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도를 심고 물주기
가족 여행을 계획 중입니다. 모두가 함께 가는 여행이라야 '가족 여행'이라 할 수 있을 텐데, 이번 여행은 가족 일부만이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우리 부부와 아이 하나. 차라리 '제주도 여행'이라고 부르는 편이 낫겠다 싶습니다. 아내와 나, 이렇게 둘이 여행하려던 계획에 이번에 초등학교를 졸업하는 아이가 동참하면서 여행의 성격도 바뀌게 되었습니다. 먹고 자고 구경하는 모든 것들에 변화가 생겨야 할 판입니다. 그래서, 세 명이 하루씩 계획하기로 했습니다. 나름 재미있는 방법일 것도 같습니다.
저의 키워드는 '예술적', '여유로움', '직접 느끼기'입니다. 아이가 미술을 좋아하고 아내도 예술을 사랑합니다. 몸과 마음으로 충분히 느끼고 이해할 시간이 필요한 것이 예술이기에 여유로운 하루가 되도록 하려 합니다. 서두르지 않아야 하고, 여행 중 예기치 않은 변화가 생겨도 너그럽게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합니다. 눈, 귀, 코, 입, 손을 포함한 오감과 마음까지 체험에 관여하도록 합니다. 먼저 아침 햇살을 즐기고, 적당한 허기가 생겨날 때 가볍게 먹고, 천천히 달리는 차 안에서 즐기는 바깥 풍경, 그리고 인상 깊은 순간을 맞이하게 될 '빛의 벙커'를 지나 커피 박물관 바움으로, 마지막엔 해지는 석양과 함께하는 저녁 식사. 같이 있지만 서로 다른 순간을 맞이하게 될 세명은 무엇을 경험하고 또 얻어오게 될까요? 벌써부터 궁금해집니다. 저녁 식사 위로 오고 갈 이야기, 이것이 바로 제가 기대하고 있는 여행의 결과물입니다.
출발하지도 않은 여행 이야기가 길어졌군요.
이전 글 "마음챙김 명상, 왜?" 에서는 명상을 하려는 각자의 이유는 여행에 있어서 목적지와 같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짧은 여행이든 긴 여행이든 상관없이 스스로의 이유가 필요합니다. 당장 정하기 힘들다면 산으로 갈 것인지 바다로 갈 것인지와 같이 대략적인 목적지도 우선은 괜찮습니다. 왜냐구요? 가다가 보면 좀 더 자세히 정할 수 있는 기회가 스스로 찾아오니까요. 삶에서의 목적지라서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한 가지 주의 사항이 있습니다. 목적지를 목표로 이해하시면 곤란합니다. 목적지는 등대와 같이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을 알려주고 길을 잃지 않고 여행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긍정적인 면이 있지만, 숫자로 나타낸 목표는 우리를 비교와 판단으로 이끌어 갑니다. 목표한 대로 속도가 나지 않으면 조바심이 나고 질책하고 책망하게 됩니다. 심지어 스스로를 비난하고 좌절하기도 합니다. 우리가 가려는 방향과 정반대입니다.
그럼, 여러분의 이유(목적지)를 잠시 떠올려볼까요? 원하는 모습은 무엇인지요? 단어 혹은 이미지가 떠오른다면 잘 기억해 두세요.
지금 이 순간밖에 없다. 지금이야말로 삶이 펼쳐지는 유일한 순간이다.
- Eckhart Tolle
아주 자주 우리는 목적지를 지금이 아닌 미래에 두고 삶을 살아갑니다. 그러나 마음챙김 명상 관점에서의 목적지는 바로 '지금 여기'입니다. 우리의 삶이 방금 도착한 곳이며, 새로운 것이 일어나서 펼쳐지는 가능성의 장소로서, 무언가를 하거나 하지 않을 수 있는 유일한 순간이기도 합니다. 이 순간에서 출발하는 화살표에 눈을 대고 보면 우리 삶의 미래를 볼 수 있습니다. 미래가 이미 성큼 다가와있다는 느낌이 들더라도 놀라지는 마세요. 이 길은 나에게만 허락된 길이며, 오직 스스로만 갈 수 있고, 어느 누구도 가본 적이 없기에 비교할 수도 없으며, 걸어간 만큼 길이 만들어집니다. 이 길을 어떻게 걸어갈 것인지 그리고 지금 무엇을 할 것인지는 스스로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즉, 우리에겐 아직 그리고 항상 기회가 있다는 말입니다.
