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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옴표 필름 May 07. 2023

세금을 또 내라고요? 이럴 거면 사업자를 왜 냈을까.

지금까지도 어려운, 흔한 초보 사업자를 어지럽게 하는 '돈' 이야기

  처음 사업자를 냈을 때부터 지금까지 가장 어려운 분야는 '돈'과 관련된 영역이다. 회사에 다닐 때처럼 재무팀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온갖 세금을 내가 스스로 알아보고, 정리하고, 절세 방법을 찾고, 연체되지 않도록 잘 체크해서 내야 한다. 처음에는 본업만 하기에도 바쁜데 별의 별 돈 관리까지 해야 하니 여간 귀찮고 짜증나는 게 아니었다.


  내가 사업자를 낸 계기는 세금계산서 발행으로만 페이 지급이 가능한 일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그 전까지는 3.3%를 뗀 원천징수의 형태로 입금받았고, 일을 주는 쪽에서 알아서 세금을 떼고 내 통장으로 곧바로 꽂아줬기 때문에 그다지 신경쓸 게 없었다. 그냥 돈 주는 쪽에 신분증사본과 통장사본만 카톡으로 보내면 끝이었다. 보통 영상 일의 경우 단순 편집 건이 아닌, 턴키 프로젝트(보통 프로그램 하나를 통째로 받아서 기획과 촬영, 편집 전반에 관련된 모든 업무를 외주 프로덕션에서 맡아서 진행하는 것)의 경우에는 회사 대 회사로만 거래를 한다. 일을 주는 곳이야 당연히 회사고, 받는 입장인 내가 회사가 아니라면? 당장 사업자등록을 하러 가야 한다.



#1. 엄마랑 오손도손 살던 집이 갑자기 사업장이 된 사연


  이전 글에서 이야기했듯, 사업자등록 자체는 전혀 어렵지 않다. 국세청 홈택스에 접속해서 가입만 하면 되니까, 와이파이와 노트북만 있으면 누구나 낼 수 있다. 업체명을 뭘로 할 건지만 미리 정해두고, 업태와 업종은 적절한 카테고리로 잘 선택하기만 하면 된다. 별도의 사업장이 없다면 집 주소를 적으면 된다. 나도 엄마랑 살고 있는 집 주소를 사업장 주소로 등록했다. 나의 경우, 집에서 컴퓨터 하나만 가지고 돈을 벌 수 있는 일이었기 때문에 가능했고 이마저도 종종 여러 공공기관(?)에서 확인 전화를 받곤 했다. 정말로 집에서 작업을 하는지, 직원은 있는지 등 설문조사처럼 일 년에 한두 번 꼴로 수상한 전화가 온다. 그럴 땐 그냥 받아서 솔직하게 그렇다고 대답하면 별 문제는 없다.



#2. 오랜만에 가본 은행은 낯설었다.


  인터넷만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이제 끝이다. 이제부터 디지털 시대와 어울리지 않는 발품이 시작된다. 사업자등록증을 출력해서 내 신분증과 인감을 가지고 은행에 직접 가야한다. 참고로 스마트폰 은행 어플에서도 사업자 계좌 발급은 가능할 수도 있는데, 무슨 이유였는지 나는 계속 오류가 나서 직접 찾아가야만 했다. 은행 창구에 가서 개인 계좌가 아닌, 개인사업자용 계좌를 개설하러 왔다고 말한 뒤 준비한 서류를 모두 제출한다. 계좌를 개설하고, 계좌와 연결된 체크카드를 만들고 한도를 크게 늘려 놓아야 한다. 영상 일을 턴키로 받으면 보통 나 혼자가 아닌, 여러 감독님들과 다 같이 작업을 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내 사업자 통장에 들어온 돈을 내가 다 가져가는 게 아니고 거의 다 외주 페이나 장비 렌탈비 등의 품목으로 많이 빠져나간다. 그래서 체크카드를 긁거나 출금 할 수 있는 한도를 적어도 하루에 천만 원 단위 이상으로 올려놓아야 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사업자용 계좌를 개설하러 간 나의 신분은, 말이 프리랜서지 사실상 백수였다. 직장을 다니지 않는 경우에는 이렇게 돈과 관련된 일을 하고자 할 때 제약이 많다. 한도를 크게 올리려면 증명해야 할 것들이 많았다. 내가 어느 정도로 돈을 벌고 있는지, 재산이 어느 정도 있는지 등의 증명이 필요했다. 나는 퇴사를 하자마자 계좌를 개설하러 간 것도 아니었고, 퇴사 직후에는 회사를 다녔을 때보다 수입이 적었기 때문에 한도를 크게 늘리는 게 어려울 수도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


