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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땅따코 Apr 30. 2021

4월 이야기

어서 가라, 뒤도 돌아보지 말고 가라, 4월아

4월은 어쩐지 늘 힘든 달입니다. 봄을 타서, 아니 봄이 절정에 이르러서, 아니 봄이 드디어 본연의 모습을 드러내는 달이기 때문일까요.


미세먼지, 황사로 탁한 공기, 꽃가루들로 기관지는 약해지고, 날씨는 더웠다 추웠다, 흐렸다 맑았다 당최 종잡을 수 없습니다. 또, 상반기의 중간지점, 최종의 중간까지 가기 위한 중간, 이제 반의반 왔다는 생각에 힘이 빠져버리는 달이기도 합니다. 결정적으로 새해‘버프’가 거품처럼 꺼지는, 신년이라는 환각 같은 각성의 기운이 남김없이 빠져나가는 것이 바로 이 4월입니다.


결심은 흐려지고, 새로운 것도 지겨워지기 시작하는. 그럼에도 속해있는 회사, 학교에서는 이때다 싶어 시험에, 행사에 여러 과제와 업무를 마구 던져줍니다. 지하철, 버스 차창 밖으로 힘없이 그러면서도 쏜살같이 지나가는 화려한 꽃나무, 무성한 푸른 잎들, 따가운 볕을 축 쳐진 채, 이어폰으로 ‘봄’이라는 단어만 무작정 들어간 노래를 들으며 어쩐지 한 발 떨어져 봄을 관망하는 달이기도 합니다.


동시에 부쩍 더워지는 날씨에 초조해지기도 합니다. 지나가 버린 1년의 약 33프로를 복기하며 새해다짐은 잘 지켰나? 더 건강한가? 더 성장했나? 더 형편이 나아졌나? 스스로도 회의감 혹은 허탈함을 느끼는 달이기도 합니다.


4월은 그런 달이었습니다. 도무지 힘이 나지 않는 몸을 이끌고, 그 어느 때보다 힘을 내야 했던, 가진 체력과 정신력에 의지해 주어진 일들을 정신없이 해치워야했던 달. 그렇게도 끝나지 않을 것 같던 4월이 끝나고 5월이 옵니다. 어쩐지 행복한 사건이, 행복해야만 할 것 같은 날들이 많이 분포되어 있는 달. 그러나 행복이고 나발이고 나의 5월은 무사할까 지난 4월의 여파로 겁부터 납니다.


직장, 인턴, 아르바이트에서 제시하는 수습기간은 보통 3개월. 그 3개월이라는 기간을 누가 정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정도 기간이면 일이 돌아가는 흐름, 자신의 업무, 사람들과 어울리는 법 등등을 파악하는 데에 충분한 시간이라 여겨지곤 합니다. 정작, 적응하는 사람은 아직도 뭐가 뭔지 모르겠고, 차라리 실수해도 그러려니 해주는 수습딱지를 붙들고 있는게 마음이 편할까 싶은데요. 3개월은 어떤 일을 너무 어렵지 않게 해내는 데에 나만 이렇게 더딘가, 나는 왜 이렇게 무능한가에 대한 고찰을 당연하게 하는 짧은 기간입니다.


이러한 세상의 관행에 따라, 여러분은 2021년의 3개월의 수습기간을 끝내고, 홀로 내던져져 제몫을 온전히 해내야했던 4월 한 달을 보낸 겁니다. 그러니 힘들었을 밖에요.

고생하셨습니다

4월 한 달 그래도 지나갔습니다. 회피적인 말이래도 저는 이 말을 참 좋아합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봐요, 결국 지나갔지 않습니까

부디 5월은 좀 더 능숙해지고, 수월해지기를, 조금은 의연하고, 보람을 느낄 수 있는 한 달이 되시기를. 지나간 일, 지나간 행동, 지나간 말, 지나간 자리 모두 수습하기 바쁜 수습계의 이단아 땅따코가 응원하겠습니다.


저 날 본 달이 아주 밝았답니다. 가로등보다 더 밝은 달빛을 받았습니다. 여러분도 그 정기 받아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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