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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엔 이 영화로 힐링 어때,
<기쿠지로의 여름>

아름다운(?) 동행

이맘때면 생각나는 영화들이 있다. 나같은 경우, 한여름이면 오싹한 공포 영화나 마음을 녹여줄 잔잔한 힐링 영화가 그리워진다. 오랜만에 기타노 다케시의 <키쿠지로의 여름>을 봤다. 소소한 유머를 포함한 특유의 분위기를 지닌 이 영화는 제52회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출품되기도 했다.



모두가 기다리던 여름방학이지만, 마사오는 홀로 오랜 시간을 보내야만 하기에 전혀 즐겁지 않다. 아버지를 잃고 어머니 역시 집을 나간 후 소식을 알 수 없어 할머니와 단 둘이 살아가는 마사오. 어느 날 엄마의 주소지를 발견한 마사오는 집을 나와 엄마를 찾아 나선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알 수 없지만, 친절한 이웃집 아줌마는 전직 야쿠자 남편 기쿠지로를 마사오와 동행시킨다. 그때부터 기쿠지로와 마사오의 좌충우돌 엄마 찾기 여행이 시작된다. 마사오보다 철이 덜 든 기쿠지로 때문에 영화에는 불안의 기운이 맴돈다. 엄마를 찾기는커녕 닥치는 모든 상황을 즐기기에만 여념 없는 기쿠지로의 모습들은 혀를 내두르게 만든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기쿠지로의 생각과 행동도 변해간다. 마사오에게 동정과 애정을 느끼게 된 기쿠지로는 본격적으로 마사오의 엄마 찾기 프로젝트에 발벗고 나선다. 무일푼인 이들은 차를 얻어 타고 끼니를 때우고 잘 곳을 어떻게든 마련해가며 분투한다. 이 과정은 지켜보는 쏠쏠한 재미가 있다.



마사오의 순수함과 기쿠지로의 계략(?)이 일궈낸 일상의 기적들. 더군다나 쉽게 만날 수 없는 사람들과의 발칙한 에피소드들은 마사오에겐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자 성장의 동력이 되어줄 것이다.


기쿠지로와 마사오의 우정 이상의 감정은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를 내비치기도 한다. 안타깝게도 이 둘은 한여름 가장 뜨거웠던 경험을 뒤로 한 채 이별한다. 마사오가 부모와 이별할 수 없었던 것처럼, 그는 또 짧은 만남을 뒤로 한 채 기쿠지로를 떠나보냈다.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도 있는 법. 어린 나이에 너무 많은 경험을 한 마사오에 연민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만큼 이 친구는 또래보다 성숙한 내면을 지니고 있으리라.


나이를 초월한 우정과 동행을 담은 <기쿠지로의 여름>은 자극적이지 않지만 특유의 위트와 감동 요소들로 채워진 힐링 영화다. 뿐만 아니라 히사이시 조의 'Summer'를 듣노라면 청각의 만족까지 안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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