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 마음챙김 명상, 왜?

나만의 이유를 찾아봅시다.

새로운 것을 시작할 때 어떻게 하시나요? 게다가 그것이 아주 중요한 사안이라면요?


시간만 허락된다면 저는 늘 충분히 알아본 후에 시작하는 편입니다. 찾아보고 들어보고 읽어보고 나면 어느 정도 이해가 생기게 되고, 그러면 좀 더 빨리 습득하게 되더군요. 명상을 시작할 때도 같은 마음이었습니다. MBSR(Mindfulness-Based Stress Reduction) 경험을 한 선배에게 자세한 후일담을 들어보고, 도서관에서 관련 서적을 찾아보고, 그리고 유튜브를 통해 동영상들을 찾아보았습니다. 그렇게 해서 호흡, 단전, 집중, 앉기, 평정심, 해탈, 깨달음, 요가, 불교, 인도, 비밀스러움, 깊은 산, 오랜 인내와 같은 말들을 찾아냈습니다. 그러고 나니 머릿속에서는 애니메이션에 자주 등장하는 신선, 도사, 초인 같은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Meditation is not what you think.
명상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과는 다릅니다.
-Jon Kabat-Zinn


지금 돌이켜보면 초기에 가졌던 명상에 대한 이해가 영 틀린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명상을 통해 도달하려는 목적지나 효용성에 대해서는 지금도 긍정할 수 있지만, 명상의 과정에 대한 묘사나 보편적으로 인식되는 것과는 상당히 다른 모습입니다. 특히, 신비스러운 수행을 한다거나 깊은 산속에서 혼자서 도를 닦는다거나 불교를 믿어야 한다거나 하는 것과는 거리감이 있습니다. 아이들도 할 수 있으며, 심지어 누워서 하거나 음식을 먹으면서도 하는 방법도 있으니까요. 오히려 일상 속에서 실제 삶 속에서도 누구나 할 수 있는 보편적인 방식에 가까우며 상당히 과학적입니다. 인류의 발달이 과학의 진보에 기대어 있는 모습은 명상에서도 동일합니다. 동양의 명상이 서양에 전해지면서 과학적인 검증과 함께 업그레이드된 것이 정말 신의 한 수라고 느껴질 정도입니다. 오히려 너무 쉽게 시작할 수 있어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키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많은 요즘입니다. 현대 마음챙김 명상은 그러합니다.


동기부여 전문가이자 작가인 사이먼 시넥(Simen Sinek)의 ‘Start with why’라는 책에서 스스로 동기부여하고 지속적인 성공을 위해서 Why, How, What이라는 세 가지 질문에 답을 해야 하며(Golden Circle), 그중 ‘Why(왜)?’라는 질문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남들에게서 부여받은 이유가 아니라 자신에 대한, 자신에 의한, 자신을 위한 이유를 찾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런 이유라야 진정 도움이 될 테니까요. 다행히 마음챙김 명상의 세부적인 방식들은 이미 잘 알려져 있고 (How), 수련이 지속될수록 자연스럽게 결과들이 얻어집니다(What). 우리가 스스로 찾아야 할 답은 바로 ‘Why (왜 마음챙김 명상을 하는가)?’에 대한 것입니다. 아무런 동기나 의도가 없이 매일 습관처럼 자리에 앉아 명상을 한다면 결국엔 자리에 더 잘 앉는 능력만을 얻게 될지도 모릅니다.


