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변을 걷다 보면 죽음이 느껴진다.
당장 몸을 살짝만 기울인다면 잠시만 이성의 끈을 놓아버린다면 금방이라도 저 까만 물속에 꼬르륵 잠겨 이 인생을 끝장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죽음에 가까이 있다.
배를 뒤집고 죽은 물고기 한 마리를 봤다.
강은 거울 같이 반질했지만 그 위를 지나는 이 중 누구도 비추지 않았다.
집에 와 뉴스를 보니 광주에서 철거 중이던 건물이 무너져 9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죽음과 아주 무거운 현실감이 동시에 몰려온다.
붕 떠있던 몸이 한없이 가라앉아 땅에 발바닥이 꼼짝없이 들러붙는다.
나는 언제든 죽음을 선택할 수 있다. 죽음이 언제든 나를 선택할 수 있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