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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비포 선라이즈>

제시와 셀린느! 이때가 가장 좋았지

기차 안에서 남자와 여자가 만난다. 그들은 사랑에 빠지게 되는데, 지켜보니 그 사랑은 순간의 쾌락이 아닌 영원히 기억될 열정적 사랑이었다. 우리가 한번쯤 꿈꿔왔던 사랑을 이뤄낸 제시와 셀린느. <비포 선라이즈>는, 이들의 저돌적이지만 한없이 로맨틱한, 열정적이지만 헤어질 수 밖에 없는 사랑이야기를 다룬다.


제시는 실연의 상처를 안고 미국으로 돌아가는 길에, 셀린느는 개강 준비를 위해 파리로 돌아가는 길에 만나게 된 그들. 젊기에 가능한 열정적이며 즉흥적인 둘의 사랑은 이해가 안 되기도 하지만 부럽기는 한없이 부럽다. 과연 내가 저 상황에 처한 셀린느였다면 낯선 남자의 갑작스런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을까, 그리고 헤어질 것을 미리 알고 있으면서도 그 남자를 따라 나섰을까, 하는 다양한 혼란들이 내 머리와 마음을 오가는 것 조차 마냥 신기하다. 그만큼 <비포 선라이즈>는 흡인력 있는 작품이다. 장르적으로 보면 마치 한 편의 다큐멘터리(제시가 말한 한 사람의 지루한 일상을 팔로우하는)를 보는 듯하지만 그들의 일상은 좀처럼 지루하지 않다. 그만큼 다양한 소재의 깊은 대화가 오가는 그들 사이에 감히 내가 끼어들고 싶다는 욕망까지 들 정도였으니 말이다.



<비포 선라이즈>에는 주옥같은 대사들이 가득하다. 감수성 예민한 셀린느의 풍미깊은 감수성과 그것을 시적인 감성으로 표현해내는 방법에 제시는 물론 나 또한 감탄했다. 그렇게 열정적이며 쉴틈없이 사랑을 나눈 이들은 어느덧 이별의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그리고 6개월 뒤의 알수 없는 재회를 약속한다. 이미 <비포 선셋>을 본 상태라 그들의 약속은 지켜지지 못할 것임을 알지만, 그들의 뜨거운 사랑은 결국 <비포 선셋>에서 확인할 수 있듯, 긴 세월이 흘러도 결코 잊혀지지 않을 만큼 강렬하게 자리잡게 됐다.


'첫 눈에 반하다'라는 말을 작품으로써 확인할 수 있게 되니 더없이 설렌다. 글쎄, 아직은 경험한 바 없지만, 어떤 이에게 첫 눈에 반하고 대화를 통해 그 관계가 짙어지고 결코 잊혀지지 않을 만큼의 열정을 쏟을 수 있는 사람을 만난다는 것. 남녀를 불문하고 모두의 로망 아닐까(그래서, 우리는 완전히 낯선 곳으로의 여행을 꿈꾸고 그곳에서 펼쳐질 새로운 경험 속에서 예상치 못할 로맨스를 꿈꾸기도 한다.)? 이들의 사랑이 로맨틱한 이유는, 우리의 로망을 '보여줬기' 때문이다(그리고, 비포 시리즈를 이미 알고 있는 우리들은 이들의 재회까지 알고 있으니 그 감흥은 배가된다. 물론, 마지막 시리즈는 지나치게 현실적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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