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우리도 사랑일까>

늘 반복해도, 정점을 찾았다 느껴도 알 수 없는 것 '사랑'

결혼생활의 권태와 그로 인한 잔인한 이별은 많은 영화들이 숱하게 다뤄온 주제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했던' 두 사람이 만나 한 집에 머무르면서, 그들은 아이러니하게도 서로에게 지루함과 실망 등을 쌓아나간다. 물론, 이것들이 사소한 다툼으로 이어져 결혼생활의 윤활유가 되어주기도 하지만, 마냥 유쾌한 것만은 아니다.

<우리도 사랑일까>는 결혼생활의 단면을 솔직하게 담아낸 영화다. 엄밀히 표현하자면, 결혼생활 전반보다는, 여주인공 '마고'의 동선에 집중돼 있다. 마고는, 닭 요리책을 준비 중인 남편 '루'와 5년 간 결혼생활을 이어오고 있다. 취재 차 떠난 길에서 '대니얼'은 '마고'의 바로 앞집에 사는 남자다. 우연한 만남이 거기에서 끝나지 않고 생활권으로 들어온 셈이다. 이때부터 마고의 결혼생활은 흔들리기 시작한다. 매일같이 맛있는 요리를 만드는 루에게 '매일 닭요리만 한다'며 불평하는가 하면, '당신을 유혹하는 데에도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며 한탄한다. 결혼생활이 익숙함에 젖기 시작한 부부들이 그렇듯, 마고와 루 사이에서는 자극적인 말이나 행동이 아닌 그 어떤 '일상적인' 대화는 좀처럼 오가지 않는다. 결혼기념일을 맞아 찾은 식당에서도 그들은 음식을 입 속에 밀어넣을 뿐이다.

'루'와 '마고'

'대니얼'과 '마고'

마고는 결혼생활의 선배들로부터 많은 이야기들을 듣는다. "새 것도 결국 헌 것이 돼. 헌 것도 처음에는 새 것이었지", "인생에는 빈 틈이 있게 마련이야. 그걸 미친놈처럼 일일이 다 메꿔가면서 살 순 없어." 그럴 때마다 애잔함과 미묘한 두려움에 휩싸이는 듯한 마고의 표정은 착잡하고도 씁쓸한 감정을 전한다. 마고의 일상에는 다양하고 복잡한 감정들이 펼쳐져 있다. 마고와 루는 서로 사랑하지만, 대니얼이라는 남자로 하여금 마고는 사랑의 중심이 흔들림을 자각한다. 특히, 마고와 대니얼이 칵테일을 마시러 카페에 들렀을 때에 이어지는 섹시하고도 감미로운 대화 신은 필자의 심신까지 달굴 정도였다. 그렇게 둘의 관계는 불안을 동반한 채 깊어져 간다.

이렇듯 사랑은 불안한 것이다. 사랑하는 남편이 있고, 지켜내야 할 가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자는 우연히 만난 남자에게 반해 안정적인 생활을 스스로 파괴한다. "비행기를 놓치는 건 두렵지 않아요. 비행기를 놓칠까봐 걱정하는 게 두렵지"라며 자신의 공항공포증을 고백한 마고는, 늘상 이 불쾌한 감정으로부터 시달리고 있었던 거다. 사랑은 물질이 아니기 때문에, 눈으로 보여지지 않는다. 또한, 사랑의 깊이 역시 개인마다 다르기 때문에 표현하거나 받아들이는 정도 역시 개별적이다. 루가 마고를 미친듯이, 지속적으로 사랑해왔음을 일깨워주는 마고의 (후반)샤워 신은 마고가 터트린 눈물샘 만큼이나 착잡하다. 이처럼 사랑을 깨다는 '때' 역시 개별적이다. 그래서 '사랑은 타이밍'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쇼핑을 할 때, 헌 것이 되어버린 물건을 대체할 만한 새롭고 트렌디한 것을 찾는다. 그것을 갈망하고 비로소 손에 쥐게 됐을 때, 우리는 분명 만족감을 느낀다. 하지만 그 만족감은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 또 다른 새로운 것을 갈망한다. 물건은 계속 쏟아져 나오고, 나의 취향 역시 뜻하지 않게 변한다. 하지만 훗날 물건을 정리할 때가 되면, 충동구매한 것들보다 추억(애정)이 서린 것들에 애착을 느낀다. 사랑 또한 마찬가지이다. 대니얼을 충동구매품 쯤으로 여긴다면 과장이긴 하지만, 필자가 마고였다면 그녀와 같은 선택을 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마고와 루의 사랑에는 열기가 필요했음은 분명하다. 루가 매일 같이 달궈왔던 요리들처럼, 그들의 관계에도 불을 지필 만한 무언가가 존재했어야 했다. 결혼생활은 어찌됐건 관계 지속을 위한 꾸준한 노력이 필요함은 틀림 없다. 루가 끝내 완성해낸 닭 요리 책처럼, 꾸준한 열정이 투과됐을 때라야 부부관계가 별탈 없이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예측불가하며 변화무쌍한 삶. 그럼에도 우리가 반드시 해야만 하는 건 사랑이다. 변화의 파도 위에서 사랑을 이어나갈 수 있는 힘은 노력이 아닐까. 사랑을 잃었을 때의 허망함은 그 어떤 것으로도 채울 수 없다. 또한 아무리 많은 경험을 한다 해도,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 것이 이별이다. 그래서 사랑에는 정답도 없고, 또한 훈련도 없는 것 같다. 흔들리지 않는 사랑은 없다. 그 흔들림의 멀미 속에 우리는 조금씩 성장해나간다. 하지만, 그럼에도 좀처럼 알 수 없는 게 사랑이다. 그래서 우리는 그토록 반복하나보다. 사랑의 진실을 탐구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