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길을 걸었지
by
땅따코
Feb 27. 2022
오랜만에 길을 걸었습니다.
여기저기 공사 중이더군요.
그래서 갔던 길을 다시 되돌아왔습니다.
웃음소리를 신호 삼아 함께 따릉이를 타는 친구들.
칼바람에 잡은 손을 더 가슴 쪽으로 당겨 잡는 연인들.
벤치에 앉아 코가 어는 줄도 모르게 밀린 이야기를 쏟아내는 사람들.
괜히 외로워지더군요.
동네 친구가 생겼으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별을 많이 보았습니다.
서울에서 이렇게 많은 별을 본 건 오랜만인 것 같아요.
마음의 눈으로 보셔야 합니다. 자 별이 반짝반짝.
빨간 광역버스가 가로등의 빛을 받아 로켓호처럼 보이고
마른 잔가지들이 입을 모아 스산한 소리를 내고
콧잔등이 맺혔다 식어버린 땀방울로 간지럽던
고독한 산책길이었습니다.
외로운 사람과 고독한 사람을 구분할 줄 아시나요.
외로운 사람은 사람을 필요로 하고
고독한 사람은 이유를 필요로 한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에서 뿅 하고 사라져 버려도 괜찮을 만한 근거 혹은 증명.
고독은 그래서 외로움보다 무섭습니다.
어두울수록 자취를 감추기에 더 그렇죠.
친구들한테 하늘에 별이 참 많다.
라고 했더니
한 놈은 나가기 귀찮으니 사진 찍어서 보내달라고 그러고
또 한 놈은 방금 나갔다 들어왔는데 까먹었다 그러더군요.
이렇게 안 맞아도 친구인 우리가 자랑스러웠습니다.
얘들아 하늘도 가끔 보고 살자.
내일이 2월의 마지막 날이군요..
눈도 오고, 비도 오고
덥다가 춥다가 바람 불다가 안개 꼈다가
날은 춥고 숨은 더웠던
변덕스럽기도 한 2월이 갑니다.
이 2월에 사람들은 스키장도 가고, 꽃구경도 가고
롱패딩도 입고, 가디건도 입었더랬죠.
어떤 면에선 자유로웠네요.
흘러내리던 잔머리가 뒤로 야무지게 묶이니
1년의 감각이 몰려옵니다.
머물러 있는 것 같아도 생명이라 자라나는 것들이
알람을 울려줍니다.
자, 이제 일어나
개구리도 잠에서 깰 거니까.
마른 가지에도 파란 잎이 돋을 거니까.
하얀 입김은 가시고, 달달한 꽃내음이 가득해질 거니까.
짧아서 더 아쉬운
28일의 날들이
미련 가득한 뒷모습을 보이며
눈 깜짝하면 또 올 거라며 으름장을 내며 갑니다.
행복했음 하는 이들의 행복한 날들이 많았던 2월, 잘 가라.
불을 언제 틀어주고 안 틀어주는지 모르겠는 성산대교. 오늘 예쁘네요.
회상_산울림
keyword
일기
2월
글쓰기
10
댓글
댓글
0
작성된 댓글이 없습니다.
작가에게 첫 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브런치에 로그인하고 댓글을 입력해보세요!
땅따코
음파음파 육지에 사는 물고기. 언젠가 저 바다로 갈 겁니다.
팔로워
9
제안하기
팔로우
작가의 이전글
Hey,
어머니와 고등어
작가의 다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