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츠 카프카 <시골의사>

눈보라가 거센 밤. 시골의사인 나는 의사를 찾는 환자 집에 가려 하지만 마차를 끌 말이 없어 발을 동동 구른다. 그때 나타난 한 사내가 말 두 필을 빌려주겠다며 나서고, 대신 하녀 로자와 바꾸자고 흥정한다. 로자의 간청을 뿌리치고 환자에 대한 사명을 지키기 위해 나선 나. 하지만 소년은 건강하다. 그보다, 환자는 건강한데 오히려, 자신이 병상에 눕고 마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 몹쓸 상황. 이 온갖 아픔으로 점철된 의사라는 인물의 설움. 무엇으로 보상받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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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보라를 뚫었고, 말 때문에 하녀에게 상처를 준 것도 모자라, 자신이 아프게 된 상황. 더하여, 환자들의 가족은 의사를 나무라기까지 한다. 이 아이러니한 상황은, 비단 한 시골의사만의 것은 아니다. 세상에는 이런 모순들이 '철철 넘치니까'. 게다가 이런 상황의 점점 더 악질로 변해간다. 시골의사, 정말 불쌍한데, 우리네 사정이라고 그와 크게 다를 게 있을까 싶다. 물론, 평온하게 살아온 사람들도 있겠지만 한 번쯤은 (같은 상황은 아니라도)타인에 의한 빡침은 경험 해봤을 거다.


요즘 보는 드라마 <라이프> 속 대사가 떠오른다. "의사도 사람이다!". 그래, 의사도 사람인데, 왜 환자들은 억지 요구를 해대는데다, 상황이 잘못 되면 의사 탓만 하는 건지 모르겠다. 타인의 건강과 목숨을 위해 이바지하는 의사들은, 환자들에게 욕 먹고 멱살을 잡히며 따귀를 맞기도 한다. 그게 다인가. 카프카의 <시골의사> 속 의사처럼, 지금의 의사들도 죄책감에 시달리며 살아간다. 그럼에도 죄책감 때문에 자신의 업을 놓지 못하고 있다. 아니, 놓아서는 안 된다. 가여운 시골의사. 어떻게 위로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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