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영화 <메이플쏘프>

삶 자체가 예술이었던 메이플소프의 일대기

그 어떤 예술가들보다 남다른 행보를 걸었던 로버트 메이플소프의 전기를 확인할 수 있었던 다큐멘터리영화 <메이플쏘프>. 영화는, 메이플소프의 살아 생전 인터뷰와 작품들, 가족과 지인들의 회고 등으로 구성돼 있다.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났지만, 성장할수록 비범함을 자각하고 끊임없이 펼쳐냈던 그는 삶 자체가 예술이었다.

자신이 사랑했던 모든 것들을 사진으로 담아낸 그는, 순수한 예술가라기보다는 성공을 향한 야망가에 가까웠다. 잘생겼던 그는 자신의 매력을 성공에 이용하는가 하면, 대중들 사이에서 자신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에 열망했으며 죽기 직전까지 돈벌이를 위해 열심히 사진을 찍어댔다.

사진보다는 미술에 소질이 있었던 메이플소프는, 1963년 뉴욕 프랫 인스티튜트에 입학해 미술을 전공했다. 거기에서 만난 패티 스미스와 만나 첫사랑에 빠지고, 예술적 영감을 나눴던 둘. 하지만, 메이플소프 남자들을 만나면서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알게 된다. 수많은 남자들과의 만남으로 그들의 누드 사진을 찍기 시작한 그. 사진의 강도는 단순한 누드가 아닌 외설에까지 이르게 된다.



가히 충격적인 메이플소프의 사진들은, 당시 예술로 인정받지 못했던 사진을 조각, 회화 작품에 버금가는 위치에까지 이르는가하면 '새로운 장르'로 인정받기까지 한다. 일각에서는 혀를 내둘렀지만, 수많은 예술가들 사이에서 그의 작품은 아름다움 그 자체였다.

메이플소프가 누드, 포르노 사진만 찍은 것은 아니다. 꽃과 일상적인 사람들의 모습들도 찍었다. 여기에서 알 수 있다. 메이플소프가 외설을 위한 예술 활동을 한 것이 아닌, 그가 사랑했던 것들을 피사체로 택했다는 것을 말이다. 영화에서 등장하는 꽃과 사람들의 사진을 보면, 데칼코마니처럼 묘하게 닮아 있는데, 그는 사랑하는 이들을 꽃처럼 생각했던 것 같다.



그렇게 사진으로 자신이 사랑했던 대상을 아름다운 흑백 사진으로 담아왔던 메이플소프는, 42세라는 젊은 나이에 에이즈로 세상을 떠났다. 죽기 직전까지 야망과 열정을 온 몸으로 표현해왔던 그는, 자기주도적인 삶을 살아온 인물이다. 세상의 악평과 시기 어린 시선에도 불구하고 자신감과 높은 자존감을 기반으로 자신만을 위한 삶을 살아왔던 한 남자의 이야기. 존재 자체가 예술이었고, 하나의 브랜드였던 메이플소프의 삶을 보다 객관적인 시선으로 담아낸 이 영화. 흥미로웠음은 물론이거니와, 삶에 대한 마음가짐을 다시 잡게 만들어준 작품이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허스토리>의 이용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