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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땡글킴 Jul 06. 2024

14. 남편에게 아이 ‘맡기기’

주말에 친구들을 만날 때면 어김없이 듣는 질문.

“애기는 남편한테 맡기는 거야?”

일상적으로 쓰는 표현이지만 뭔가 불편하게 느껴진다. 잠시 남편에게 맡겨놓았다가 다시 엄마가 찾아와야 하는. 즉, 아이를 기본적으로 엄마가 돌보는 것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아빠들의 경우 “애기는 부인한테 맡겼어?”라는 말은 잘 듣지 않을 것이다.)


어학사전에서도 ‘맡기다’는 ‘담당하게 하다’인 사동사다. 원래 책임자 또는 관리자가 누군가가 하도록 시킨다는 표현인 것이다. 언어라는 것이 문화를 반영하기에 “부인한테 맡겼어?”가 어색함이 씁쓸하다. 주양육자가 누가 되었든 퇴근 후에는 함께 육아를 하는 것이 맞다는 것에는 모두가 동의할 것이다. 말 그대로 부모 중 한 명이 ‘주’양육자가 될 수밖에 없다지만 나머지 부모 역시 ‘양육자’이기 때문이다.


아빠의 육아 참여도가 많이 올라가고 아빠의 육아휴직 비율도 높아지고 있다지만 아직 육아의 주체가 엄마라고 생각하는 것이 좀 더 자연스럽게 느껴지는것 같다.

나 또한 그렇다.

남편의 육아휴직보다 나의 육아휴직을 더 먼저 생각했었고 남편이 좀 더 아이를 원했음에도 임신부터 출산, 육아까지 당연하듯 내가 더 알아보고 있었다. 그리고 육아 관련해서 남편이 찾아보고 실행하기 전에 미리 내가 하고, 그가 할 일을 ‘맡기고’ 있다. 그러지 않으려 노력하지만 진짜 엄마와 아빠는 다른 건지 내 성격이 좀 더 재빠르고 꼼꼼한 건지 남편이 생각하기도 전에 내가 나서서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곧 방전될 나의 에너지를 누구보다 잘 알기에 ‘맡기기’보다 서로 ‘맡아서’ 하기로 이야기를 했다.

아빠들이 “부인에게 아이를 맡겼어?”라는 질문을 듣지 않는 것은 기본적으로 당연히 부인이 아이를 돌보고 있을 거라는 생각 때문일지도 모른다.

서로 맡아서 아이를 양육하는 가정이 많아진다면 어쩌면 ”남편에게 아이를 맡겼어?”라는 질문 또한 엄마들이 듣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나는 내일 만나는 친구의 예상질문에 대답을 미리 정했다.

“오늘은 아빠가 돌보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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