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에서부터 '트렌디'한 느낌이 물씬 풍겼다. 소설 <편의점 택배>는, 먹고 살기 팍팍해, 많은 것들을 포기해야만 하는 청춘들의 삶을 반영한다.
우선, 소설은 괴이함 물씬 풍기는 주인공 소개를 통해 독자들을 긴장시킨다. 후루쿠라 게이코는 평범한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어딘가 '다른' 면모를 내비친다.
'예를 들면 유치원 시절, 한번은 공원에 새가 죽어 있었다. 어디선가 기르던 새였을 것이다. 색이 파랗고 아름다운 작은 새였다. 맥없이 목을 떨군 채 눈을 감고 있는 새를 둘러싸고 다른 아이들은 울고 있었다. "어떡하면 좋아?" 한 여자애가 말하는 것과 동시에 나는 재빨리 새를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벤치에서 잡담을 하고 있는 어머니에게 가져갔다. "무슨 일이니, 게이코? 어머나, 작은 새가......! 어디서 날아왔을까...... 불쌍해라, 무덤을 만들어줄까?"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상냥하게 말하는 어머니에게 나는 "이거 먹자" 하고 말했다.'
더 두드러지는 특징은, 이 상황에 대해 많은 이들이 이해 못할 표정을 짓고 있는 것에 대해 '왜 그러는지' 알아차리지 못한다는 점이다. 위 글을 읽고 나를 포함한 많은 독자들은 게이코를 '이상한' 인물로 여겼을 것이다. 나는, 이 인물이 '큰 사고'를 칠 것이라 예상했다. 어딘가 '다른' 사람은 '사고'로 이어질 것이라는, 일종의 편견 같은 것을 가졌다. 나의 이 편견이 '문제'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한 채 말이다. 나는, 은연 중에 '평범함'과 '비범함'을 구분 지으며 살아왔던 것 같다. 스스로 '나름 열려있는' 사람이라 여겨왔던, 일종의 자만 같은 게 있었던 것 같다. <편의점 인간>을 보며, 자각할 수 있었던 사실이다.
나의 '편견에도 "불구"하고', 게이코는 이렇다할 큰 사고를 치진 않는다. 그저, 우리가 '평범하다'라고 생각하는 궤도에서 살짝 벗어나 있을 뿐이다. 여기에서 일컫는 평범함이란, 게이코의 성별과 나이에 걸맞은 생활상을 의미한다(다시 한 번 언급하지만, 이 평범이라는 잣대를 정해놓은 건 확실한 잘못이다). 그러니까, 30대 후반의 여성이라면 결혼 후 자식을 양육하고 집안일을 하는 것. 이런 것들이 '우리' 집단이 갖는 평범(편견)이다. 하지만 게이코는 결혼은커녕 연애도 제대로 못해본 인물이다. 또한, 18년째 편의점에서 근무 중이다. 그 외 직장 생활을 해본 적 없는, 우리네 평범함에서 살짝 빗겨가 있는 인물이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잘못이 없다.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 한다. 출근 시각보다 일찍 나오는가하면, 온 신경을 편의점(일자리)에 두고 있기에 수면 관리도 철저히 한다. 그런 그녀는, 여느 인물들보다 근면, 성실하다.
한데, 많은 이들은 게이코를 색안경 낀 시선으로 보고 바꾸려고 든다. 다르게 살면 사회 생활이 힘겨워질 수 있으니, 게이코는 '집단의 생활 양식'에 자신을 '맞추려' 한다. 그렇게 해야만 비로소 '한패', '이쪽 인간'이 될 수 있다.
'다들 내가 비로소 진정한 한패가 되었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이쪽에 잘 왔어, 하고 모두 나를 환영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지금까지 나는 모두에게 저쪽 인간이었다는 것을 절감하면서, 침을 튀기며 이야기하는 것을 "아, 그렇구나!" 하고 스가와라 씨 말투로 맞장구를 치고 시원시원하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듣고 있었다.'
이것이 게이코가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방법'이다. 특정 집단에 속해 살아가는 우리는, 그 무리 속에서 동떨어지면 안 된다. 조금만 다르면, 구설수에 오르게 되므로 '피곤'해진다. 게이코의 말을 빌리자면 '이물질'이 되고 만다.
'아, 나는 이물질이 되었구나. 나는 멍하니 생각했다. 가게에서 쫓겨난 시리하 씨의 모습이 떠오른다. 다음은 내 차례일까? 정상 세계는 대단히 강제적이라서 이물질은 조용히 삭제된다. 정통을 따르지 않는 인간은 처리된다. 그런가? 그래서 고치지 않으면 안 된다. 고치지 않으면 정상인 사람들에게 삭제된다.'
