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로맨스계의 블랙코미디
영화<500일의 썸머> 속 남자 주인공 '탐'을 보며 속 시원히 비웃을 수 있는 관객은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이 영화는 비단 탐과 여주인공 썸머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너무도 현실적인, 마치 우리의 이야기를 옮겨놓은 듯한 이 영화는 직장에서 사랑에 빠진 탐과 썸머의 이야기를 소재로 다룬다. 탐은 자신이 썸머와 진정한 사랑에 빠졌다 느끼며 사랑하는 과정, 이별 후의 괴로움 등을 겪지만 결국 그것이 아니었음을 깨닫게 된다.
영화는, 사랑의 시작은 예측할 수 없으며, 일반적인 연애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진정한 사랑은 미묘한 타이밍에 의해 시작되고, 또한 끝맺음될 수 있다고 말한다.
500일 간 썸머를 만나면서 겪는 에피소드를 순차적이 아닌 방식으로 연출하면서 영화에 재미를 부여한다. 한편, 탐과 썸머 각자의 생각을 나열하는 장면, 특히나 탐이 썸머의 파티장에 갔을 때의 이상과 현실을 보여주는 장면은 내가 꼽은 <500일의 썸머>의 베스트 신이다. 씁쓸하기 짝이 없는…. 그 어떤 미사여구로 상황을 꾸미려 해도, 그녀-혹은 그와의 관계를 포장하려 해도 억지로 되지 않는 것이 사랑이더라.
이 씁쓸한 썸머와의 연애와 이별을 겪은 후, 우연히 만나게 된 다음 여자의 이름은 '어텀'. 즉, 가을이다. 과연 여름을 보내고 다가온 가을은 어떤 사람일까. 엔딩에서의 탐의 표정을 잊을 수 없다.
달콤보다는 쌉싸름함을 더 많이 다룬 영화<500일의 썸머>는 보는 내내 씁쓸하고 안타까움을 내려놓을 수 없다. 애써 슬프게 다뤄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마치 우리의 사랑과 닮은 영화라 그런지 결코 비웃을 수도, 싫어할 수도 없는 작품이다. 이 영화, 참 매력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