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한강의 <목소리>

'궁금하다, 그녀의 목소리'

[목소리]


사람이 죽을 때 가장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감각은 청각이라고 남자는 들었다.

볼 수도 냄새 맡을 수도 고통을 느낄 수도 없는 마지막 순간까지 이승의 소리들은 귓전에 머물 것이다.

아무것도 보지 못하는 태중에서 소리부터 듣게 되는 것과 같이.

남자는 얼굴보다 목소리가 아름다운 여자와 함께 살았다.

어둠 속에서 여자가 속삭이는 음성을 듣다가 잠들곤 했다.

여자가 나직이 노래를 흥얼거릴 때면 하던 일을 멈추고 눈을 감았다.


남자가 여자의 목소리를 좋아한다고.

연필 같아서 그렇다고 했을 때 여자는 강아지풀 같은 웃음을 터뜨렸다.

그게 대체 무슨 말이야?

여자의 목소리가 깊은 밤 종이 위에서 사각거리는 연필소리 같다는 말을 남자는 하지 않았다.


남자의 유일한 염려는, 여자의 목소리가 그보다 먼저 지상에서 사라지는 것이다.



- 책 <내 여자의 열매> '아홉 개의 이야기' 중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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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깨우고 재우는 목소리. 이는 시작과 끝을 의미한다.

그렇기에, 사랑하는 이의 목소리가 사라진다면 불안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작중, 여자의 목소리에 대해 남자가 느꼈던 감정.

차마 말하지 못했던 감정을 표현한 부분.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문장이다.

'여자의 목소리가 깊은 밤 종이 위에서 사각거리는 연필소리 같다는 말을 남자는 하지 않았다.'

깊은 밤의 어둠에 대한 두려움을 잊게 만드는 사랑하는 그녀의 목소리. 그 어떤 것보다 강한 울림이다.

그녀의 훌륭한 목소리. 왠지 필자도 들어보고 싶다. 밤이 두려울 때면 그녀의 목소리가 더 간절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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