위 글에서 확인할 수 있는 삭제된 인간 '시리하' 역시, 보통의 범주에서 벗어나 있는 인물이다. 혼활(결혼 활동)을 위해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자처한 그는, 결혼 상대를 편의점 손님들과 점원들 사이에서 찾는다. 일정 시기가 되면 변변한 직장과 결혼을 강요'하는 시대에서, 어느 것 하나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 그는 사회에 불만이 많다. 그래서 숨어지내기를 자처한다. 타인으로부터 이물질이 되기 전에 말이다. 그런데, 이런 시리하가 내뱉는 말 대다수는 옳다. 물론, 이것 역시 부정하는 집단이 있겠지만, 적어도 나의 기준에서는 옳다는 쪽이다.
'그래서 깨달았어요. 이 세상은 조몬시대와 다를 게 없다는 걸. 무리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인간은 삭제되어갑니다. 사냥을 하지 않는 남자, 아이를 낳지 않는 여자, 현대사회니 개인주의니 하면서 무리에 소속되려 하지 않는 인간은 간섭받고 강요당하고, 최종적으로는 무리에서 추방당해요.'
'나를 아는 모든 사람으로부터 나를 숨겨줘요. 나는 아무한테도 폐를 끼치고 있지 않은데, 다들 태연히 내 인생에 간섭해. 나는 그저 조용히 숨을 쉬고 싶을 뿐이야.'
그가 말했듯, 많은 청춘들은 사회의 편견과 그로 인한 압박 때문에 숨통이 막힐 정도로 힘겨워한다. 사실이다. 그러니, 'N포세대'라는 용어가 등장한 게 아니겠는가. 이렇듯, <편의점 인간>은 이 세태를 온전히 반영하고 있다. 소설에서는, 개인의 문제뿐 아니라 청춘을 대하는 사회에 대한 비판도 만나볼 수 있다. 가령, 현 세대에서의 직장은 직원들을 편의점 물품들처럼 취급하고 있다. 팔리면 그 자리에 그대로 교체되는 물품들처럼 말이다. 금세 삭제되고 체워지는 상황. '편의점과 마찬가지로 우리는 교체되고 있을 뿐, 줄곧 같은 광경이 계속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직장인 입장에서는)서글프기 짝이 없지만, 한편으로는 (기업인 입장이라면)이해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청춘이라면, 많은 부분 고개 끄덕이며 읽게 될 소설 <편의점 인간>. 나는 이 소설의 제목을 '편의점 사회'라고 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도 해봤다.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의 태도는 사회로부터 기인된 것이기 때문이다. 뭐, 보다 근원적으로 보면 그 편견 또한 인간이 쌓아올린 것이기도 하겠지만, 어찌됐든 현대 사회는 편의점화되어 있고, 또한 그것을 바꿀 수는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우리! 이것 하나만은 지키자는 것이다. 정답 아닌 잣대를 두고 타인을 평가하지는 말자. 우리 모두가 똑같은 형태와 속내의 편의점 물품이 되어버린다면, 이 얼마나 재미 없는 사회가 될 것이냐는 말이다. 다름을 인정하자, 제발. 그리고 이 편의점 사회는 너무 빠르게 돌아가고 있고, 시장의 물품 가격도 너무 비싸다. 하지만 쉬이 교체될 수 있는 개인의 월급은 크게 오르지 않는다. 이 빡빡한 사회가 만든 것이 프리터들 아닐까? 사회의 흐름은 간과한 채, 결혼을 강요하거나 직장을 자주 바꾸는 청춘에게 '끈기 없다'며 손가락질하는 자세는 '제발' 피해달라는 거다. 변변한 직정이 아니더라도, 게이코처럼 성실하게 살아간다면 아무런 사고 없이 살아갈 수 있다. 제발, 타인의 생활에 간섭하려 들지 말자.
어찌됐든 나는, 이 소설 속 인물들을 접하며 씁쓸한 동질감을 느끼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우습기도 했다. 이유는 '너무 직설적인 현실 묘사' 때문이다. 더 재미있는 사실은, 작가가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이라는 것이다. 이 작품으로 각종 문학상을 휩쓴 그녀는, 수상 당일에도 편의점에 있다 나왔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이 소설은 작가의 자전적 고백이 담긴 에세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결론은, 이 소설. 흥미롭게 읽었기에 아직 접하지 못했다면 읽어보기를 권한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