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의 순간은 많다. 대부분의 기다림은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한 경우가 많다. 한데, 이 기다림이란 놈은 피하고 싶다고 피해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다양한 상황에 따라, 우리는 어쩔 수 없이 기다림에 '처해야'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기다림이 계획에 의한 경우라면 괜찮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놈은 마냥 좋은 것은 아니다. 물론, 사랑하는 대상을 보기 전까지의 기다림은 설렘일 수 있지만 그 설렘 안에는 긴장이라는 묘한 감정도 뒤섞여 있다. 한데, 대부분의 기다림은 앞선 '좋은' 감정이 아닌, '불쾌'하거나 '불편'함이 뒤따르는 경우가 많다.
기다림이란 것은 대개, 약속에 의해 빚어질 때가 많다. 친구나 연인과의 만남이든, 비즈니스나 인터뷰에 의함이든 어찌됐든 타인이 얽혀 있을 때, 누군가는 기다려야만 한다. 참 재미있는 것은, 약속에 관계된 모든 이들이 약속을 지킨다고 해도 누군가는 기다림에 처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결국, 기다림은 '웬만해선 피할 수 없는' 것이라는 결론. 그렇다고 약속을 매번 어겨, 타인에게 피해를 줄 수만은 없는 법이다. 물론, 습관적으로 타인을 기다리게 만드는 사람도 있지만, 그 이기를 꺼리는 사람의 경우에는 기다리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여, 늘 약속 장소에 앞서 가는 경우가 많다.
좋다. 기다림을 자처했든, 아니면 피할 수 없는, 수동적으로 견뎌내야만 하든 웬만한 기다림은 생에서 피할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해봤다. 그렇다면,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 것이 좋을까.
기다림은 '시간의 공백'이라고 본다. 그 시간의 대부분은 어떤 계획들로 채워지지 않은 빈 시간이다. 그리고, 그 시간을 정확히 예측할 수 없기에 어떠한 계획을 세운다는 것도 무리다. 그래서 나는 항상, (기다림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지만) 가방 속에 책을 넣어다닌다. 이 책. 은근히, 아니, 거의 대부분의 기다림을 꽉 채워주는 역할을 한다. 누군가의 만남 전의 기다림뿐 아니라,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의 시간을 채워주고 그 외, 예상하지 못했던 시간의 공백을 '의미있게' 채워주는 도구가 되어준다.
이렇듯, 책은 지식과 흥미의 공백을 채워줄 뿐 아니라 시간의 공백까지 채워주는 든든한 도구다. 모두가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공백을 공백 그 자체로 날려버릴 때, 책으로 지식이든 상상력이든,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들로 의미있게 채워보는 건 어떨까. 의미와 가치가 부여된 기다림은 '잘 기다리는 것'이다. 물론, '뭐 그런 시간까지, 굳이 머리 아프게 책을 읽냐'며 비아냥대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나는 그들에 반문하고 싶다. '왜, 굳이, 그 시간까지 전자파에 자신을 희생시키냐'고.
어찌됐든 공백, 기다림을 '잘' 메우는 것 또한 '취향'에 따라 다르다고 본다. 어떤 이는, 시험 공부를 하기도 한다. 무언가를 외우고, 심지어는 상황이 괜찮다면 테스트를 풀고, 체점까지도 하더라. 그들 역시, '잘 기다리는 사람'이라 칭하고 싶다. 물론, 꼭 책을 접하는 것만이 훌륭하다고는 단정지을 수 없지만, 개인의 취향과 상황을 고려해 공백을 공백으로만 날리지 말라는 것이 이 글을 쓴 취지다.
우리 모두,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말길 바라며.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