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영화 <내 사랑>

화가 '모드 루이스'의 삶


이 영화의 제목은 속임수다. 원제 'Maudie'가 작품에 더 걸맞은 명료하고도 정확한 의미를 지닌다. 많은 외화들이 우리나라로 수입되면서 제목이 바뀌는 경우가 많은데, 대부분이 '로맨스의 느낌을 가미'하는 경향이 있다. <내 사랑> 역시, 바뀐 제목만 보면 '지극히 로맨스에 초점을 둔' 작품으로 느껴질 것이다. 그래서일까. 많은 연인들과 로맨스 마니아들이 <내 사랑>을 극화된 로맨스로 예상하고 영화관을 찾은 경우가 많을 것. 물론 삶의 모든 곳에는 사랑이 배어있고, 남녀의 사랑 만큼 생애 중요한 것은 없다지만, 이 영화는 로맨스보다는 한 인물의 삶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전기영화다.


원제처럼, 영화 속 주인공은 화가 모드 루이스다. 그녀는 선천적 장애를 앓고 있어 걸음이 불편하다. 제 몸 하나 못 가누는 그녀는 가족들에게조차 외면당하며 살아간다. 다리에는 장애가 있지만 손 재주 하나만은 특출난 그녀의 손에는 항상 붓이 들려있다. 영화의 시작부터 카메라는 그녀의 붓의 터치를 보여준다.

모드 루이스는 오빠와 숙모로부터 외면당하고 있음을 절감하고 독립을 결심한다. 우연히 가정부 고용 건을 접하게 된 그녀는, 다짜고짜 고용자 에버렛 루이스 집으로 향한다. 불편한 다리로 먼 걸음을 감수하며 도착하지만, 말라깽이 절름발이 모드에 대해 에버렛은 냉담한 반응 뿐이다. 모드는 내쫓기는 신세까지 경험하지만, 그럼에도 꿋꿋하게 자신의 몫을 찾아 해나가기 시작한다. 사회와 가족으로부터 받아온 멸시는 끊이지 않지만, 독립을 결심한 모드는 자족에 힘을 쏟는다.





모드의 그림에 대한 열정은 가정부 역할을 하면서도 식을 줄 모른다. 에버렛의 집 벽면 곳곳에 자신만의 스타일이 가득 밴 그림들을 그려나가는 그녀. 덕분에 잿빛으로 가득했던 에버렛의 집에는 활기가 더해지기 시작한다. '변화의 서막'이다. 모드를 냉대하고 무시하기 일쑤였던 에버렛의 태도가 변하기 시작하는가 하면, 어느날 집으로 찾아온 이웃집 여자에 의해 모드의 재능이 발견되는 등 이들의 삶이 조금은 밝고 따듯하게 변해간다. 더불어, 사랑의 기운도 감돌기 시작한다.





외적으로는 빈곤할지언정, 내적으로는 그 누구보다도 부유한 모드. 그녀의 불우하기만 했던 과거는, 에버렛을 만난 이후 조금씩 개선되기 시작한다. 물론 에버렛이 모드의 삶에 물심양면을 쏟았다고는 볼 수 없다. 하지만 모드를 주체로 놓고 보면, 그녀는 사랑하는 남자를 만나 결혼까지 하게 됐고, 열정을 쏟을 만한 그림을 평생 그릴 수 있었다. 모드는 주체적인 여성이자, 자신의 삶을 온전히 사랑한 인물이다. 만약 그녀가, 자신의 장애를 비관하고 타인들의 무시에 낙담했다면 과연 화가로서 성공할 수 있었을까.

선천적 장애, 그림에 대한 교육 한 번 제대로 받지 못한 결핍으로 가득찼던 모드는 자신만의 시선을 붓으로 표현함으로써 화가로서의 유명세를 얻는다. 온갖 한계에 부딪혀, 세상의 수많은 경험들이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펼쳐낸 캔버스 위 세상은 아름답기 그지 없다. 순수하고 아름다운, 그녀만의 영혼이 살아 숨쉬는 그림들을 감상하는 재미는 <내 사랑>의 관람 포인트들 중 하나다.





또 다른 관람 포인트들은 무엇이 있을까. 먼저, 모드 역을 맡은 샐리 호킨스의 탁월한 연기력이다. 마치 제 옷을 입은 듯한 그녀의 연기는 관객을 울리고 웃기는 리더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물론, 믿고 보는 에단 호크 역시 샐리 호킨스와의 환상적인 호흡을 선보인다. 무엇보다 필자가 이 영화에서 감동 받았던 요소는 영상미다. 화가의 삶을 다룬 작품이라는 것에 힘을 실어줄 만한 자연의 아름다움을 빼곡히 담은 영상미는 감탄을 자아낼 만한 요소로 부족함이 없다. 유독 <내 사랑>에서는 광활한 자연을 담은 인서트 쇼트들이 자주 등장한다. 그 장면들은 모드가 창 너머로 바라본 작품 활동에 영감을 준 요소들이다.

물론, <내 사랑>이라는 제목에 걸맞은 러브 스토리 역시 이 영화를 이끌어가는 주된 요소다. 영화는, 사랑 없이 완벽한 삶은 없다는 것을 한번 더 확인시켜준다. 모든 예술가들의 삶에는 그들과의 애증 관계에 놓인 핵심적인 상대가 등장하기 마련이다. 모드와 에버렛의 관계처럼 말이다.

이 영화는 한 실존 인물의 삶을 통해 주체적인 삶의 의미를 일깨워준다. 모드에게는 신체적 장애와 사회적 편견, 가족들의 멸시 외의 또 다른 아픔이 있다. 이렇게 최악의 경험을 맛본 인물의 성공은 그 어느 드라마보다도 드라마틱한 삶의 표본이다. 따라서 우리는 건강한 신체를 지니고 있다는 자체만으로 감사해야 할 것이다.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것에 큰 장애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 스스로의 삶의 주체가 되어 살아가야 할 것이다.

이전 20화 <맘마미아!2> 리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