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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여행의 핵심! '앙코르와트'

앙코르와트(Angkor Watt)는 나를 캄보디아로 이끈 유일한 이유였다. '꼭 한 번은 가봐야할 곳'이라는 지인들의 추천도 있었고, 자연 조건들로 인해 변형되고 있는 '사정' 때문에 조금이나마 빨리 찾자는 생각으로 향하게 된 것.



1000년의 역사를 지닌 앙코르 제국에서도 특히 가장 사랑받는 앙코르와트(캄보디아 국기를 장식하는 것 역시 앙코르와트다)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고귀'한 장소다.  1113년 건립된 이곳은 앙코르 건축 양식과 예술성이 집대성된 '걸작'으로 손꼽힌다. 전체적인 형태는,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고 그 주위를 해자가 감싸고 있다. 해자는 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성 밖을 둘러싼 못인데, 앙코르와트 해자는 신과 인간의 영역을 가르는 의미도 갖추고 있다.


우리는 앙코르와트 방문일을 기존 2일차에서 3일차로 변경했다. 이유는, 일주일에 한 번 앙코르와트 (천상계로 불리는)3층 출입이 통제되는 날이 있는데 그 날이 우리가 정한 2일차였기 때문이다. 이왕 온 김에 3층 방문을 하겠노라는 동행인들의 만장일치 의견에 따라 일정을 변경한 것이다.


앙코르와트의 묘미는 일출과 일몰 시간대에 있다고 해, 우리는 새벽 다섯 시 경에 숙소를 나섰다. 하지만 웬걸. 짓궂게도 새벽부터 빗방울이 떨어지는 것이다. '일출 감상은 글렀다'라는 체념을 안고 사원으로 향했다. 예상대로 비는 계속 내렸고, 일출을 머금은 앙코르와트 풍광을 즐기지 못했다. 하지만 걷기에는 최적의 조건이었다. 결과적으로, 꽤 오랜 시간 걸어야만 했기에 뙤약볕이 내리쬐는 여느 날의 날씨보다는 좋았다고 결론 지어본다(긍정적으로 생각해야지, 날씨는 내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니까).



날씨의 여부와 상관없이 앙코르와트는 기가 막히게 멋진 모습을 자랑하고 있었다. 동서 1.5km, 남북 1.3km의 거대한 직사각형의 석재 사원은, 자연에서 뚝 떨어진 마냥 신비로운 분위기를 띠고 있다. 이곳은, 수리아바르만 2세가 약 37년 동안 힌두교 주신 중 하나인 비뉴수와 자신을 동일시하기 위해 건설했다. 신격화를 위해 지어진 만큼 웅장함을 뽐내고 있다.



특히, 내가 반한 부분은 '균형미'에 있는데, 1000년 전에 지어진 곳이라고는 믿기 힘들만큼 외형에서부터 내벽 곳곳에서 섬세함을 느낄 수 있었다. 비록, 세월과 자연의 힘에 부서지고 흐릿해진 부분들이 있지만 시대와 기술력 등을 따져보면 이토록 신비로운 곳도 없을 성싶다.



앙코르와트가 흥미로운 이유는 건축미 하나에만 그치지 않는다.  사원 내부의 벽화에 새겨진 신들과 그들 간의 스토리텔링이 탐방의 재미를 극대화시킨다. 앙코르 최고의 신 '나가'에서부터, 천상의 요정이자 무희인 '압살라' 등의 다양한 모습을 감상하는 것도 재미있고, 원숭이의 막대한 힘이 반영된 스토리를 듣는 것 또한 흥미롭다.



앞서 언급했지만, 앙코르와트 방문 시 놓치면 섭섭한 곳은 다름 아닌 3층이다. 천상계인 3층에 이르기 위해서는 가파른 계단을 올라야만 한다. 신성한 곳에 오르는 만큼 모자 착용도 금하고 있다. 천상계에서 내려다보는 앙코르와트의 뷰는 그야말로 기가 막혔다. 높은 곳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기분. 잠깐이었지만 신(혹은 새)이 된 듯한 느낌은 계단 오르기의 힘듦 따위를 금세 잊게 만들었다.



새벽 일찍부터 나서 감상한 앙코르와트. 앙코르 왕국의 위대함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주황빛 머금은 사원은 만나볼 수 없었지만, 존재 자체만으로도 입이 떡 벌어지게 만들었던 이곳. 세월에 몸을 싣고 변해가는 모습조차 아름답다고 결론짓고 싶지만, 이 글을 읽는 분들에겐 '그래도, 조금이나마 더 일찍 찾아보시길' 권해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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