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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드로 알모도바르의 <그녀에게>

궁극의 소통을 그려낸 멜로드라마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많은 영화들을 좋아하지만, 그 중에서도 내가 가장 최고로 꼽는 작품은 <그녀에게>다. 지금까지도 내게 있어 이 영화에 대한 애정도는 막강하다.


'그녀에게'…. 간결하지만, 그래서인지 궁금증과 여운을 증폭시키는 제목이다. 영화는, 다양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 감동을 자아내는 내러티브에 예술혼까지 더해져 있다. 피나 바우쉬의 공연들과 단편영화<줄어든 연인>의 삽입은 관객들에게 영화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동시에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대사 없이 이어지는 공연과 영화는, <그녀에게> 속 두 남자 주인공 베니뇨와 마르코가 사랑하는 대상들과 소통하는 방법과 일치한다. 불의의 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져있는 알리샤와 리디아는 타인과의 직접적인 소통이 불가하다. 하지만 베니뇨와 마르코는 그녀들과의 진심어린 소통을 행한다.


영화는 극강의 외로움을 반영한다. 그 어떤 짝사랑보다 애절한 알리샤에 대한 베니뇨의 사랑이 그것을 말해준다. 말 없는 상대와의 소통은 외로움을 너머 멜랑콜리로 표현된다. 여느 남성들보다 유독 섬세하고 감성적인 면모를 드러내는 베니뇨와 마르코는 여인들과의 과거를 품고 외로운 사랑을 이어나간다. 특히, 집착과 광기가 뒤섞인 베니뇨의 사랑법과 그로 인한 기적 같은 사건들이 인상적이다. 침묵의 사랑을 극복하고 한 몸이 되고, 나아가 사랑하는 이를 흔들어 깨우는 막강한 힘을 직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그녀에게>는 소통의 부재가 심해져가는 오늘날, 우리에게 더욱 필요한 영화가 아닐까 생각한다. 혹자에겐 미친 열정으로 비춰질만도 하지만, 베니뇨의 사랑이 기적을 불러일으킬만큼 막강했다는 점은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의 사랑은 구원의 또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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