  정말 다행히도 나는 엄마와 함께 살고 있던 집이 내 명의로 되어있어서 쉽게 해결할 수 있었는데, 이게 아니었다면 한도를 빠르게 올리지는 못했을 걸로 기억한다. 그리고 또 하나의 복병이 있어서 주거래은행이 아닌 다른 은행에 가서 사업자 계좌를 개설했는데, 같은 달에 토스에서 주식 계좌를 개설했던 게 발목을 잡았다. 지금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우리은행에서는 같은 달에 계좌를 만든 이력이 있으면 다음 달에 와야 개설이 가능하다고 발급해주지 않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신한은행으로 향했고, 다행히 신한은행에서는 별다른 언급 없이 계좌를 개설해주었다. 만약 사업자 계좌를 발급해야 한다면 다른 계좌 개설은 미리 해두거나 다음 달로 미루는 게 좋을 것 같다. 그리고 덧붙여서 신용카드 발급은 퇴사 전에 꼬옥 하는 걸 잊지 말기를.



#3. 디지털 시대에 이렇게나 발품을 팔아야 한다고요?


  어찌어찌 사업자 계좌를 개설했다면, 은행 거래를 위해 공인인증서가 필요하다. 나는 당연히 은행에서 공인인증서도 같이 주는 줄 알았다. 아니면 개인 계좌처럼 은행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발급받을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갑자기 공인인증센터라는 곳을 가서 직접 발급받으란다. 지점이 많지도 않다. 우리집 근처에는 삼성역지점과 판교지점 이렇게 두 군데가 있었다. 바빠 죽겠는데 뭐, 가야지 어쩌겠나. 뭔가 원격으로도 받을 수는 있었던 것 같은데 빠르게 사용하기 위해 직접 방문했었다. 개인 계좌는 공인인증서가 무료인데, 이건 또 엄청나게 비싸다. 할인을 받았는데도 10만 원 가까이 했던 걸로 기억한다. 짜증나는 건 이게 몇 년에 한 번씩 갱신을 해야 한다. 여기서부터 다짐하게 된다. 이렇게까지 해서 사업자를 냈으니, 뽕은 뽑고 폐업해야겠구나.



#4. 이제는 이메일만큼 자주 들어가는 국세청 홈택스


  사업자를 내면 국세청 홈택스와 친해질 수밖에 없다. 일을 받고서 돈을 입금받든, 다른 곳에 보내주든, 세금을 내든 언제나 국세청 홈택스에서부터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직장인 연말정산 시즌에만 들어가서 환급금이 얼마나 나올지에만 관심을 가졌었는데, 그래도 사업자를 내고 이것저것 검색하고 알아보면서 적어도 뭐가 뭔지는 분간할 수 있는(?) 수준이 되었다. 옛날엔 정말 으른들의 세계처럼만 느껴졌는데, 세금계산서를 발급하는 것도 굉장히 능숙해진다. 처음에만 혼란스러웠다. 내가 돈을 받으려면 세금계산서를 직접 발급해야 하고, 다른 업체로 돈을 보내주려면 그 업체에서 나에게 세금계산서를 발행해줘야 한다. 그리고 이런 거래를 할 때 처음에는 항상 사업자등록증과 이메일 주소를 주고받는다. 한동안은 이게 정말 헷갈렸는데, 몇 번 하다 보니 이제는 이메일을 쓰고 보내는 것보다 쉬운 일이 되었다.


저도 일단 종합소득세 내는 세계에 있긴 합니다만...



#5. 그래서 이제 세금계산서도 떼 봤는데, 세금은 왜 이렇게 많이 내요?


  드디어 고생 끝에 낙이 왔다. 낙=페이 입금. 프로젝트가 끝난 뒤(보통 영상이 유튜브에 릴리즈된 뒤 2~4주 뒤에 입금되는 게 보통이다) 나는 큰 실수를 깨닫고 만다. 사업자등록증도 가졌고, 사업자 계좌도 개설했고, 한도도 늘리고, 공인인증서까지 준비했다. 여기까지 온 것만도 대단한데 정작 맨 처음으로 돌아가 일을 받고 견적서를 작성할 때 놓친 게 있었다. 바로 세금계산서 발행을 통해 회사 대 회사로 거래를 할 경우, 세금으로 3.3%가 아닌 10%가 나간다는 점. 그런데 턴키로 받는 일은 거의 천만 원 언저리의 돈을 받아서 진행하기 때문에 10%의 존재감이 굉장히 크다. 이것저것 외주 페이 등의 지출로 나가게 되면 나한테 떨어지는 돈은 정말 별로 없는데, 그렇기 때문에 견적서를 정말 잘 써야 한다.


