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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크러쉬 제대로 보여주는
인도 영화 <당갈>

레슬링 영화 <당갈>은, 인도 영화의 특성을 잘 반영해 재미와 감동 모두를 다잡은 작품이다. 2010년 인도에서 열린 국제대회에서 첫 금메달을 따낸 여성 레슬러, 기타 포것의 이야기를 옮겨낸 이 영화는 '걸크러쉬'의 전형을 보여준다.


기타의 이야기에 앞서, 그의 아버지 마하빌 싱 포갓의 이야기부터 살펴봐야 한다. 존경과 명예는 얻을 수 있지만, 돈은 주지 않았던 마하비르 싱 포갓 시대의 레슬링. 하여, 그는 아버지의 반대로 매트 대신 직장길에 오른다. 레슬링과는 무관한 직장에 다니지만, 레슬링을 향한 애정은 놓지 않는 그는 아들이 태어나면 자신이 못 이룬 레슬링 금메달의 꿈을 실현시키고자 다짐한다. 하지만, 그의 원대한 꿈은 처참히 무너지고 만다. 왜냐, 출산 때마다 딸의 탄생 소식만 들어왔으니 말이다. 그렇게 마하비르 싱 포갓은 레슬러 금메달 양성의 꿈을 접게 된다. 하지만 웬걸. 첫째 기타와 둘째 바비타가 어느날 동네 남자 아이와의 몸싸움에서 이기고 돌아온 것이다. 다른 부모였으면 혼내기 급급했겠지만, 그는 딸들에게 레슬러의 가능성을 발견하게 된다.



이후, 기타와 바비타는 새벽 다섯 시부터 시작된 혹독한 훈련을 갖게 된다. 이 훈련의 강도는, 두 딸의 노랫말을 빌리자면 '벌'과 다름 아니었다. 싸움 한 번 했다고 이렇게 가혹한 벌을 주냐며 신세 한탄하는 두 딸은, 결국 레슬링에 방해된다는 이유로 머리카락까지 잘리는 지경에 이른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냐며 투정부리며 반항을 일으키는 그녀들. 하지만, 한 친구의 말을 듣고는 태도가 돌변하게 된다.

"적어도 너희 아버지는 너희를 생각하잖아. 그 반대로 우리 현실은 여자로 태어나는 순간부터 요리와 청소를 가르치고 허드레 가사일을 하게 하잖아. 그러다 14살이 되면 혼인시켜버려서 짐을 벗어버리지. 생전 본 적도 없는 남자에게 넘겨주는 거야. 아이를 낳고 기르게 하지. 여자는 그게 다야. 너희 둘은 삶과 미래를 갖게 하려고…."



이렇게, 아버지의 뜻을 깨달은 두 딸은 훈련에 매진해 기타는 레슬링 대회에서 남성 참가자들을 신나게 때려눕혀 국제대회 선수권에 진입한다. 하지만, 아버지의 철저한 특훈에서 벗어나 다소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해이해진 기타는 승리의 맛을 못 느끼게 된다. 이에, 가만히 있을 수 없는 마하비르 싱 포갓은 딸을 훈련시키기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인다. 그로 인해, 끝내 기타는 세계 대회에서 금메달의 영광을 거머쥐게 된다.

사실, 이 내용들만 보자면 익숙한 장르적 색을 그대로 옮겨놓은 영화로 보일 것이다. 하지만 <당갈>은, 인도 특유의 마살라의 특징이 가미돼, 재미까지 갖추고 있다. 160분 남짓한 러닝 타임이지만, 주인공들의 내면이 노래로 표현되는 장면들로 인해 지루함 틈이 없다(물론, 인도에서는 인터미션이 적용된다). 더군다나, 이 영화의 관람 포인트는 '감동'에 있는데, 시대의 편견을 벗어나 딸을 훌륭하게 키워낸 아버지의 면모에서 그것을 발견할 수 있다.

결승전을 앞둔 기타에게 건넨 아버지의 말이 인상적이다. "너의 금메달은 여자를 하찮게 보는 모든 사람들과 싸우는 것이다." 게다가 결승전의 승부는 기타가 온전히 이뤄낸 진승부라 볼 수 있다. 그전까지는, 아버지의 전략에 따라 수동적으로 움직여왔다면, 결승전에서는 전략과 기술 모두 기타 스스로의 판단으로 진행됐다.




결국, 기타는 승리했다. 그로 인해, 자부심 뿐만 아니라, 아버지의 꿈까지 이뤄줬으며, 국가의 지위도 상승시켰다. 어디, 그 뿐이겠는가. 사회적 약자로 인식되어, 가정일을 하다 일정 나이가 되면 시집 가야만 하는 현실을 당연시 여기던 사회적 편견을 사라지게 만드는 데도 큰 역할을 해냈다.

재미와 감동 모두를 아우르는 <당갈>. 더욱이, 실존 인물을 다뤘기에 감흥은 배가된다. 즐겁고, 유쾌하고, 감동적이기까지 한 이 영화. 매력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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