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이나 스토리를 전달하는 데 있어 완벽한 도구는 말이 아니다.
말은 감정과 상황과 스토리가 다 지나간 뒤에 '겨우' 남는 찌꺼기일지도 모른다.
무슨 일이든 말이 먼저인 경우는 없다.
말은 가장 마지막에 혼자 남은 자가 긁어모아 기록할 수 있는 연약한 도구일 뿐이다.
물론 말이 전부이거나 완전할 때도 있다.
선언과 예언, 잘 표현된 문학작품에서는 말의 위력이 크다.
그러나 일상에서 많은 경우 말은 참 무용지물이거나 요령부득, 사고뭉치일 때가 많다.
말보다 더 효율적이고 강한 도구는 몸이다.
몸은 말보다 적절한 언어를 더 잘 찾는다.
말은 수없이 거짓말을 할 수 있지만 몸은 웬만해선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 책 <소란> 217쪽
(박연준 산문집 / 북노마드)
말보다 몸이 더 진솔한 표현의 도구라는 점은 인정한다.
하지만 너무 진솔한 나머지, 이성을 못 찾을 때는 언어의 힘을 빌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여기에서 말하는 언어라는 건 말이 아닌 '글'.
글 또한 충분한 생각과 때로는 거짓을 표현하는 방식일 수는 있지만,
나쁜 의도가 아니라면야 글은 한 사람의 세계관과 내면 깊은 곳을 전달하는 큰 힘을 지닌 도구이다.
가장 솔직한 것, 몸(실천). 그리고 조금 더 이성이 사로잡힌 글. 이 둘은 내가 좋아하는 도구들이다.
말은, 가장 원활한 소통을 위한 수단이지만, 그렇기에 가장 가볍고 어쩌면 하찮은 것일 수 있다.
도움이 되는 도구라기보다는,
잘못 사용하면 흉기가 될 수 있는 말을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한 번 쯤 더 '생각'하고 뱉을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