  나의 경우 처음 일을 받고서 깊이 알아보지 않고 제시받은 견적을 바로 오케이했다. 당시에 놓쳤던 부분이, 이렇게 세금계산서를 통해 주고 받는 작업은 10%의 부가세를 더 얹어서 입금해주는 게 통상적이다. 이건 돈을 주는 쪽의 손해도, 받는 나의 이득도 아니다. 그냥 나라에 내는 세금인 거다. 예를 들어서 내가 800만 원 짜리 일을 받았다면, 특별한 언급이 없는 이상 880만원을 입금해줘야 한다. 보통 800만 원만 입금된다면, 견적 이야기를 주고받을 때 '부가세 포함 800만 원'이라고 언급한다. 그런데 처음 받았던 일이 부가세 포함인 걸 몰랐던 것이다. 견적에 대해 뒤늦게 항의를 했는데, 해당 건은 이미 픽스된 금액이고 어쩔 수 없다는 식의 답이 왔다. 나도 바보 같은 게, 지금이라면 아닌 건 확실하게 아닌 거니까 짚고 넘어가고 일을 못한다고 하는 한이 있어도 쪼들리며 일하진 않을 텐데, 그땐 그 일이 들어온 자체가 기회였고 그걸 놓칠 수가 없었다. 하는 수 없이 포트폴리오를 쌓자는 의미에서 일을 받아서 진행했고, 결과적으로 부가세 10%를 빼고 나니 800만원이 아닌 727만 원 정도가 남았다. 여기서 외주 페이, 장비/장소 렌탈비, 거마비 등을 모두 빼고 나면 정말 적은 돈만 남았다.


  게다가 내 사업자 계좌에서 지급된 외주 페이는 3.3%가 공제된 금액이니, 3.3%만큼의 금액은 또다시 다음 달 사업소득세로 빠져나간다. 그리고 위에 말한 10%의 부가가치세는 분기별로 모아서 또 세금을 내야 하는데, 이건 3.3%보다 큰 10%니까 잊어버리지 않도록 잘 체크하는 게 정말 중요하다. 제법 큰 돈을 일 년에 네 번이나 내야 하는 거니까.


  그리고 대망의 종합소득세. 직장인 연말정산은 '13월의 월급'이라는 별명처럼 연말연시에 이루어진다면, 사업자들의 종합소득세 신고는 매년 5월에 진행된다. 나 같은 경우에는 이런 복잡한 세금 문제에 신경을 쓰기에는 다른 할 일이 너무 많았고, 실수하거나 꼼꼼하지 못할 것 같아서 전문가의 도움을 받기로 결정했다.



#6. 이도 저도 모르겠고 숫자가 골치아프다면, 세무사님을 찾아가세요


  나는 영상 일을 하면서 제각기 다른 분야의 일은 해당 전문가에게 맡겨야 사고가 안 난다는 걸 굳게 믿고 있다. 촬영은 촬영감독님이, 디자인은 디자이너가, 사운드 믹싱은 사운드감독님이 맡아서 작업해야 퀄리티가 보장된다. 돈 아낀다고 내가 촬영장에서 직접 카메라를 잡고, 조명을 치고, 녹음을 하고, 연출을 하고 디자인을 하면 정말 어느 파트 하나 완벽하지 않게 된다. 이건 내 능력 부족도 아니고 당연한 거다. 누가 누가 열정 가득 만능맨인지 자랑하는 게 아니고, 프로들이 모여 일을 하는 거다. 애초에 영상 일은 절대 혼자로 할 수 없는 일이고, 모두가 다 함께 만드는 거니까 그런 거다.


  마찬가지로 세금과 절세, 각종 신고와 기타 사업장을 운영하는 데 금전적인 자문이 필요할 경우를 생각해서 세무사님께 모든 걸 맡기기로 했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알게 된 세무사님 사무실에 직접 찾아갔다. 이러이러한 이유로 세무사님께 맡기려 하고, 보통 어떤 식으로 돈을 벌고 어떤 식으로 사업 자금을 지출하게 되는지에 대해 설명드린 뒤 매달 수임료를 드리기로 했다. 국세청 홈택스는 물론 사업자 계좌까지 모든 수입과 지출을 관리해주시기 시작했다. 정말 내가 본업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때마다 내야 하는 소득세, 부가가치세, 종합소득세 등을 그때 그때 미리 알려주시고 정리된 고지서만 보내주셨다. 나는 고지서를 보고서 입금만 하면 됐다. 첫 종합소득세 신고 때도 절세를 위해 많이 힘써주셨는데, 그 달에는 수임료를 평소보다 조금 더 얹어서 드렸던 걸로 기억한다.



  이제 어느덧 5월이 되어 두 번째 종합소득세 신고를 앞두고 있다. 과연 얼마나 뱉어내게 될지 기대 반 걱정 반이다. 체감상 벌어서 남기는 것보다 내야 할 세금이 더 많게 느껴져서 현타가 오는 계절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지난 일 년간 열심히 아둥바둥 무언가를 했다는 증거이기도 하니까 너무 슬퍼하지는 않으려 한다. 내 사업이 성장하고 있는 과정이라고 여기며, 너무 세무사님에게만 의존하지 말고 앞으로 귀찮더라도 세금과 절세에 관한 공부도 틈틈이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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