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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땅따코 Mar 30. 2021

LH

적은 뚜렷했다.


이제 우리 편이 가장 큰 권력이 되어 버린 지금

우린 그들을 마냥 비난할 수 마냥 칭찬할 수 없다.


친구가 서울에 좋은 집을 얻었다 했다.

그 집은 여자 3명이 앉아 파인트 아이스크림을 나눠먹기에 약간 벅찬 평수의 집이

화장실의 프라이버시라면 전혀 지켜지지 않는 집이었다.


그 친구는 매일 외풍과 싸워야 했고, 얇은 벽을 사이에 두고 이웃과 신경전을 해야 했다.

집으로 귀가하기 전, 유흥가의 담배냄새를 건너고, 모텔 앞의 불쾌한 시선을 건너야 했다.


그 집은 그래도 좋은 집이었다. 그가 가진 예산만으론 얻을 수 없는 집이었으니까.

부채였지만 채권자는 정부였고, 공공기관이니 친구는 연신 운이 좋았다, 감사하다 했다.


내심 마음을 기댈 수 있는 곳이었다. 절차는 까다로웠지만, 문을 두드리면 가난한 청년들을 위해 일해 주는 곳이라 생각했다.


우리는 늘 그랬다. 서울이라는 곳에서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20의 나이에 채무를 얹고 여러 지하철 호선을 거쳐 가며 거처를 찾아 헤맸다. 5평 남짓한 공간에 아득바득 욱여넣어지며, 그 공간에도 감사해야 했다.


그렇게 젊음의 자격으로 얻어진 빚에 안도하는 동안, 누군가는 몇십억의 자산을 불리고 있었다. 내집마련은 꿈이라 했던가. 많은 이들의 ‘꿈의 직장’으로 불리던 그곳은 알고 보니 가장 간절한 청년의 꿈을 포식하고 있었다.


이로써 적은 뚜렷해진다. 결국 우리에게 아군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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