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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은 현실이야,
영화 <사랑할 때 이야기하는 것들>

<사랑할 때 이야기하는 것들>은 결혼이라는 걸 조금은 깊게 생각하고, 결혼의 민낯을 어느정도 인식하고 있을 때야 비로소 공감할 수 있는 영화다. 사랑할 때 이야기하는 것들이라…. 나는 이 영화의 제목의 사랑이라는 단어를 '결혼'으로 칭하는 것이 더 적합하다고 본다(하지만, 그 바람대로였다면 관객수를 확보하진 못했겠지).

영화는 사랑에 빠지게 된 남녀의 '현실'을 이야기한다. 동네 약사 인구와 그 약국을 찾은 여자 혜란. 이 둘은 점점 가까워지지만, 쉽게 사랑에 빠지지 못한다. 이유는, 사랑에'만' 빠지기에는 힘든 때이니까. 현실을 고려한다면 사랑에만 집중해서는 안되니까.



둘에게는 각자 나름대로의 짐(빚)이 있다. 인구에게는 정신 지체의 형이, 혜란에게는 돌아가신 아버지가 남기고 간 빚이 그것이다. 인구의 곁에는 늘 형이 따라다니고, 혜란은 빚을 갚기 위해 명품을 카피한 짝퉁을 파는 등 빚 갚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나이가 나이인 만큼, 둘의 언저리에는 결혼이 따라다닌다. 인구는 결혼 생각까지 했던 연인이 있었고, 혜란의 동생은 가족에게 결혼을 통보한다. 현실 때문에 사랑을 포기해야만 했던 남자와 혼자 빚을 떠안기 싫어 동생의 결혼을 못마땅해하는 여자. 둘의 삶은 퍽퍽하고 쓰리기 그지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의 감정을 억누르기란 쉽지 않다. 현실을 제쳐두고 연애를 시작한 인구와 혜란. 하지만 마음 속 한 켠의 그늘은 행복하기에도 부족한 연애사에 오점이 된다. 암담한 현실 때문에 사랑조차 못 하는 남녀의 이야기. <사랑할 때 이야기하는 것들>은 이처럼 아픈 작품인데, 기가 막힌 공감대를 자극한다. 우리가 공감할 수 있는 이유는, 영화 속 인물들과 다르지 않은 삶을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정신지체 가족을 두거나 5억의 빚을 떠안게 된 상황이 아닐지라도 대다수의 청춘들에겐 결혼은커녕, 사랑조차 사치로 여겨질만큼의 빚 같은 것들이 존재한다.

나이가 들수록, 살아가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라는 생각을 조금씩 들곤 한다. 지금보다 경험이 적었던 때는, 마음이 향하고 내키는대로 무언가를 시작할 수 있었다. 그래서 사랑이나 다양한 활동의 시작이 지금보다는 쉬웠다. '일단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뛰어들었으니까. 그 생각을 시작으로 체득한 경험들이 쌓여, 지금은 어느것 하나를 시작할 때도 신중, 아니 '너무 많은 생각'을 하는 것 같다. 스스로를 옥죄고, 시작해보지도 않은 것들에 대해 결론부터 짓는 경향이 강해졌다. 반성해야 할 것 같기도 한데, 이게 현실이다, 라고 생각하면 또 맞는 행동인 듯도 하다.



너무 많이, 깊게 생각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지금 내 생활을 돌아보면 너무 많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나이가 들수록 타인을 만날 기회가 줄어들기도 하는 듯하다(물론, 나의 귀차니즘과 그로 인한 노력 부족이 원인이다).

아무튼 <사랑할 때 이야기하는 것들>은 현실적인 멜로드라마다. 하고 싶은 걸 마음 내키는대로 하고자 하니, 앞으로 살아갈 날에 타격이 될 수도 있을 것 같고. 나이 듦과 동시에 입게 되는 것 중 하나가 망설임인 것 같다. 결론은 사랑, 아니 '결혼'은 쉽지 않다는 거다. 그리고 결혼은 사랑만으로는 이룰 수 없다는 게 이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포인트다. 팩트 폭격, 혹은 공감 요소들로 위로받고 싶다면 이 영화, 한 번쯤은 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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