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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다리아저씨 Apr 04. 2020

모두가 잠든 밤
글이 잘 써지는 이유

우리의 뇌를 이해하는 방법


모두가 잠든 고요한 새벽시간 메신저를 통해 사랑을 속삭인다.


때론 부모님의 눈을 피해 이불을 콕 뒤집어쓴 그 모습은 영락없이 앳된 모습의 소년 소녀들이다. 그들은 콩닥거리는 심장소리에 달콤한 문장들과 귀여운 이모티콘을 조심 스래 바꿔가며 상대방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여념이 없다.


어린 시절 연애 푹 빠졌을 때를 생각하면 누구나 한 번쯤 떠올리는 풋풋한 장면이다.


조금 더 세대를 거슬로 올라가 보자..


아른거리는 불빛 아래 준비된 깔끔한 편지지 한장은 사랑하는 이를 향한 마음을 표현하기엔 조금 부족해 보인다. 그래도 표현 가능한 가장 아름답고 달콤한 글귀들로 편지지를 가득 채워본다. 다음날 편지봉투에 담아 우체통에 넣을 생각만 하면 두근거리는 가슴이 요동치기 시작한다.

Pixabay로부터 입수된 Samuel F. Johanns님의 이미지입니다.


문제는 그토록 아름답다고만 생각했던 문장들이 다음날 아침 내 양볼을 빨갛게 달구는데 부족함이 없을 정도라는 것이다. 도대체 이 편지를 보내야 하는 것인지 정말 용기가 나질 않는다. 어젯밤 가출한 나의 이성이 왜 오늘 아침에서야 집에 돌아왔는지 원망스럽기까지 하다.


그럼 도대체 왜 뇌는 두 가지의 얼굴을 가진 채로 우리를 곤경에 빠뜨리는 것일까?


<Pixabay에서 ElisaRiva님의 이미지 > 실제로 뇌기능은 분명하게 좌우로 나뉘지 않는다


그 이유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생물학적 진화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먼저 인간이라는 영장류는 다른 동물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비대한 뇌의 용량과 복잡함을 가지고 있는데, 그 기원을 고열량 에너지 섭취 방식인 육식의 시작이라고 보는 견해가 강하다. 인류는 그런 육식을 통해 뇌 용량의 폭발적인 증가를 경험하게 된다.


또한 영장류를 제외한 대부분 척추동물들은 섭취 에너지의 2% ~8%에 해당하는 에너지를 소비하지만, 인간의 뇌는 그 비율이 20% ~25%에 달한다. 이는 뇌가 차지하는 무게가 체중 전체의 2%에 불과한 것에 비교한다면 놀랍게도 높은 비율이다.


척추동물 중 포유류에 해당하는 인간은 그중에서도 영장류로 분류된다. 그런 인간의 뇌 구조를 세 개의 층으로 나누는 보는 해부학적 관점에서는 가장 안쪽에서부터 파충류 뇌 (뇌간), 포유류 뇌(변연계), 영장류 뇌(신피질)의 순서로 바라본다. 이것은 의사이자 뇌과학자였던 폴 맥린 박사(Paul D. Maclean)에 의해 뇌의 삼위일체(Triune Brain)라는 이름으로 연구되었다.

한글 위키피디아 Tritune Brain 부분에서 가져옴

이 세 부분으로 구분된 뇌의 영역은 우리 몸에서 다음과 같은 역할을 수행한다.


가장 안쪽의 파충류 뇌 (뇌간)은 호흡, 심박률 생명의 기본적인 기능을 담당한다. 

그리고 그것을 감싸고 있는 포유류 뇌(변연계)에는 해마와 편도체 등 여러 구성요소가 서로 연결되어 파페츠 회로라고 불리는 형태로 구성되며, 외부의 자극으로부터 부정이나 긍정적인 감정을 느끼도록 돕는다. 

가장 바깥쪽 영장류 뇌(신피질)는 일반적인 포유류가 수행하지 못하는 각종 이성적이고 정밀한 높은 수준의 계산과 통제 기능을 수행한다.


이렇게 비대해진 우리 뇌는 인류의 생존과 번영에 어떠한 영향을 끼쳤는가.


거대한 뇌를 갖게 된 인류는 기존 다른 포유류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도구의 사용과 불을 손에 얻을 수 있게 되었고, 이는 육식 포유류들이 가진 강한 근력과 사냥에 적합한 공격 능력을 상쇄시켜 버림과 동시에, 더 이상 지구 상에는 대적할 만한 상대가 없을 만큼 지적으로 강력한 종의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Pixabay로부터 입수된 PourquoiPas님의 이미지입니다.

이후 인류는 생존을 위한 사냥과 수렵 대신 문명의 발전과 지적인 능력을 자극할 수 있는 활동들에 집중할 수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문자나 예술 과학과 같은 고차원적 지식의 탄생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비록, 우리 몸은 아직까지도 원시 유전자를 간직한 채 본능의 욕구를 추구하지만, 크게 발달된 뇌는 그것을 통제할 수 있도록 많은 이성적 장치를 제공해 줄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리고 현대사회는 고등 지능을 가진 인간이 사회 구성원의 일원으로써 쉽게 적응하고 각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을 통해 극적으로 잘 훈련된 이성의 통제장치를 가진 우리들로 만들어 놓았다.


우리의 뇌는 수면을 필요로 한다.


뇌는 이렇게 중요한 기관이지만 그 왕성한 활동량만큼 신체에서 가장 많은 에너지를 소모함과 동시에 많은 피로 또한 누적된다.  이렇게 누적된 정신적 피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것을 수면이라고 하며, 수면 활동은 지구가 자전을 통해 태양을 등지는 밤이라는 시간 동안 이루어진다. 하지만, 이런 수면 기능은 단세포 생물, 하등생물, 세균 생명체는 가지고 있지 않으며, 고유한 뇌를 가진 고차원적 생물체만이 가진 특이한 기능이다.


