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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과자책 0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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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마음을 담아

기본 도구 소개

 

 7년 전, 나는 작은 카페를 운영하며 커피와 함께 곁들여 팔면 좋을 것을 고민하다 과자를 만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손바닥 만한 크기의 과자를 구워 ‘큼직 쿠키’라고 이름을 짓고 손글씨로 오늘의 운세 또는, 하고 싶은 말을 멋대로 적어 포장지에 붙인 다음 아메리카노 한 잔과 함께 출근길 모닝 세트로 판매했다. 그때 적은 것은 대충 이런 문장들이었다.     


 ‘오늘 동쪽에서 귀인이 나타납니다.’

 ‘내일 할 일은 내일 하자’

 ‘피할 수 없다면 눈 질끈 감고 안 하는 걸로 하자’     


 처음엔 재미있었으나 매일 새로운 멘트를 적어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인지 그 일은 어느새 아무 말 대잔치로 변질되었고, 고심 끝에 쿠키 이름만 적기로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거의 매일 아침 출근길에 오셔서 모닝 세트를 사 가시는 손님께서 ‘요즘은 왜 재밌는 말 안 써주세요? 저 사실 그 손글씨 스티커 떼어서 다이어리에 붙여놓고 우울할 때 보거든요. 꼭 말씀드리고 싶었어요. 고맙다고. 그리고 쿠키 정말 맛있어요.’라고 말씀하시면서 수줍은 얼굴로 다이어리를 펼쳐서 보여주는 게 아닌가? 나는 속으로 고마우면서도 얼마나 부끄러웠는지 모른다. 하나라도 더 팔아보려고 수를 쓴 것이었는데 정말 뜻밖에 보물 같은 ‘마음’을 얻게 된 것이다.

     

 나는 과자, 그러니까 음식을 만든다는 일은 그런 ‘사람의 마음’을 담아 해야 하는 일이라는 것을 정말 운 좋게 좋은 사람을 통해 배웠다. 그래서 난 과자 만드는 것이 참 좋다.   



 

 가게를 접은 후에도 틈틈이 과자를 굽는 나를 보며 친구들은 역시 사람은 기술이 있어야 한다고, 그리고 만드는 동안 잡생각이 들지 않아서 좋겠다고 말하지만 안타깝게도 그건 나하고는 거리가 먼 이야기다.


 과자 만들기는 비슷하거나 똑같은 과정을 반복하는 일이다. 이것은 힘이 드는 단순노동이라 어떤 날은 귀찮고 짐스럽기까지 하다. 게다가 걱정이 많은 편인 나는 저울에 재료를 올려 계량하고, 가루를 체 치고, 주걱으로 반죽을 한 덩이로 만들며, 완성된 반죽을 냉장고에 넣고 숙성하는 사이사이에도 쉬지 않고 떠오르는 생각들로 머리가 복잡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불안함이 행복으로 뒤바뀌는 ‘땡!’하고 과자가 완성되는 그 순간을 기다리며 오늘도 뜨거운 오븐 앞을 서성인다.     


 커커와 찌찜무의 과자가 많은 사람들에게 행복으로 전해지기를 바라며 오늘도 찌찜무 쓰고, 커커 그리다.     




없으면 곤란한’ 기본 도구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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