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서 그리고 명상에서
당신의 자리를 잡으셨나요? 지금 당신이 계신 곳에서 그리고 상황에서 당신은 어떻게 자리를 잡고 있나요?
'자리 잡는다'라고 하니 시험기간 도서관에서 자리 잡기가 먼저 떠오릅니다. 지친 퇴근길 버스에서 어떻게든 앉아 보려고 애쓰던 때도 생각납니다. 심지어 회식자리에서 불편한 상사를 피하기 위한 자리 잡기 시뮬레이션을 할 때가 떠오르기도 하고, 명절 때 친척분들이 '직장에서 자리는 잘 잡았니?'라고 물어보시던 질문도 떠오릅니다. 생각보다 많은 의미를 담은 말인 것 같습니다. 아무튼 저에게 '자리 잡다'는 안정된 상태가 되어 나의 마음이 편안해진 것을 의미했습니다. 그리고, 나를 위한 또는 나만의 것을 시작할 수 있는 희망과도 같습니다.
보통 '자리 잡는다'라고 하면 우리는 먼저 물리적 공간을 떠올립니다. 또한, 각자의 처해진 상황에 따라 경제적, 사회적, 관계적 자리(위치)가 연상될 수 있고, 심리적 또는 정신적인 자리(상태), 심지어 삶의 자리(방향이나 목표)까지 자연스럽게 딸려 올라올 수도 있습니다. 목적지가 있는 여정 안에서는 그 의미가 좀 더 분명해집니다. 가고 싶은 목적지나 목표 상태에 도달하여 자리 잡은 ‘도착 또는 완료’의 뉘앙스를 가지기도 하지면, 바른 환경을 준비하여 출발점에 자리 잡은 '시작'으로서의 의미도 가집니다. 출발하여 도착하고 다면 다시 시작이 일어납니다.
지난여름 제주도로 가족 여행을 갔을 때가 떠오릅니다. 공항으로 출발하던 차 안에서 우리는 희망과 기대감을 가득 앉고 앉아 있었습니다. 태풍 소식이 있던 때라서 여행 내내 불안감을 옆자리에 태우고 다녔습니다. 결국 태풍은 방향을 바꾸어 제주도로 향했고 우리는 부랴부랴 항공기 일정을 미루고 출근 일정도 조정했습니다. 불안 속에서도 추억을 만들려고 안간힘을 쓰던 우리 가족들의 모습이 아직 선명합니다. 지금은 빙그레 미소를 짓지만 그때는 온 가족이 심각했습니다. 불안은 태풍과 함께 지나가고 우리에게는 밝은 햇빛 아래 푸른 바다가 보이는 멋진 숙소를 선물해 주었습니다. 해피 엔딩이었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삶에서는 매 순간 수많은 것들이 일어납니다. 안정적인 미래를 위한 고민 속에서도 점심 식사 메뉴를 정해야 하며 그러는 동안에도 지구 반대편에서는 전쟁이 지속됩니다. 나만의 것을 움켜쥐기 위해, 자리를 잡기 위한 나만의 치열한 투쟁이 계속됩니다. 혼자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것들 투성입니다. 희망, 자신감, 기쁨, 불안, 좌절, 안정이 서로 순서를 바꾸어 찾아오기도 하고, 때로는 한데 뒤엉켜 복잡한 모습으로 찾아오기도 합니다. 수많은 끝과 시작이 서로 맞물려 돌아가고, 심지어 중간 지점들까지 마구 섞인 복잡한 삶의 모습은 어쩌면 카오스나 혼돈과도 같습니다. 삶의 그 혼돈 속에서 우리는 자리를 잡으려 애씁니다.
불편함이 올라오나요, 무질서한 혼돈의 모습에 주눅이 드나요? 그렇다면 지금이 바로 정신을 차릴 가장 좋은 때입니다. 마음을 챙겨서 찬찬히 살펴보면 질서가 없는 것이 아니라 다만 복잡하다는 것을 알게 될 겁니다. 삶의 복잡함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고 수용하는 것, 그것이 바로 삶에서 자리 잡은 모습입니다. 그러고 나면 우리가 해야 할 바른 일이 무엇인지를 알게 됩니다. 자연스럽게 말입니다. 유용한 삶의 자질이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긴박하고 중요한 순간이나 길을 잃고 헤맬 때 그 막강한 위력을 발휘하겠지만, 할 수만 있다면 매 순간에 그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뉴스는 우리 모두가 이런 삶의 자질을 처음부터 가지고 태어났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더 좋은 뉴스는 마음챙김 명상을 통해서 키워갈 수 있다는 겁니다.
