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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영화
<몸을 죽이는 자본의 밥상>


<몸을 죽이는 자본의 밥상>은 식습관과 건강의 관계를 밝히는 것에서 시작해, 정부와 축산 및 제약업계의 결탁이 대중에게 끼치는 영향을 고발하기에 이르는 다큐멘터리영화다.


감독 킵 앤더슨은 당뇨와 암, 심장질환 등의 가족력 때문에 오랫동안 건강 염려증에 시달려온 인물이다. 그러던 어느 날 ABC뉴스에서 베이컨, 소시지 등의 가공육이 발암물질로 분류됐다는 소식을 접하고 충격을 받는다. 몸에 해로운 음식을 피해왔다고 생각했는데, 어릴 적부터 발암음식을 먹어왔다는 사실에 놀란 그는 가공육에 대한 조사에 들어가기 시작한다.


가공육은 담배, 석면, 플루토늄과 같은 1군 발암물질이다. 사람들이 즐겨 먹는 붉은색 고기는 2군 발암물질이다. 하지만 대부분은 이 사실을 모른 채 살아가고 있다. 미디어에서는 오히려 육류 섭취를 권장하곤 한다. 유행이 된 '먹방' 콘텐츠에서는 빠지지 않고 육류를 재료로 한 메뉴가 등장한다. 이는 대중이 고기와 사랑에 빠지게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한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건강을 책임져야 할 미국 심장 협회, 압 학회, 미국 당뇨 협회 등에서는 자신들이 퇴치하려고 노력해야 할 질병과 연관이 있는 음식을 오히려 '추천 식단'으로 권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심장 협회는 소고기를, 암 학회는 가공육을, 미국 당뇨 협회는 새우베이컨말이를 추천 식단으로 홈페이지에 게재하고 있다.


이 아이러니한 상황의 이유를 찾기 위해 감독은 후원사를 검색해본다. 그랬더니 답이 나왔다. 각 협회의 후원사는 축산, 낙농업계와 긴밀한 관계가 있었다. 세계 최대 유제품 회사인 '다농'과 가공 치즈 브랜드 벨비타로 유명한 '크래프트', 가공육으로 된 아동식품 런처블로 유명한 '오스카 메이어'가 미국 당뇨 협회를, 세계에서 가장 큰 육류 기업 '타이슨'과 '피자헛' 'KFC' '타코벨'을 소유한 '얌!'이 암 학회를 후원하고 있었다. 미국 심장 협회는 켄터키, 네브라스카, 콜로라도, 아이다호 우육협회와 수많은 패스트푸드, 가공식품 회사로부터 수십만 달러의 후원을 받고 있었다.


이렇게 세상은 '돈으로 돌아가고' 있다. 국민의 건강을 책임질 의무가 있는 정부기관이 돈 앞에서 책무를 피하고 있는 것이다. 단순한 책무회피가 아닌, 도덕성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이렇게 사람들의 건강을 해치면 병원과 제약업계가 돈을 번다. 이 악순환에 의해 현대인은 끊임없이 아플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실제로 축산, 제약업계의 로비 수준은 상당하다고 한다.


그래서 <몸을 죽이는 자본의 밥상>은 육류를 피하는 식습관, 즉 채식을 제안한다. 많은 사람들이 비건에 대해 건강하지 않을 것이라는 편견을 갖고 있다. 특히 충분양의 단백질을 섭취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영화에서는 식물성단백질이 충분한 식단을 섭취하면 하루 단백질량을 채울 수 있다고 말한다. 가령, 현미밥과 브로콜리 2,000kcal를 섭취할 경우, 현미밥 50g, 브로콜리 30g의 단백질 섭취가 가능해 1일 80g의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음식들 외에도 녹색 채소와 콩류에는 충분한 식물성단백질이 포함돼 있다.


많은 이들이 육류가 단백질의 근원이라고 오해하고 있다. 하지만 단백질은 근본적으로 식물에서부터 기인된다고 한다. "우선, 모든 단백질은 근본적으로 식물에서 온 것입니다. 공기에서 질소를 포집해서 질소 분자를 분해해 아미노산 화합물을 만들어 단백질을 합성하는 건 식물만 할 수 있어요. 고기를 먹어서 섭취하는 단백질은 식물 단백질이 재활용된 겁니다." 생리학적인 관점에서 봐도 식물성단백질이 동물성보다 유익하다.


사실 우리는 너무 많은 단백질을 섭취하고 있다. 1일 단백질 권장량은 50g인데, 미국인 평균 섭취량은 100g에 이른다고 한다. 단백질 섭취에 대한 지나친 강박증에 시달리고 있는 우리들의 현실이다. 육류를 반드시 먹어야 할 이유는 없는 것이다. 나의 생각으로 육류 섭취의 가장 큰 이유는 '맛있어서'인 것 같다.


