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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스토리>의 이용녀

영화에 대한 리뷰는 이미 남겼다. 한데, 왜 다시 이 영화로 글을 적느냐고 물으면 나는 이 영화 속에서 큰 역할을 해낸 이용녀라는 배우에 대해 기록하고 싶어서다.

<허스토리>는 신파의 구조로 갈 수밖에 없는 영화다. 소재가 위안부와 정신대이고, 게다가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됐기 때문이다. 아픈 역사를 희화화할 수는 없지 않은가.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에는 유쾌한 요소가 있다. 바로 그 요소를 채워준 인물이 배우 이용녀다.


그녀가 맡은 '옥주'라는 인물은, 현재 치매로 고통받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종종 기억을 잃고,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돌발 행동을 한다. 그런 모습을 보일 때면 '딱하다'는 생각을 하지만, 그 외 시간에서도 그녀는 한없이 밝고 타인의 이야기에 "맞다, 맞다" 라며 긍정의 맞장구를 해준다. 그녀의 맞장구는 사랑스럽기 그지없다.


관부재판의 실화를 다룬 영화 속 인물들은, 과거의 아픔 때문에 독기에 차올라있다. 유일한 소원은 그 일을 겪기 이전의 자신으로 돌아간다고 말할 만큼, 위안부와 정신대 일원으로 살았던 시간을 리셋하기 원하는 그녀들은 현 일본에 한을 품고 있을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영화 속 이야기는 관객들로 하여금 울분을 자극한다. 그래서 영화는 슬프고 아프다. 한마디로 '열 받게 만드는' 영화다. 하지만, 영화가 '상업성'을 갖기 위해서는 소위 말하는 '오락적' 요소가 적절히 배합되어야만 한다. 그 감초와 같은 역할을 해낸 이용주라는 배우 덕에 <허스토리>는 적절한 상업성까지 갖춘 영화로 등극했다(민규동 감독의 치밀한 전략이 돋보인다).

아픈 역사를 다룬 이 영화. 봐야만 한다. 특히, 관부재판은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위대한 사건'이었다. 아직도 조상들의 잘못에 대해 인정하려 들지 않는 일본인들에 대해 우리는 '인지' 과정이 필요하다. 이 과정이 없다면, (물론 일어나지 않겠지만)똑같은 역사가 되풀이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과거로부터 현재를 배운다, 라는 말이 있듯 과거를 직시해야만 보다 나은 미래를 만들어나갈 수 있다. 하지만 아픈 역사를 날것 그대로 보는 것은 힘겹다. 이 힘겨움의 무게를 조금이나마 덜어주기 위한 감초로 선택된 이용녀라는 배우 덕에 <허스토리>는 조금은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는 위안부 영화로 자리매김될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실제로 이용녀라는 배우는 따듯한 마음씨를 지닌 인물이라고 듣고, 봐왔다. 유기견들을 위해 시간과 노력을 아끼지 않는 그녀는, 시사회장에서도 특유의 유쾌함을 발휘해 자리를 화기애애하게 만들어줬다. 나는 앞으로, 더욱 더 그녀를 응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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