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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다시 태어나도 우리>

가슴 묵직한 감동을 느끼고 싶다면!

영화를 보기 전, 원작을 먼저 접했었다. 제목부터 좋았던 <다시 태어나도 우리>는, 티베트 동자승 파드마 앙뚜와 그의 스승 우르갼 릭젠의 9년 간을 보여주는 다큐멘터리영화다.


앙뚜는 단순한 동자승이 아닌 '린포체'다. 린포체란, 불가의 고승, 살아있는 부처를 가리킨다. 쉽게 말해 환승한 부처라 생각하면 된다. 앙뚜가 린포체임을 몰랐을 때는, 우르갼이 앙뚜의 스승이었다. 하지만 앙뚜의 존재를 알게 된 후, 이들의 관계는 뒤바뀌게 된다. 뒤바꼈다기보다는 우르갼이 앙뚜를 모셔야하는 입장이 된 것이다. 그럼에도, 앙뚜와 우르갼은 서로를 존중하고 끊임없이 함께한다. 스승과 제자, 린포체와 노승의 관계를 너머 우정, 가족애를 넘나드는 관계인 것이다.


린포체는 엄격한 교육을 통해 영적 지도자로 성장해야 하는 동시에, 자신을 기억하고 있는 제자들이 있는 전생의 사원에서 지내야만 한다. 하지만 앙뚜는 교육은커녕, 사원에서 그를 찾지도 않는 상황에 놓여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은 앙뚜에 대해 '가짜 린포체'라며 비아냥대는가하면, 학교 친구들도 작은 체구에 운동 신경까지 약한 앙뚜를 얕게 보기 일쑤다. 그런 탓에 마음에 생채기를 입은 앙뚜는, 우르갼에게 고충을 털어놓기도 한다.



사실, 나이만 놓고보면 앙뚜는 어린이일 뿐이다. 하지만 린포체라는 이유만으로 자신의 무게를 지켜내야만 하는 존재다. 아무런 생각 없이 뛰놀기에도 부족한 시기에, 감내해야 할 것들이 다분한 앙뚜다. 그런 그를 달래고 보살피는 우르갼의 헌신은, 따스하고 묵직한 감동을 선사한다.



자신의 사원을 찾지 못해 힘들어하는 앙뚜를 위해 우르갼은 직접 티베트의 사원을 찾기로 결심한다. 비용 마련을 위해, 우르갼은 본업인 의사 역할을 하는 등 수고를 아끼지 않는다. 단지, 앙뚜가 훌륭한 린포체가 되는 것만을 바라보며 헌신을 아끼지 않는 우르갼의 높은 인격은 현자와 다름아닌 인상을 느끼게 만든다.



<다시 태어나도 우리>는, 어린 린포체의 성장기인 동시에 헌신을 아끼지 않은 스승의 모습을 함께 담은 휴머니즘 가득한 영화다. 아쉽게도 영화는 책의 상당 부분을 압축해 보여주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텍스트를 생생한 장면들로 만나볼 수 있었기에 좋았다. 이들 둘은, 서로만으로도 큰 의지가 될 수 있는 돈독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95분이라는 짧은 영상만으로도 고스란히 느껴졌다. 영화를 인상깊이 감상했던 관객이라면, 책을 읽어보는 것도 적극 추천한다.


종교를 소재로 다루고 있는 영화이지만, 종교영화라는 편견은 접어뒀으면 하는 바람이다. 종교의 색채보다는 멘토링과 성장에 집중하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헌신과 사랑, 존경과 우정으로 엮인 두 사람의 관계를 통해 묵직한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설경과 여백으로 가득한 배경의 영화이지만, 분명 '따듯하다'는 여운이 남을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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