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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나리> 리뷰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선댄스 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시작으로 골든 글로브 최우수 외국어영화상 등 전 세계 75관왕을 기록해 화제를 모아온 <미나리>가 드디어 개봉했다. 세계적으로 작품성을 인정 받은 작품인 만큼 영화팬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던 이 영화는 순수하고 솔직하다.


한국계 미국인인 정이삭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를 옮긴 <미나리>는 1980년대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이주한 이방인들의 상황을 반영한다. 1978년 미국 콜로라도 덴버에서 태어나 아칸소의 작은 농장에서 자란 감독의 성장기가 담겨 있다. 추억을 미화하지 않고 담담하게 그린 점이 인상적이다.


제목부터 한국성이 돋보이는 영화다. 대사에서도 드러나지만 한국이 원산지인 미나리는 척박한 환경에서도 뿌리를 내리고 자라나는 '강단 있는' 풀이다. 이에 걸맞게 영화 속 인물들도 힘들지만 굳건하게 살아나간다.


<미나리>는 일가족의 삶을 관조한다. '제이콥(스티븐 연)'은 50에이커의 농장을 갖고자 하는 꿈이 있다. 쓸모 있는 가장이 되기 위해 대출을 받아 아칸소의 한 시골 마을로 이사한다. 아내 '모니카(한예리)'는 덩그러니 놓인 트레일러 주택을 보고 혀를 차지만 다시 한 번 남편을 믿고 결정에 따른다.



딸 '앤(노엘 케이트 조)'과 아들 '데이빗(앨런 김)'은 새로운 환경에 호기심을 느낀다. 생계 유지를 위해 제이콥과 모니카는 병아리 감별사로 일하고 틈틈이 제이콥은 농장 개척을 위한 활동을 한다. 제이콥은 한국 농작물을 심어 한국 음식이 그리운 이들에게 팔 궁리를 한다.


일이 바빠지자 모니카는 한국에 있던 엄마 '순자(윤여정)'에게 도움을 청한다. 한국에서 한약과 멸치, 고춧가루, 미나리씨 등을 싸들고 딸의 집을 찾은 순자. 그러나 순자를 대하는 손자들(특히 데이빗)의 반응은 석연치 않다. '한국 냄새'가 잔뜩 나는 할머니를 피하고 놀리는 데이빗의 모습은 낯선 땅의 이방인들이 겪는 딜레마를 반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순자는 딸의 가족을 이해하고 보듬어준다. 뿐만 아니라 산기슭 냇가를 찾아 미나리씨를 뿌리는 등 가족의 성공을 위해 이바지한다. 물론 가족의 모든 것을 잃게 만든 장본인이기도 하지만.



<미나리>는 척박한 환경에서 꿈을 이루기 위해 분투하는 일가족의 모습을 통해 이방인(이민자)들의 희로애락을 묘사한다. 꿈과 현실의 상충에서 오는 절망과 슬픔도 있는 반면 가족애로부터 느낄 수 있는 기쁨이 있다. 끈질기고 강인한 생명력을 지닌 미나리는 모든 것을 잃은 상황에서도 재기할 수 있는 '희망'을 상징한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없듯 위기 없는 성장도 없는 법이다. 이 영화를 본 모든 이들은 제이콥 가족의 앞날에 초록빛이 펼쳐질 것임을 직감할 것이다.



영화 <미나리>는 낯설고 투박한 것투성이다. 그래서 더 시대반영적이고 순수하게 느껴진다. 예비 관객들을 위해 알리건대 작품성은 훌륭하지만 오락성(재미) 있는 영화는 아니다. 그러나 시대상과 민족성을 잘 반영했기에 훌륭한 시대극으로 불러도 손색 없다.


<미나리>는 오스카 입성을 기대하고 있다. 좋은 결과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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