“Mindfulness means paying attention in a particular way: on purpose, in the present moment, and non-judgmentally.”
마음챙김이란 특별한 방식으로 주의를 기울이는 것을 의미합니다: 의도적으로, 현재 순간에서, 그리고 판단하지 않는 방식으로
- Jon Kabat-Zinn


겉으로는 평범하지만 속에는 가공할만한 내공이 담겨있어, 세상사에 휘둘림 없이 자신의 고유한 삶을 살고, 남들에게 너그럽게 베푸는 그런 삶의 모습이 저에게는 그려졌습니다. 명상의 구루나 스승들의 면모를 보면 잘 알 수 있습니다. 하나같이 평온한 표정을 가지고 있고 친근한 태도와 이해하기 쉬운 말을 합니다. 그렇지만 그 쉬운 말속에는 눈을 번쩍 뜨이게 하는 진리가 들어있습니다. 그리고, 세상과 사람들은 그들로 인해 많은 도움과 위안을 받습니다. 앞으로의 삶에 대한 방향이 보여서 기뻤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명상을 시작할 때 반드시 거대하고 거창한 이유가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누구는 스트레스가 많아서 시작하고, 또 누구는 성격이 급해서, 몸이 아파서, 일을 더 잘하고 싶어서, 아이를 잘 키우고 싶어서, 더 즐거워지기 위해서, 심지어 한 번 체험해 보고 싶어서 시작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모두 이유 같은 이유들이며, 각자에게는 중요한 이유들입니다. 혹시 또 알아요? 가볍게 산책하러 나왔다가 등산을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도.


운전을 해서 여행하는 경우를 떠올려 볼까요? 내비게이션에 목적지를 입력한 후, 안내에 따라 안전하고 즐겁게 운전을 하다 보면 목적지에 도달하게 됩니다. 심지어 길을 잘못 들더라도 다시 길을 찾아 주는 건 덤이죠. 스스로 발견한 이유들은 내비게이션에 입력할 목적지와 같고, 명상은 운전 그 자체입니다. 목적지에 도달할 때까지 한눈팔지 말아야겠죠. 스타트랙에서 나오는 텔레포트처럼 목적지에 바로 도착할 수 있다면, 아니면 시속 300km의 속도로 달려서 몇 시간 만에 도착할 수 있다면 참 좋을 텐데, 명상은 오히려 천천히 걸어가는 걸음과 흡사합니다. 느긋하게 그리고 나만의 속도로 걸어갈 때 비로소 주변 풍경이 보이고 사람들이 보이고, 또 그 속에 있는 자신의 모습과 삶이 보입니다. 그렇게 천천히 스스로 성장합니다. 더 빨리 성장하고 싶다면 오히려 더욱 천천히 걸어야 할지도 모릅니다. 스스로 체험하면서 몸과 마음에 배도록 할 때에 진정한 도움이 됩니다.


말이 길어지면 제대로 설명이 안된 것인데요, 첫 글이다 보니 길어졌습니다. 양해를 구합니다. 가볍게 그리고 살짝 도움을 드리기 위한 마음에서 짧은 글들이 이제부터 연재됩니다. 혹시 제대로 배워보겠다는 마음이 일어났다면 공식 명상 프로그램에 참여하시도록 권장드립니다.


자 이제 시동을 걸기 전에 목적지부터 입력합시다. 항상 일은 제일 중요한 것부터 해야 합니다.


지금의 미션: 목적지 찾기

1. 현재 상황에서 자연스럽고 편안한 자세를 취해봅니다. (남들의 눈치가 보이지 않는 정도로, 앉거나, 걷거나, 기대거나, 혹은 눕거나)
2. 지금 몸과 마음의 상태가 어떤가? 하며 스스로 호기심을 가져봅니다.
3. 스스로를 돌보기 위해 스트레칭을 하거나 숨을 고를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따뜻한 차 한잔을 마셔야 할지도 모릅니다.
4. 자연스러움과 편안함이 올라오면, '나는 왜 명상을 하려고 하는가?'라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해 봅니다.
5. 떠오르는 어떠한 이야기나 대답들도 너그러운 마음으로 모두 허용해 줍니다.
6. 어쩌면 그중 몇 가지는 적어두고 싶을지도 모릅니다. 자신을 위해서요^^


처음엔 작아 보이는 이유들도 관심을 가지고 자주 들여다보면 어느새 많이 커져 있을 겁니다.

씨앗에 물을 주면 싹이 자라나듯이.

신기하게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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