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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땡글킴 Nov 03. 2024

6. 이지은 '이파라파 냐무냐무'

알고 보면 정말 정말 착해!

 "알고 보면 착해!"

이런 말 많이 쓰지 않나요? 이 말에 딱 어울리는 그림책 한 권을 가져왔습니다. (비꼬는 거 아니고) 정말 '알고 보면 착한' 털숭숭이의 이야기 시작합니다.




'이파라파 냐무냐무'

무슨 말인지 짐작이 가시나요? 저는 책을 쭉 읽기 전까지는 도저히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어쩌면 더 몰입하고 재밌게 읽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혹시! 책을 읽지 않으신 분 중 스포 당하고 싶지 않으시다면 잠시 창을 닫고 읽어주시길 추천드립니다.


 이 책의 주인공은 시커먼 털이 온몸을 덮고 있고 등치는 엄청 큰 털숭숭이입니다. 털숭숭이는 뾰족한 발톱에 목소리도 천둥처럼 큰 딱 보기에 무서운 친구입니다. 그리고 이와 반대로 새하얗고 털숭숭이의 귀 보다도 작고 귀여운 마시멜로 군단도 책의 주인공입니다.


 평화롭게 살고 있는 마시멜로 마을. 어느 날 마시멜로 군단은 "이파라파 냐무냐무"라고 크게 외치는 털숭숭이의 목소리를 듣고 깜짝 놀랍니다. 천둥처럼 큰 소리가 나는 곳을 쳐다보자 털숭숭이가 보이는데요. 털숭이를 보자 마시멜로 군단은 더 무서워서 동굴로 숨어듭니다.


"이파라파 냐무냐무"

".... 너무 냐무...?"

"냠냠?"

마시멜로들은 자신들을 맛있게 잡아먹겠다는 말로 오해하게 됩니다. 이대로 잡아 먹힐 수 없다고 생각한 마시멜로들은 힘을 합쳐 털숭숭이에게 맞서 싸우기로 합니다. 석류들을 던지기도 하고 털숭숭이를 꽁꽁 묶기도 하지만 털숭숭이에게 별 타격은 없습니다. 어떻게 털숭숭이를 물리쳐야 할지 고민하는데 한 용기 있는 마시멜로가 이렇게 말합니다.


"정말 털숭숭이가 우리를 냠냠 먹으려는 걸까요? 털숭숭이는 아무 짓도 하지 않았는데요."

하지만 다른 마시멜로들은 냠냠 먹으려는 게 맞다고만 합니다. 용기 있는 마시멜로는 직접 털숭숭이에게 가보기로 합니다. 



털숭숭이에게 간 용기 있는 마시멜로는 이렇게 말합니다.

"소리 지르지 말고 말해. 천천히 또박또박."


 그림책을 읽으며 얼마 전 흑백요리사에서 본 '요리하는 돌아이'가 생각났습니다. 인생을 표현하는 요리를 만들라는 미션을 받았을 때 그는 못난이 양파를 주재료로 사용했는데요. 조금 센 인상 때문에 오해를 많이 받는 자신이 못생겼다는 이유로 외면받는 못난이 양파가 자신의 상황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저도 처음에 '요리하는 돌아이'가 등장했을 때 닉네임도 그렇고 조금 센 인상 때문에 성격도 무지 셀 거라고 오해를 했는데요. 회차가 지날수록 되게 여리고 착한 분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약 그의 이야기를 들어볼 기회가 없었다면 마시멜로들이 처음 털숭숭이에게 처음 그랬던 것처럼 무서울 것 같다고 오해하고 넘어갔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백종원 심사위원이 인상과 표정 때문에 오해를 많이 받는다는 그를 향해 이렇게 말합니다. 

 "아니, 본인이 외모가 아니라 지금 보면 강렬한 눈빛, 표정. 이거는 다 고칠 수 있는 건데 고치면 되지."

용기 있는 마시멜로가 소리 지르지 말고 천천히 말하라 조언한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리 지르지 말고 말해. 천천히 또박또박."

마시멜로의 이야기를 들은 털숭숭이는 조언을 받아드려 또박또박 말합니다. 

"이빨 아파 너무너무"

털숭숭이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이빨이 너무 아프니 도와달라는 것이었습니다.  털숭숭이가 이렇게 또박또박 말하자 마시멜로들은 금세 오해를 풀고 털숭숭이를 도와줍니다.


  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일을 합니다. 이런저런 상처를 갖고 있는 사람들과 약한 마음을 들키지 않으려 더 세게 말하고 표정 짓는 사람들이요. 처음 만나면 이런 겉모습에 움찔움찍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만나면 만날 수록 점점 이 분들의 착한 마음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러면서 장점을 발견하기도 하지요. 

 세게 표현하기보다 다정하고 친절하게 말해보면 어떻겠냐고 말해보기도 합니다. "원래 말투가 그래요."라고 대답하는 경우가 90%는 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원래 그렇다고 괜찮은 건 아닙니다. 원래 그렇더라도 충분히 바꿀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투리도 마음먹으면 고치는데 말투라고 못 고칠까요? 


 '요리하는 돌아이'님도 최근에 보면 인상이 많이 바뀌신 것 같습니다. 일이 잘 풀려서 그러실 수도 있지만 사람들이 '착하신 것 같다, 귀여우시다.'와 같은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는 것도 많은 영향을 주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누군가 행복하고 좋은 사람이 되려면 한 사람의 노력만으로는 어렵습니다. 용기 있는 마시멜로처럼 편견 없이 다가갈 사람뿐만 아니라 스스로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한 노력도 필요합니다. "알고 보면 착해!" 누군가를 알아가기 위해 용기내고 '착한 나'를 사람들이 알 수 있도록 다가가는 노력을 해보면 어떨까요?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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