Pixabay로부터 입수된 Ádám Urvölgyi님의 이미지입니다.

이를 마치 자동차 경주에 비교하자면 세계에서 가장 빠른 F1 자동차들처럼 진보된 고성능의 자동차일수록, 부품들의 수명과 피로도가 보통의 자동차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급속히 소모되며, 이는 경기 중에서 조차 피트인(pit-in) 절차를 통해 긴급수리나 파트 교체로 이어진다.


고성능을 가진 우리의 뇌도 이와 비슷한 피트인 절차로 수면이라는 기능이 생기게 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밤은 많은 생명체들이 휴식을 취하고 에너지를 충전하도록 배려받은 자연으로부터의 선물이다. 그리고 우리의 뇌 역시 수면이라는 이름으로 깊은 휴식의 시간으로 빠져들게 설계되었다. 


좀 더 깊이 살펴보자면 뇌구조의 가장 바깥쪽을 이루고 있는 영장류의 뇌 영역 신피질은 수면시간에 해당되는 밤 시간 동안 휴식과 자정기능을 통해 정상적인 기능을 지속하기 위한 유지보수의 시간을 갖게 된다. 그렇다고, 수면하는 동안 뇌가 모든 기능을 끄고 멈춘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만약 모든 뇌 기능이 휴식에 들어가 아무것도 하지 않게 된다면, 심장박동이나 호흡을 주관하는 일조차도 멈추게 되어 우리 몸에 치명적인 손상이나 죽음을 가지고 올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초적인 대사를 담당하는 뇌는 쉬지 않고 해당 기능을 수행한다.


고등 생물에게 수면이라는 기능은 아주 중요하면서도 필수적인 기능이며, 수면부족은 종종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하는 직업군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치명적인 실수와 사고를 야기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빠른 기술의 발전은 인간이라는 생명체가 어두운 밤에도 잠들지 않고, 전기로 밝혀지는 등을 통해 낮과 같은 환경을 유지할 수 있도록 만들어 버렸고, 밤에도 깨어있게 된 우리 뇌의 일부는 낮과는 다른 형태의 작업 방식을 택하게 된 것이다.


Pixabay로부터 입수된 enjoytheworld님의 이미지입니다.


하지만, 밤이 오면 혹독하게 훈련받은 이성의 관리자도 조차도 잠들게 만들게 만든다. 마치 무섭게 생긴 경비가 지키는 문이 어느 순간 경비도 없이 살짝 열려있는 것처럼 말이다. 이런 비정상적인 환경이 만들어 내는 변화에서 우리는 매우 감정적으로 행동한다고 표현을 한다. 그렇다면 이 감정이라는 것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는데,  가장 낮은 단계에서의 파충류의 뇌는 감정을 생성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포유류의 뇌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생물체는 반복으로 맞닥뜨리는 특징이나 자극에 한 기억을 지니게 될 때 생존의 확률이 높아지게 된다. 즉 과거의 험했던 상황을 기억하고 있는 것이 생존에 유리한 것이다. 이것이 바로 포유류의 뇌에서 발견되는 감정의 출발이다(Bear et al., 2007). "라고 표현되어 있다.  

- 커뮤니케이션 이론 10권 3호(2014년 가을호) 170페이지에서 발췌 -


<Pixabay로부터 입수된 Arek Socha님의 이미지> 몸속의 DNA는 우리를 설계하지만, 그렇다고 우리를 대변하진 않는다.


감정에 대한 의미가 생존의 확률을 높이기 위해 포유류가 가지게 된 뇌의 특징 중 하나라고 한다면, 그다음 단계의 복잡한 계산과 논리적 판단을 돕는 것이 이성이라는 뇌의 기능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가장 복잡한 뇌의 능력인 이성적 판단이라는 특징은 수면이라는 정비와 회복시간을 필요로 하는데, 그것을 방해 받음으로 인하여 뇌 기능이 잠시 역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할 수 있게 된다.


정상적인 사이클의 수면은 뇌에게 반드시 필요한 시간이고, 이 시간을 침범당한 뇌의 비정상적 기능 오류 일으키게 된다. 그런데 우리는 그것을 마치 마법과 같은 능력이라고 착각하게 되는 것이다. 적어도 기술적으로는 이렇게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인문학적 측면에서 밤에 이루어지는 모종의 작업들을 그런 기술적 설명이나 과학적 논점으로 잘라 말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비록 내용이 허술하고, 쏟아지는 감성에만 젖어 써 내려간 편지일지라도 상대방의 마음을 얻기에는 충분할 수 있기 때문이다. 


Pixabay로부터 입수된 Ajay kumar Singh님의 이미지입니다.


그래서, 글을 쓰는 이에게 잠 못 이루는 늦은 밤 시간이란, 잠시 내 마음상자의 이성과 통제라는 자물쇠를 열어둔 채, 작은 소년의 목소리가 마음껏 날아다닐 수 있도록 날개를 달아주는 소중한 시간이다.



- 제목 배경 사진 -

pixabay에서 Free-Photos 님의 사진


- 참고 자료 및 문헌 -

1) 이재신 (2014). 이성과 감정. 커뮤니케이션 이론, 10(3), 161-194

2) 육식이 인류의 진화 성공 배경. 사이언스 타임스, 연합뉴스 제공 2012.04.24

3) 뇌, 인류의 육식을 읽다. by semomom, 브런치 글 2017.03.28

4) 김수용 (1998). 뇌와 수면. 과학사상(26), 268-277

5) 영문 위키피디아 'Brain' 부분 - https://en.wikipedia.org/wiki/Br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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