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있어도 보고싶은 그녀, 엄마♡
마스다 미리의 수많은 책들 중, 특히나 사랑하는 책<엄마라는 여자>. 이 책은 마치 발열기능을 갖고 있는 듯 따스하고도 포근하다. 듣는 순간 울컥해지는 단어 '엄마'. 보편적인 단어임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마음 속에는 대명사로 스며드는 그 단어. 세상 가장 존귀한 그녀들의 이야기는, 비단 내 엄마의 에피소드가 아니라 할지라도 공감대를 불러일으킨다.
<엄마라는 여자> 역시, 공감대를 다분히 갖춘 작품이다. 저자가 엄마와의 추억들을 소소하게 담아 낸 책인데, 어쩜… 그녀의 엄마는 굉장히 귀엽고(실례일 수는 있으나 이 표현이 가장 적절하다) 사랑스럽다. 글을 통해 느낀 바로는, 낙천적이고 친화적인 성격을 갖춘 사람으로 보인다. 정(情) 많고, 검소가 배어있음이 물씬 느껴지는 상황들이 다수 등장한다.
아주 자연스럽게 책을 읽는 동안 나의 엄마를 저자의 엄마에게 대입하게 됐는데, 많은 부분들이 묘하게 겹쳤다. 소소한 곳에서 행복을 느끼고 검소가 습관화되어 있는 나의 엄마. 무엇보다 '정이 넘쳐흐르는 태도'에 대해서는 완전히 공감했다. 글을 읽으면서 크게 웃기란 쉽지 않은데, 나는 이 책을 읽는 내내 어찌나 웃었던지(공공장소에서 읽었는데 살~짝 민망했던 적도 있다)…. 게다가 깊은 공감을 일으켰던 문장을 읽을 때면 고개를 (크게)끄덕였다.
아무튼, 내게 웃음과 공감을 준 책이다. 읽으며 엄마에 대한 다양한 감정들에 사로잡혔다. 매일 보는 얼굴이지만, 그래도 보고싶고 마음 한 켠으로는 미안한 감정도 일었다. 미안하기도 하고, 그래서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도 하지만 참 염치 없게도 그 마음은 그리 오래 가지 못한다는 게 자식들의 '문제'다. 하지만 그 문제를 인식한 그날, 나는 나의 엄마가 좋아하는 쫄깃쫄깃한 빵들을 선물해드렸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나는 엄마가 보고싶다.
[책 속에서]
엄마의 여행 가방에는 언제나 손톱깎이가 있었다.
여행지에서 손톱이 거치적거리면 곤란하다는 것이었다.
이런 사소한 물건을 일일이 챙겨 담는 엄마의 모습은 참 사랑스럽다.
더불어 집 밖에서 불필요한 물건을 사지 않으려는 알뜰한 사고방식에 고개가 숙여진다. - 19쪽에서
이젠 이웃끼리 음식을 주고받는 관행은 확연히 줄어든 것 같다.
혹여 무언가를 주더라도 돌려줄 필요가 없는 일회용 용기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엄마는 언제까지나 밀폐 용기 사용을 고수한다.
지금도 엄마의 식탁 위에는 열댓 개의 반투명 용기가 줄지어 놓여 있다.
그런 엄마의 식탁은 세련되진 않아도 보고 있으면 따스한 정이 느껴진다. - 27쪽에서
[웃김 주의] 예전에 한 유명 배우가 잡지에서 구두를 깔끔하고 효율적으로 수납하는 방법을 소개한 적이 있다.
구두를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찍고 그 사진을 구두 상자에 붙여두면 깔끔하게 보관하면서도 찾아 신기 편하다는 것이었다. 괜찮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는데 엄마도 그걸 본 모양이었다.
문제는 사진이었다. 엄마는 부엌 한구석에 파란 쓰레기봉투 한 장을 깔고 신발들을 촬영했다.
그 탓에 구두 상자에 붙어 있는 사진들은 죄다 마치 사건 현장에서 찍힌 신발처럼 음산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난 왠지 그 구두가 피해자의 유류품처럼 보였다. - 31, 31쪽에서
글을 쓰면서 지금까지 몰랐던 사실 하나를 깨달았다.
엄마를 떠올리면 항상 웃는 얼굴이라는 사실 말이다.
지금 내 머릿속의 엄마는 당장이라도 웃음을 터뜨릴 듯한 표정을 짓고 있다.
누군가가 나를 떠올렸을 때, 내 얼굴 또한 그랬으면 좋겠다.
그렇다면 나를 보고 싶어 하는 사람도 많지 않을까?
지금 내가 엄마를 무척이나 보고 싶어 하는 것처럼. - 35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