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도 언급했지만 요즘 다시 꺼내 읽고 있는 마스다 미리의 작품들. 두 번째로 집어든 책은 <주말엔 숲으로>이다. 제목에서부터 힐링이 느껴지지 않는가.
마스다 미리 작품들 중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이 책은 도심 속 일상에 지친 여성이라면 100%, 아니 120% 공감할 만한 내용들로 꽉 채워져 있다.
작품 속 주인공은 하야카와. 그녀는 프리랜서 번역가로 얼마 전 거처를 시골로 옮겼다. 그렇다고 딱히 전원생활을 한다거나 밭을 일구는 것은 아니다. 자급자족 라이프는 아니지만 숲과 호수 근처에서 살아가는 그녀의 삶이 여유롭고 평온해보이는 건 확실하다.
그렇다면 이 책의 제목이 '주말엔 숲으로'라는 것이 이해되지 않을 것이다. 하야카와는 '늘 숲 속에서 지내고 있기' 때문이다. 주말마다 숲을 찾는 인물들은 그녀의 두 친구 세스코와 마유미다. 이 둘은 도심(도쿄)에서 살아가고 있는데 매주는 아니지만 종종 하야카와의 집을 찾는다.
세스코와 마유미는 시골에서 홀로 살아가는 하야카와에게 '심심하거나 불편하지 않나'라고 묻는다. 하지만 낙천적인 하야카와는 오히려 시골에서의 삶에 만족하며 살아간다. 소소한 일거리로 영어 과외, 기모노 입는 법 강의를 하며 이웃과의 관계도 이어나가고 있다. 소통의 단절이 아닌 사람, 자연과의 교류를 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그녀는 '철학자'와 같은 면모를 보인다.
"그렇지만 너도밤나무는 추위에 무척 강해. 부드러운 나무는 눈이 쌓여도 휘어질 뿐, 부러지지 않는거지." - p. 30
"새에게도 모두가 그런 것처럼 이름이 있으니까. 우리도 마찬가지겠지. 그냥 '인간'이라는 사람은 한 명도 없는거야. 그저 '인간'이라고만 여기니까 생명이 가벼워진다, 라는 말이지." - p. 67
"달 뒷면은 어떤 모양일까? 달은 언제나 같은 면이 지구를 향하고 있대. 그러니까 우리들은 달의 뒷면을 모르는 거지. 그건 또 그대로 좋은지도. 달은 달이니까." - p. 95, 96
"그렇지만 날다람쥐라고 날기만 하는 것은 아니야. 날다람쥐는 위에서 아래를 향해 날지만, 아래에서 위로는 날지 못해. 아래로 내려오면 다시 나무를 오르지 않으면 안 돼. 편하기만 할 수는 없는 법이니까. (...) 오르라! 다시 하늘을 날기 위해!" - p. 105
"그래도 대단하지 않아? 이런 숲속의 잡초들은 커다란 나무에 가려 햇빛도 모르는데 살아 있잖아. 조금의 빛으로도 살아갈 수 있는 강인함이 있는거지." - p. 135
"아는 새가 처음 본 새처럼 보이는 건 새의 아름다움이 보였다는 거야, 분명" - p. 151
사실, 세스코와 마유미는 직장 생활에 지쳐있는 인물들이다. 특히 사람을 상대하면서 겪는 관계 스트레스에 지쳐있는 그녀들인데, 하야카와의 '명언'들을 새기며 스스로의 화를 잠재운다.
숲이 전하는 힘은 작중 인물들 뿐만 아니라 독자들에게도 전달된다. 산책과 카약을 통해 힐링하는 세 여성들의 일상을 염탐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위안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은 <주말엔 숲으로>가 지닌 매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