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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치콕 영화 <이창>

'관음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우리 모두에게는 관음에 대한 욕망이 있다. 상대가 자신을 훔쳐보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상대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음하는 것. 이 얼마나 짜릿한가? 왠지 모를 우월감도 느낄 수 있다. 호기심이라는 단순한 욕망에서 시작된 관음이 점점 대상의 공간으로 들어간다면? '아!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알프레드 히치콕의 영화 <이창>은 '치밀한 서스펜스' 작품이다. 사진작가 제프는 다리를 다쳐, 아파트에 갇혀 지내게 될 신세에 처한다. 혼자의 시간을 감내해나가야만 하던 그에게 심심함을 달래줄 '취미'가 생긴다. 바로 '관음'이다. 아파트 입주자들을 관찰하기 시작하는 제프. 그는 입주자들에게 별명을 지어가가는 등 관음에 재미를 붙여나간다. 그러던 중 제프는 입주자들 중 한 부부에 수상함을 느끼게 된다. 아내가 죽음에 이르게 되는데, 이에 제프는 그녀의 남편이 살인자일 수 있다는 정황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그때부터 제프의 수사가 시작된다.


사실 관음증은 누구나에게 있는 욕망이다. 비단 제프만 지닌 정신적인 문제가 아니라는 거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모두 관음증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타인을 훔쳐봐왔던 제프 역시, 누군가의 관음 대상이 된다.



<이창>에서 극명하게 드러내는 서스펜스 신(scene)은, 사건 진상을 파해치기 위해 연인 리사를 현장으로 들여보낸 장면이다. 망원경으로 현장을 지켜보는 제프는, 살인자로 생각한 남자가 집으로 들어가는 것을 본다. 제프는 자신이 벌인 상황이 들킬 위험에 처한다. 이 상황은 제프만 알고 있는 것이 아니다. 영화를 보고 있는 관객 또한 제프와 함께 상황을 관음하고 있다. 이를 통해 히치콕은 관객들의 시선과 심리를 제프와 동일시시킨다. 관음에 동참시킴으로써 우리 모두가 관음의 욕망을 지니고 있음을 '확인'시킨다. 이 숨막히는 현장의 위험을 당사자인 리사 혼자만 모르고 있는 셈이다. 안달나지만, 제프의 몸은 묶여있다. 불안함이 엄습하는 상황에서도 관음밖에 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인 제프. 만약 당신이 이러한 상황에 처해있다면 어덜까?


이 서스펜스! 시대적으로 따져봤을 때, 가히 '혁명적'인 아이디어와 연출이 아닐 수 없다. 갇힌 공간, 작디작은 눈동자. 이렇게 협소한 상황과 도구에서도 우리는 상당히 많은 것들을 간파할 수 있다. 히치콕은 이 '힘'을 살려내기 위해 면밀할 연출력을 발휘해낸다. 타이트한 쇼트의 사이즈 만큼 관객들의 심장을 조이는 것 또한 인상적이다. 카메라로 관객의 심장을 움켜쥐는 능력을 갖춘 감독, 알프레드 히치콕. 그는 진정한 서스펜스의 대가! 거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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