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재미 가득한 실화 영화
<아이 캔 스피크>. 추석을 앞두고 개봉한 영화답게 훈훈한 영화다. 재미와 감동을 두루 갖춘 이 영화는, 게다가 '실화를 기반으로 한' 작품이다.
이 영화가 좋았다고 느꼈던 주 이유는 영리한 연출에 있다. <아이 캔 스피크>의 주제로 향하는 소재는 위안부다. 위안부, 하면 떠오르는 상념은 애달픔, 고통, 한, 분노 같은 것들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소재가 명확하게 드러나기 이전까지 소재와 더불어 그와 얽힌 감정선들을 드러내지 않는다.
중반부까지 영화는, 한 9급 공무원 민재와 민원 넣기 대장인 도깨비 할매 옥분과의 거리 좁히기에 집중한다. 원칙 따지기의 대장 두 명이 벌이는 좌충우돌 에피소드는, 재미와 훈훈함을 한껏 안고 있다. 민재와 옥분이 결정적으로 가까워지게 된 계기는 '영어 공부'다. 영어에 대한 학구열을 높을대로 높은 옥분의 눈에 영어를 곧잘하는 민재가 띈 것. 그렇게 옥분은 민재에게 영어를 배우면서 가까워진다.
하지만 민재는 옥분이 '왜' 영어를 배우려고 하는지에 대한 정확한 이유를 알지 못한다. 민재가 옥분에게 영어를 배우려는 이유를 묻자 털어놓게 된 사연. 그녀의 동생이 어릴적 미국으로 입양된 후 단 한번도 만나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통화라도 하고 싶은데, 부족한 영어 실력 탓에 늘 "Hello"만 듣고 끊어버리고 만 것. 그런 옥분의 사연에 연민을 느끼고 더 열심히 돕기 시작한 민재. 하지만 이 사연에는 더 깊은 아픔이 젖어든다.
영화가 끝으로 향할수록 옥분의 인생사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그토록 힙겹고 외로운 삶을 살아온 사람도 많지 않을 것이다. 옥분의 사연은, 2007년 연방하원에서 통과된 '위안부 결의안'을 앞두고 이용수 할머니가 공청회에서 증언하기까지의 과정을 옮긴 것이다. <아이 캔 스피크>는 미국 의회사상 처음으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위해 열린 청문회인데다, 이용수 할머니의 결정적인 증언으로 위안부 결의안이 만장일치로 통과된 이 '사건'을 모티프로 한 영화다.
옥분이 청문회에 참가한 이후부터, 그녀를 향한 사람(관객)들의 시선을 일제히 달라지기 시작한다. 얼마나 힘든 삶을 살았을까. 홀로 버티고 버텨온 인생은 그 자체만으로도 드라마틱하다. 실제로 영화의 하이라이트격인 청문회 증언 신(scene)은, 버지니아주 소재 의회에서 촬영돼 현장감을 드높이기도 했다. 옥분의 증언 과정이 '더욱 감명 깊었던' 이유는, 그간의 영어 학습을 뒤로한 채 '한국어로 증언했다'는 점에 있다. 그녀는 진정으로 자신이 하고 싶었던 뼛 속 깊은 말을 모국어로 진솔하게 내뱉었던 것이다.
재미와 감동이 적재적소에 배치된 훈훈한 실화 영화 <아이 캔 스피크>. 한 번씩 '울컥'하게 만드는 대사, 장면들이 있기에 눈물 훔칠 수 있는 휴지나 손수건을 미리 준비하고 가라고 권하고 싶다. 가족영화로 보기에 이만큼 좋은 영화가 또 있을까 싶다. 추석 연휴, 가족과 함께 관람할 영화를 찾고 있다면 추천, 또 추천하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