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반죽 모닝빵
얼마 전 커커와 함께 먹은 ‘현미 치킨 레몬 수프’
수프는 양송이 아니면 감자가 전부라고 생각했던 내게 무려 ‘현미와 치킨과 레몬을 넣은 수프라니!’ 이름처럼 세 가지 재료가 각각의 개성을 뽐내면서도, 수프라는 하나의 요리로 어우러져 한치의 어색함이 없는 그 맛이 다정하게까지 느껴졌다.
밑반찬 위주로 먹는 생활을 하다가 가끔 이런 음식을 맛볼 때면 내가 ‘우물 안 개구리’라는 생각이 든다. 단순히 처음 먹어봐서라기보다는 생각해 본 적 없는 식재료의 조합, 내가 자주 사용하는 재료의 색다른 조리법, 그리고 보기 좋게 그릇에 담아내는 요리사의 솜씨를 통해 요즘 나의 생활을 되돌아보게 되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나에게는 이렇게 특별히 예쁘고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지금은 둘 다 한창 육아 중이라 만나지 못하고 있지만 결혼 전에는 다음 계절이 오기 전에, 한 해가 저물기 전에는 꼭 한 번씩 만나 맛있는 음식을 함께 먹고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던 그녀. 그녀는 우리가 만나기 전 늘 정성스럽게 맛집 리스트를 준비했고, 그것은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었다! 아무튼 내가 그녀를 떠올리는 이유는, 맛있는 음식을 먹고 감동했을 때 하는 그녀의 표현 때문이다.
‘아! 이렇게 맛있는 걸 이제야 먹어보다니, 조금만 일찍 알았더라면 더 많이 먹어봤을 텐데 진짜 아쉽다!’
정말이지 귀엽고, 무척이나 솔직한 이 표현은 내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평소 좋아하는 일에 성실함을 넘어서 진심으로 애정을 쏟는 ‘그녀 다운’ 표현이었다. 나는 그 후로 안타깝게도 어른에게서는 이런 순수함을 담은 감탄사를 들어본 적이 없다.
그러다 며칠 전, 책을 읽다가 나도 모르게 무릎을 탁! 하고 치면서 이 말이 불쑥 튀어나왔다.
“아, 이 책을 조금 더 일찍 읽었더라면 정말 좋았을 텐데! 속상하다.”
더 늦기 전에 이 글을 읽게 된 안도감과 작가를 꿈꾸는 나에게 잘 쓴 글이 주는 위축감이 뒤엉킨 감정이었다. 그러나 그게 나쁘지만은 않았다. 오히려 내가 글을 쓰는 일에 진심이라는 생각이 들어 기뻤다고나 할까. 적어도 내 꿈에 있어서는 일말의 순수함이 남아있음을 느낀 날이었다.
아, 먹고 싶다 현미 치킨 레몬 수프. 아쉬운 대로 냉동실에 넣어둔 인스턴트 수프를 데워 모닝빵을 푹 담가 먹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