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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다리아저씨 Jul 03. 2020

Less is more 삭제의 미학

짧음과 단순을 추구하는 시대

요즘 서점에는 '최소한의 삶' 즉 미니멀 라이프에 대한 책들이 많이 보인다. 


소박함에서 인생의 가치와 행복을 찾으려는 시도는 시대를 불문하고 누군가에 의해 계속 시도되어 왔다. 


수많은 종교 역시도 세속적인 것들로 인한 채움이 아닌 비움의 정신이나 보이지 않는 영적인 것들을 강조한다. 


우리 주변에는 미니멀 라이프와 관련 있는 것들이 의외로 많이 존재한다.

미니멀리즘의 트렌드가 반영된 가장 대표적인 제품이 애플의 아이폰이었다. 최소한으로 최대한 모든 것을 표현하려 했던 고 스티브 잡스의 철학이 녹아있는 멋진 제품이다.


미니멀 라이프는 1960대 미국에서 시작된 미니멀리즘에서 확장된 개념으로 미술, 건축, 음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형태나 색채를 최소한으로 줄여 대상의 본질만을 추구한 문화적 흐름을 말한다.
(칼럼 라이프스타일의 트렌드, 미니멀 라이프, 글쓴이 Jun(@jun) 2017년 05월 26일)


이제는 패션과 건축 인테리어에 이르기까지 미니멀리즘에 입각한 많은 것들이 이런 유행을 증명이라도 하듯 점점 더 우리 생활 속에 파고들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미니멀 라이프를 동경하고 현대인의 삶의 트렌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삶은 전혀 미니멀하지 않다.


잘 생각해보니 나의 인생도 매우 꽉 차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른 아침 일어나서 자기 계발이라는 미명 하에 이루어지는 강제적인 독서에서부터 시간이 아까워 허겁지겁 먹어치워 버리는 매 끼니 식사까지 그야말로 하루하루가 전쟁터 속 전투에 연속처럼 느껴지기까지 한다.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이 매일매일 정말 열정적이겠지만, 일과를 끝내고 집에 돌아갈 때 즈음에 어서 이불속 잠자리에 들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건 매한가지 일 것이다..


심지어 휴가를 떠난다는 여행지에서조차 내가 계획한 15분 단위의 일정을 따라가고 있자면, 이게 여행인지 미션 수행인지 싶은 생각이 들 정도이니 말이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중요한 약속이나 스케줄이 취소되기라도 한 날에는 ‘앗 큰일이다! 이제 뭘 해야 하지? '하면서 다른 한편으론 마음이 참 편안해진다. 이런 예상 밖의 상황에서나 내 인생의 여백을 음미할 수 있다니 참 씁쓸한 마음이 든다.


Pixabay로부터 입수된  Kristianus Kurnia님의 이미지

동양화에서는 여백은 큰 작품의 큰 비중을 차지한다, 우리의 선조들은 빈 공간과 비움의 중요성을 이미 알고 있었던 모양이다.


나는 습관적으로 무거운 주제의 글을 길게 늘여 쓰는 성향이 있다. 한 번은 십 수 페이지에 이르는 긴 글을 쓰다가 선행된 주제는 논점을 놓치고 말았다. 힘들게 머리를 쥐어짜 내며 반쯤 완성한 글이 수포로 돌아가버린 것이다.


그런데 삭제(Del) 키를 이용해 긴 문장들을 지워나가다 보니 오히려 더 깔끔하고 담백한 문장이 완성되는 것 아닌가.


그것이 바로 오늘 내가 이 글을 쓴 계기가 되었다.


만약 우리의 삶이 너무 복잡하고 화려한 미사 구어로 가득 차 있다면, 인생의 Del 버튼을 이용해 한 개씩 삭제해보자, 누가 아는가 또 다른 의외의 결과를 가져다줄지?






-참고 인용글-

https://iropke.com/archive/minimal-life.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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