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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파리 폴리>

사랑에도 ‘틈’이 필요하다

사랑에도 적정한 거리가 필요하다. 사랑한다고 해서 매일같이 붙어있고, 모든 것을 함께 하려고만 한다면 어느 순간 '숨 쉴 틈'조차 없음을 느낄 때가 오게 마련이다.


<파리 폴리>는 권태기에 빠진 중년 부부(자비에와 브리짓)에게 '틈'을 제공한다. 서로 사랑함은 확신하지만 무뎌지고 느슨해진 관계는 권태를 유발할 수 있다. 충분히…. 그러던 아내 브리짓은 일탈을 행한다. 자신의 고질적인 피부병을 치료한다고 밝힌 후 3일 간 파리로 떠나는 것이다. 파리로 향한 계기, 파리에서 만난 감정 또한 모두 '사랑'에 기인한다. 이 말은, 브리짓은 늘 사랑을 갈구하고 있다는 뜻.


하지만 세상에 완벽한 비밀은 없는 법. 브리짓의 일탈을 자비에가 알아버리고, 놀랍게도 자비에는 브리짓의 행태를 멀리서 지켜보기만 한다. 이렇게 중년의 로맨스는 '차분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데,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점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과연 왜 자비에는 브리짓에게 화 내지 않았을까! 그도 '전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경험을 통해 브리짓의 일탈의 결말도 그는 이미 알고 있었던 듯 하다.


(다행히도) 브리짓은 일탈 후 자신의 '자리'로 돌아온다. 그리고선 그들은 '함께' 여행한다. 사해로의 여행. 내외면의 치유를 허락하는 그곳으로의 여행을 담은 장면은 굉장히 아름답다. 탁 트인 하늘빛과 흔들림없는 바다. 강렬하진 않지만 그들의 관계가 이전과는 달리 '확' 트였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엔딩 신(scene). 더욱이 아름다웠던 것은 사해 위에서 자비에와 브리짓의 몸이 일체화되어가는 과정을 담아낸 롱테이크샷! 그 샷을 보면서, 앞으로 그들에겐 마치 단 한 번도 흔들림이 없을 것만 같은 희망을 볼 수 있었다. 너무나도 아름다웠던 엔딩 신 한 장면만으로도 <파리 폴리>는 '아름다운 영화'로 기억될 것 같다.


또 하나 아름다운 장면을 꼽으라면, 아들의 곡예 장면이 잊히지 않는다. 그의 몸짓은 마치 '재기될 부모의 관계'를 상징하는 듯 했다. 아름다운 장면들만으로도 필자에겐 인상 깊었던 영화<파리 폴리>. 프랑스 영화답게 현실적인 면이 다분한 이 영화. 루즈한 느낌은 있지만, 그 덕분에 생각하며 감상할 시간이 풍족했던 것 같다.

이렇듯, 권태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서로에게 '틈(시간)'을 마련해주는 것도 필요하다. 서로의 틈을 줄이면 줄일수록 답답함에 오히려 폭발할지도 모른다. 한껏 부풀린 풍선이 어느 순간 터지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진정 사랑한다면, 일탈은 일탈로 끝날 것이다. 자비에와 브리짓 부부처럼 그들은 제자리로 돌아올 것이며, 묵묵하게 서로의 존재에 감사해하며 사랑해나갈 것이다.


적당한 '틈'은 관계에 있어 필요하다. 각자를 존재를 확인하고 상대의 소중함을 깨달을 수 있는, 어쩌면 '결정적인 계기'가 될 수 있다. 이 영화를 보며 또 한 가지 확인할 수 있었던 점은 사해의 아름다움이다. 사랑의 도시 파리보다 더 향하고 싶은 곳, 사해! 영화에서 말하는 '효험'이라는 걸 필자도 느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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