그렇다면 이 다큐멘터리는 '왜' 육류 섭취를 피하라고 하는 것일까. 이유는 단순한 건강 문제를 넘어선다. 우리가 섭취하게 되는 고기는 사육 과정에서부터 수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가공된 사료를 먹은 육류를 섭취하면 먹이사슬구조의 우위에 있는 우리는 그 모든 것을 먹게 된다. 그 외에도 바이러스, 고름이 일으키는 문제, 동물의 배설물과 사육 과정에서 살충제를 뿌림으로써 발생하는 시설 주변에서 살아가는 시민들의 건강, 환경 문제 등이 있다. 결국, 하나의 잘못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유기적인 문제를 일으킨다. 우리가 살아가기 위해 섭취하는 육류가 인간과 환경을 병들게 만드는 것이다. 이는, 환경 오염 문제가 심각해질수록 더 큰 문제를 일으킨다.


"다이옥신이 가장 유독합니다. 인간의 유해 물질 노출의 93%는 고기, 우유, 유제품에서 비롯돼요. 먹이사슬에서 효율적으로 축적되기 때문입니다. 단 하루 동안 풀을 먹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소가 섭취한 다이옥신은 체내 지방에 축적되고 그 소의 우유와 소고기, 그리고 유제품을 먹는 모든 사람이 모든 먹이사슬의 단계에 들어가는 거죠. 남자는 그런 체내 다이옥신을 배출할 방법이 없습니다. 여자는 두 가지의 배출 방법이 있는데 임신, 출산과 관련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어머니가 고기와 우유 및 유제품을 먹었고 아기 때 모유를 먹었다면 수은이나 다이옥신과 같은 유독성 물질의 가장 큰 영향을 아기가 받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육류(와 그에 연관된 유제품, 달걀)의 섭취량을 낮추는 것이 좋다. 위와 같은 문제들 외에도 육류 섭취는 비만이나 과체중, 혈관 장애, 심장병을 일으켜 당뇨와 치매, 암 등의 큰 병을 유발하는 원인이 된다. 암, 당뇨 등의 병은 유전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생각하지만 전문가들은 모든 병의 원인을 식습관에 있다고 본다.


"당뇨는 절대로 고탄수화물 식단이나 당분 섭취로 발병하는 것이 아닙니다. 당뇨의 원인은 혈관에 지방이 축적되는 식습관입니다. 전형적인 고기 위주의 동물성 식단을 말씀드리는 겁니다."

"50만 명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연구에서 탄수화물 섭취량은 당뇨병 발생률과 반비례했습니다. 오히려, 육류가 관련성이 높았습니다."


나는 고기류를 먹지 않는 페스코(pescetarianism) 채식주의자이다. 어릴 적부터 돼지, 소고기를 그리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한 상황이기도 하다. 닭요리를 즐길 때가 있었으나 이 마저도 피한지 좀 됐다. 한때 완전한 채식주의자인 비건(vegan)의 길을 걷기도 했지만 그 기간은 세 달을 채 넘지 않았다. 비건을 결심했을 때는 나의 몸 상태가 썩 좋지 않았기 때문이었는데, 식물성 음식만 먹었더니 몸의 변화를 체감하고는 채식이 좋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후, 의식적으로 육류와의 단절을 선언했다. 육류를 먹지 않아도 충분한 체력을 갖고 있고, 잔병치레도 없는 편이다. 살아가면서 전혀 문제될 것이 (아직은)없다. 달걀요리와 유제품은 좋아하는 편인데, 이 다큐멘터리를 시청한 후 섭취량을 줄여야겠다고 다짐했다.


육류와 가금류에 대해 지적하는 영상이나 서적은 접해왔는데, 유제품과 달걀 섭취의 문제를 강력하게 주장하는 영상을 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우유와 달걀이 소와 닭에서 나오는 것이라는 점을 알면서도 문제가 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나 역시 각 식품들의 장점만 강조해온 미디어의 영향을 받았던 것이다. 우유는 송아지의 성장을 위한 것이고 달걀 역시 병아리가 탄생하기 위한 환경이라는 사실을 자각하면 굳이 이것들을 인간이 먹어야 할까, 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몸을 죽이는 밥상>은 모든 병의 원인이 식습관에 있다는 주장에 동의하는 나에게는 흥미로운 작품이었다. 나는 채식을 지향하지만, 모든 사람이 채식하기를 기대하지는 않는다. 나는 그것들을 먹는다고 해서 건강이 나빠지거나 더 빨리 죽는다고 경고할 수 있는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너무 많은 육류의 섭취는 피하는 편이 좋다고 생각한다. 인류의 건강 문제 뿐만 아니라 환경사이클과도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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