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신입 사원 연수 세미나에서 처음에 늘 내뱉는 말이야. 나는 먼저 세미나실 안을 휘익 둘러보고 적당히 한 수강생을 지목해서 일어서게 해. 그리고 이렇게 말하지. '자, 여기 자네한테 좋은 뉴스와 나쁜 뉴스가 하나씩 있어. 먼저 나쁜 뉴스. 지금 자네의 손톱 또는 발톱을 펜치로 뽑으려 한다. 안됐지만 이미 결정 난 일이다. 절대 뒤집을 수 없다.' 그런 다음 나는 가방에서 아주 무섭게 생긴 커다란 펜치를 꺼내 보여 줘. 천천히 시간을 들여서 그놈을 보여주지. 그리고 말해. '다음은 좋은 뉴스. 좋은 뉴스란, 손톱을 뽑을 건지 발톱을 뽑을 건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자유가 있다는 거야. 자, 어느 쪽으로 할 텐가. 10초 내에 결정해야 해. 만일 스스로 어느 한쪽을 정하지 않으면 손과 발 두 쪽을 다 뽑아 버릴 거야.' 나는 펜치를 손에 든 채 10초를 카운터해. '발로 하겠습니다.' 거의 8초가 지나서 그 친구가 말해. '좋아, 그럼 발로 정해졌어. 지금부터 이놈으로 자네 발톱을 뽑도록 하지. 그 전에 한 가지 알고 싶은 게 있어. 왜 손톱이 아니라 발톱을 선택했지?' 내가 물어봐. 상대는 이렇게 대답해. '모르겠습니다. 어느 쪽이든 아픈 건 마찬가지일 겁니다. 어느 한쪽을 선택해야 하니까 할 수 없이 발톱으로 한 겁니다.' 난 그 친구와 따스한 악수를 나누고 이렇게 말해. '진짜 인생에 온 걸 환영해.'라고. 웰컴 투 리얼 라이프.
- 소설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p. 245~246 중에서
선택은 인간의 숙명이다. 어떤 아픔이든지, 감내해야 하는 순간이 오기 마련이다. 위 글에서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어떤 선택의 경우에는, 모두가 아플 수도 모두가 기쁠 수도 있다. 하지만 선택하는 순간, 선택하지(되지) 않은 것에 대한 미련이나 아쉬움 등은 감내해야만 한다.
'어느 한 쪽을 선택해야 하니까 할 수 없이'에 해당되는 경우는 잦다. 이것이 진짜 인생이다. 아주 단순한, 어떤 것을 선택하더라도 큰 상실이나 고통이 없는 선택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명심해야만 한다. 선택의 순간이 도처에 깔려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