친숙하게 대했다. 한편, 여유로운 도시 애노시마의 고양이 섬 역시 여유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그 외, 도쿄 야나카 긴자의 '유야케단단(노을 계단)'의 고양이들 역시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중에도 거리낌없이 활보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렇듯 일본의 고양이들은 사람들을 경계하지  않는다. 더하여, 일본 사람들은 길고양이들과 사람들 간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노력한다. 일본 길고양이 보호단체 '네코다스케'는 '길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을 비난하지 않고 이들에게 네코다스케 활동을 알리고 참여시키는 것이 요점'이라며 자신들의 활동을 소개했다. 이런 노력들이 있었기에, 길고양이들의 태도가 우리나라의 그들과는 다른 게 아닐까.


대만 다이페이의 캣맘 역시, 매일 길고양이들에게 일정량의 식사를 제공하며 그들과의 긴밀한 관계를 확인시켜줬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처음 길고양이들에게 식사를 제공했을 때와는 달리, 지금은 길고양이들에 대한 주민들의 인식이 우호적으로 변했다는 것. 이렇게 노력에 의해 변화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영화의 말미에는 다시 우리나라의 길고양이들의 모습이 등장한다. 감독은, 무관심과 소외로 인해 고통받는 고양이들의 모습을 보여주며, 앞으로 이런 일들이 발생하지 않기를 희망한다. 또한, 고양이를 기를 때 중성화수술을 시키지 않는 것과 유기 등의 만행이 고양이들을 더 아프게 만든다고 이야기한다.


영화가 말하는 '최소한의 묘권 지키기'를 인식하고 실천해나갈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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