당신은 현재 모습 그대로 완벽하지만, 개선할 여지가 있다
- 샤우나 샤피로의 책 'Good Morning, I Love You' 중에서
'이 길을 어떻게 걸어갈 것인가?'가 바로 '태도'에 대한 것입니다. 저에게 친숙한 MBSR에서는 아홉 가지 태도를 말하고 있습니다. 비판단적, 인내, 초심, 신뢰, 너무 애쓰지 않기, 수용하기, 내려놓기, 관용과 감사입니다. 이들은 마음챙김 명상의 특성에 대한 것이기도 하고, 방법에 대한 것이기도 하며, 키워가야 할 자질 또는 가치에 대한 것이기도 합니다. 명상 수련을 통해 이러한 태도를 키워갈 수 있으며, 이러한 태도가 든든하게 자리 잡으면 명상 수련도 더욱 깊어집니다. 어떻게 보면 지극히도 보편적인 것들입니다. 그리고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러한 것들이 명상에서 뿐만 아니라 삶에서 드러나면 좋겠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드실 겁니다. 바로 명상이 삶과 만나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다만 이 길을 스스로 잘 가고 있는지 아닌지 궁금할 때는 현재 상황을 점수로 매기려고 하지는 마세요. 혼자 생각에 잘 된다든지 때로는 잘 안된다고 오해하고 좌절할 수 있거든요. 그렇게 되면 매번 스스로 휘둘리게 됩니다. 오히려 어느 정도를 걸어가고 난 후 돌아볼 때 점차 나아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면 잘 가고 있는 겁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그대로 정체되어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면 그것도 잘 된 일입니다. 왜냐면, 그때부터 걸어가면 될 일이니까요. 마음챙김 관점에서는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는 것'이 잘하는 겁니다. 그 후에 이어질 행동은 스스로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보편성에 대해서 잠시 언급했습니다. 명상이 불교 전통에서 비롯된 것이어서 마음 깊은 곳에서는 거리감이 있는 분들이 계실 수도 있습니다만, 굳이 그러실 필요가 없다고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인류의 오랜 역사에서 특정한 믿음이나 가치는 인류의 더 나은 모습을 위해 생겨난 것들입니다. 불교나 기독교도 붓다나 예수 이전에는 없었을 테니까요. 그래서일까요 모든 종교나 위대한 생각들이 지향하는 것들은 모두 보편적인 성격을 띠고 있습니다. 마치 저희 부모님이 늘 말씀하시는 '사이좋게 잘 지내라'처럼 원래부터 가지고 태어난 본성 같은 것들이라 쉽게 이해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고요한 집중 속에서 수련하는 명상의 모습은 다른 많은 종교에서의 '기도'하는 모습과 닮아 있기도 합니다. 현대에는 종교와 상관없이 명상이 유용하게 받아들여집니다.
우리는 모두 사랑의 씨앗을 가지고 있다.
- 틱낫한
이유와 태도에 대한 실습
1. 지금 이 순간 몸과 마음이 어떤지 호기심을 가져봅니다.
- 스트레칭이나 따뜻한 물 한잔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의 자신을 우선 챙겨 봅시다.
- 몇 차례 조금 더 깊은숨을 쉬고 나면, 몸도 마음도 내려앉아 침착해지는 것을 알 수 있을 겁니다. 평온한 느낌 자체를 잠시 음미해 봅니다.
2. 질문을 던질 시간입니다. '내가 왜 마음챙김 명상을 하려고 하지?'
- 떠오르는 단어가 있다면, 그 단어를 서너 차례 속으로 되뇝니다. 몸에서 뭔가 일어나는 느낌이 있다면 모두 허용하고 그 느낌과 함께 머물러 봅니다.
- 이미지가 떠오르면, 그 이미지 속에 있는 자신을 보면서 일어나는 느낌과 함께 머물러 봅니다.
3. 또 질문을 던질 시간입니다. '그곳에 도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어쩐 태도나 품성, 자질이 필요할까?'
- 최대 세 가지 정도까지만 나열해 봅니다.
- 이번에는 반대로 해볼까요? 나열한 세 가지 변화/태도/덕목/자질들을 떠올릴 때, 그 목적지에 가까이 가고 있는지 살펴봅니다.
4. 마무리 질문입니다. '지금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앞으로의 할 일이 늘어났습니다. 방금 떠올리신 태도의 씨앗을 자신에게 심고 나서 물을 주며 자주 들여다 봐야 합니다. 그래야 잘 자라납니다. 그렇다고 지금 선택한 것만 계속해서 키워야 된다는 건 아닙니다. 마음챙김, 마음의 밭을 늘 살펴보고 필요한 태도들에는 물을 주고 잡초는 그때 그때 제거하며 돌봐야 합니다. 자세한 방법들은 차차 다둘테지만 이미 벌써 수확철이 기대됩니다.
마무리하며 요약해 보겠습니다.
마음챙김도, 명상도, 삶도 항상 '지금 여기'에서만 일어납니다. 미래에 대한 목표와 목적지는 항상 지금 여기로 가져오시면 됩니다. 지금 여러분이 존재하고 있는 이 시공간으로 가져와서 현재에 무엇을 할지 선택하면 됩니다. 지금 여기서 미래가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