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사찰의 대명사 선운사
겨울의 깊이가 더해질수록 화려한 눈꽃 산행만큼이나 정적인 설경을 찾는 이들이 늘어난다. 고창군에 위치한 선운사(전라북도 고창군 아산면 선운사로 250)는 평탄한 산책로와 고찰의 기와지붕이 어우러진 고즈넉한 풍경으로 겨울철 대표적인 설경 명소로 꾸준히 언급된다.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안에 자리한 이 사찰은 백제 위덕왕 24년(577년), 검단 선사가 창건한 천년 고찰이다. 이름 그대로 구름 속에서 깨달음을 얻는다는 의미를 품고 있으며, 겨울 안개가 내려앉은 아침의 선운사는 신비로운 고요 속에 잠긴 듯하다.
한때 89개의 암자를 거느렸던 대찰은 정유재란 이후 재건되어, 오늘날 보물로 지정된 금동보살좌상과 대웅전을 비롯해 총 25점의 귀중한 문화재가 역사의 숨결을 이어가고 있다.
선운사가 겨울 사찰의 대명사로 자리 잡은 이유는 설경과 더불어 천연기념물 제184호인 동백숲이 빚어내는 독보적인 풍경 덕분이다.
나뭇가지마다 소복이 쌓인 눈꽃 사이로 고개를 내민 붉은 동백의 대비는 보는 이들의 탄성을 자아낸다. 하얀 눈 속에 핀 붉은 숨결, 이른바 설중 동백의 미감은 겨울 선운사만이 줄 수 있는 강렬한 상징이다.
선운사는 오전 6시부터 저녁 7시까지 누구나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다. 문화재보호법 개정으로 사찰 입장료가 전면 무료화되었으며, 주차 요금 또한 받지 않아 부담 없이 찾아볼 수 있다. 덕분에 방문객들은 오롯이 고찰의 고요한 정취와 눈 덮인 풍경에 몰입할 수 있다.
해발 336m의 선운산은 높지 않지만, 서해안 특유의 많은 적설량 덕에 본격적인 추위가 시작되면 사찰 전체가 포근한 설경으로 덮인다.
무엇보다 선운사의 가장 큰 매력은 누구나 평등하게 겨울의 아름다움을 누릴 수 있다는 점이다. 주차장에서 대웅전까지 이어지는 길이 무장애길로 조성되어, 계단이나 경사로의 부담이 없다. 이동이 쉽고 동선이 짧아 노약자나 휠체어 이용객도 무리 없이 산사의 설경을 즐길 수 있다.
고된 산행 없이도 고찰의 분위기와 계곡의 눈꽃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는 점이 바로 선운사 겨울 여행의 백미다.
평탄한 길을 따라 걸으며 흰빛 속에 피어난 붉은 동백의 위로를 느껴보고 싶다면, 이번 겨울 고창 선운사로의 산책이 더없이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