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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밤의 남산공원

아름다움에 취한 밤

7월 9일에서 10일로 넘어가던 밤. 새벽이라고 붙이는 게 정확한 표현일까. 여튼, 나는 이날 남산 공원에 올랐다.


매일같이 미세먼지에 신경 써야 하는 요즘이지만, 이날만큼은 달랐다. 밤에도 덥고 습한 공기가 온 몸을 옥죄는 것이 여름 날씨의 전형이지만 이날 남산의 밤은 가을날처럼 선선한 바람과 신선한 공기를 자랑했다(다소 쌀쌀하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장관을 보았다. 서울의 대표 야경지라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고, 여러 차례 방문하기도 한 곳이지만 이날의 뷰는 탄성을 자아낼 만큼 아름다움을 뽐냈다.



야경이 아름다운 도시 서울. 여기에서 아름다움의 대상은 화려한 인공 조명들이다. 사람들은 잠들었지만 그들이 안식하고 있는 건물 외벽은 쉼 없이 빛나고 있다. 이것이 대한민국의 풍경이다. 사람들은 쉬지만 그 동안 조명들은 여느 때보다 더 빛난다. 어둠을 밝혀주기 위해, 혹은 그 외의 용도로 빛나고 있는 빛들은 남산과 같은 고지에서 내려다봤을 때 우리가 느끼는 아름다움의 포인트이다.


이 아름다움은 자주 봐왔다. 너무나 익숙해서 아름답다고 느낄 수 없는 지경에까지 와 있는 상태이다. 그렇다면 나는 무엇에 감탄한 것일까.



자연이다. 깨끗한 공기 덕분에 서울에서 보기 힘든 초롱초롱한 별을 볼 수 있었고, 끊임없는 구름의 운동으로 하여금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달의 형태를 감상하는 재미도 있었다.



또 하나. 갈색날개매미충들의 존재를 알 수 있었고 그들의 움직임이 더없이 아름답다는 점도 생애 처음 인지할 수 있었다.



그야말로 '아름다운 밤이에요'라는 단문장 하나로 표현될 있는 시간이었다. 큰 관심 없었던 남산 공원에 대한 애착이 생길 것만 같은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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