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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영화 <치코와 리타>

[스포일러 있습니다]


<치코와 리타>!

주인공의 이름들로만 조합됐음에도 멋스러운 제목이다. 나는 이 영화와의 첫만남에서부터 사랑에 빠졌다. 애니메이션영화임에도 불구하고, 강렬한 섹시미와 짙게 배인 로맨스의 기운이 인상적인 작품이다. 흔히들, '애니메이션' 하면 어린이들을 위한 작품을 쉽게 떠올리겠지만 <치코와 리타>는 다르다. 이 작품은 어른들을 위한 영화다.



영화는 치코의 회상신으로부터 시작된다. 구두닦이 노인인 치코는, 귀가 후 라디오에서 퍼져나오는 음악에 손가락 장단을 맞춘다. 화면은, 1948년 쿠바의 수도 하바나의 한 클럽으로 전환된다. 피아니스트 치코는 가수 리타의 아름다운 목소리에 매료되어 그녀에게 접근한다. 하지만 도도한 리타는 치코에게 마음을 주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치코의 끊임없는 구애로 둘은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둘의 사랑은 원만하게 진행되지 못한다. 오해로 인해 사랑도, 일적인 관계도 멀어지게 된다. 결국, 리타는 홀로 뉴욕행에 오른다. 성공을 꿈꿔왔던 리타는 꿈을 이룬다. 하지만 그녀는 행복하지 않다. 치코 역시, 뉴욕행에 오르고 이후 둘은 재회한다. 치코와 리타는 각자 성공한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둘의 사랑은 어긋난다. 설상가상으로 치코는, 부당한 뉴욕에서 강제추방당한다. 이후, 쿠바로 돌아온 그는 가수를 접고 구두닦이로 살아오고 있는 것이다.


치코의 과거는 이렇게 착잡했다. 하지만 영화는 이렇게 쓰라린 과거 회상으로 마무리되지 않는다. 천재적인 피아니스트의 재기와 사랑을 돕는다. 영화의 해피엔딩이 더욱 빛나는 이유에는, 치코와 리타의 어긋난 관계와 유색인종이 미국에서 겪어야 했던 차별 등의 '아픔'에 있다. 그 아픔과 행복의 간극은, 결말을 더욱 빛나게 만들어주는 원동력이다.



음악이 주 소재인 만큼, 영화의 전반에 흐르는 라틴 재즈들이 인상적이더, 재즈 외에도, 맘보나 콩가 등 다양한 장르 음악들이 흘러퍼진다. 콘서트, 파티장 신에서 흐르는 음악들은 영화의 흥을 돋우고, 리코가 작곡 작업 과정에서 들을 수 있는 피아노 선율은 심장을 녹인다. 하지만, 영화에서 가장 감성을 두드리는 장면들은, 치코와 리타가 호흡을 맞추는 신이 아닐까? 둘의 하모니는 사랑과 예술을 향한 열정의 합이다.


사실, 내러티브 면에서는 <치코와 리타>가 특별하다고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이 영화는 애니메이션임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이고 관능적이다. 영화 전반을 흐르는 예술적인 기운과 1950년대 쿠바와 뉴욕의 화려한 풍경들을 감상할 수 있다는 것도 <치코와 리타>만의 매력이다. 영화를 감상하며 들었던 생각은, 실사판으로 등장해도 멋있을 것 같다는 점이었다. 최근에 깊은 인상을 심어준 영화 <라라랜드>의 감독 데이미언 셔젤이 <치코와 리타>를 연출한다면 어떻게 재탄생될까, 라는 생각도 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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