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봄날처럼 유유히 흐르고, 되돌아오는 것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버스와 여자는 지나가면 잡는 게 아니야."
이 두 대사만으로 영화 <봄날은 간다>를 정리할 수 있다. 제목처럼, 마냥 따스하고 달콤하기만 했던 사랑의 한때는 봄날이 지나가듯 그렇게 흘러가고 마는 것. 이 영화의 영어제목은 작품의 분위기를 더욱 절실히 말해준다. 'One Fine Spring Day'.. 그저 좋았던 '한때'에 불과한 봄날은 계절이 변하고 시간이 흐르듯 지나가기 일쑤다.
많은 이들이 허진호 감독이 추구하는 작품의 장르를 '감성 멜로'라 부르지만, 필자는 이견을 지니고 있다. 그는 작품을 통해 그 어떤 누구보다 '잔인한 현실'을 반영하는 냉철한 사랑을 표현한다. 내용은 현실적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허 감독을 감성 멜로 작품의 달인이라 부르는 이유는 연출력에 있을 것이다. <봄날은 간다>에서는 사랑을 '소리'로 담아낸다. 대나무 사이로 들려오는 바람 소리로 남녀의 사랑을 담아내고 풍경 소리를 통해 사랑의 울림을 표현해낸다. 흐르는 냇물 소리와 함께 은수와 상우의 사랑도 흘러간다. 순간을 놓치지 않고 잡아두려는 남자, 상우는 그 '소리'들을 빠짐없이 녹음하여 기록하지만 둘의 사랑은 배고프면 쉽게 찾을 수 있는 라면처럼 특별할 게 없다.
은수가 상우와의 연애기간 동안 기억해내는 것 중, 손의 상처로 인해 피를 멎게 하는 방법은 사랑이 끝난 이후에도 기억될 만한 '정보'들이다. 그 사소한 정보는 특별해야만 할 듯한 사랑을 보잘 것 없는 것으로 무력화시킨다.
이 영화의 매력은 '보편성'에 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사랑의 시작에서부터 현실의 벽에 부딪힌 사랑의 한계, 그리고 끝내 변하고 마는 사랑. 지나고 보면 생의 흐름선상 위의 사랑, 그리고 누군가와 또 다시 시작할 사랑. 이 모든 사랑의 균일한 패턴은 우리 모두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봄날의 간다>가 지닌 매력이자 흥행할 수 있었던 요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