지금 여러분이 자리 잡은 곳은 어떤지요? 무엇이 보이고 또 무엇을 느끼고 있습니까? 지금 여기서 해야 할 가장 바른 일은 무엇일까요?
Wherever you go, there you are - JKZ (당신이 어디를 가든, 결국 그곳에는 당신이 있다.)
삶에서의 다양한 '자리 잡기' 모습이 마음챙김 명상의 여정에서도 동일하게 드러나는데요, 이번에는 다양한 명상의 자세들에서 '자리 잡기'가 어떻게 되어가는지를 말해보려 합니다.
명상 안내에서는 ‘그라운딩(grounding)’이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하는데요, 바로 지금 여기에서 자리를 잡고 명상을 시작할 준비로 이해하셔도 좋습니다. 언제나 그렇지만,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스스로의 의도를 분명히 하는 것입니다. 명상은 언제나 의도적으로 하는 것입니다. 일상을 쪼개어 없던 시간을 만들어내고 장소를 정하고 명상을 하는 모습은 철저하게 스스로를 보살피는 행위입니다. 미루고 싶은 마음을 이겨내는 숭고한 용기가 담긴 행위이자 사랑의 행위입니다. 습관처럼 하는 명상은 무료해지기 쉽습니다. 무엇을 왜 하려는지가 분명하지 않을 때 우리는 쉽게 길을 잃어버리게 되고, 또한 돌아올 수도 없습니다. 자신을 보살피려는, 사랑하려는 의도를 먼저 새겨야 합니다.
예를 들어 30분 동안 명상을 하기로 마음먹었다고 해 볼까요. 이 순간의 의도를 한번 더 확인합니다. 이를 테면 '일과를 잠시 멈추고 몸과 마음을 보살펴야지', '명상 수행 내내 깨어 있으리라', '쉽게 판단하는 경향을 알아차리고 판단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리라', '너그러운 마음과 친절한 태도를 키워야겠다', '잠들지 않으리라', '몸에서 일어나는 감각들을 모두 허용하고 수용하리라' 같은 예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어떠한 명상의 태도와 자질을 유념하여 수행할 것인지 정합니다. '판단하지 않음', '인내심', '믿음', '연민' 등 이번 30분간의 시간 동안에 좀 더 주의를 기울일 태도까지 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렇게 의도를 세워 결정을 하고 나면 마음이 고요해지며 안으로 자리를 잡습니다.
명상의 종류는 자연스럽게 스스로 정합니다. 앉거나 누워서 하고 싶다면 조용하고 방해받지 않는 적당한 환경을 마련해야 합니다. 의자나 방석을 준비하고, 조명도 적당히 조절해야 하겠지요. 시작과 끝나는 시간을 확인합니다. 주변 사람들에게도 미리 알려주어 방해받지 않는 좀 더 안정적인 환경을 조성할 수 있습니다. 몸이 피곤하여 졸음과 싸워야 하는 상황이라면 서서하거나 걷거나 또는 요가와 같이 움직이면서 명상을 할 수도 있습니다. 어찌 되었든 가능한 조용한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초보자의 경우에는 더더욱 그러합니다. 좀 더 캐주얼하게 하고 싶다면 음식을 먹거나 차를 마시면서, 또는 음악을 듣거나 다른 일상 행위를 하면서 마음챙김을 하고 싶을 수도 있습니다. 어떤 명상 방법을 선택하든 그것에 맞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고 나서는 밖으로 자리 잡은 모습을 살펴봅니다. 적절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지, 안정감, 자연스러움, 깨어있음, 긴장하지 않음, 위엄 등이 배어 있는지 알아봅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살펴보면서, 필요하다면 조금씩 조정하여 최적의 조건을 갖추어 봅니다. 오랫동안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는 부담에 이완하려 애쓰거나 긴장을 풀어내려 힘줄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가 하려는 것은 마음의 근육을 키우는 것입니다. 밖으로 자리 잡은 모습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안으로 자리 잡은 모습입니다.
만약 '호흡(들숨과 날숨)'을 주의의 대상으로 정했다면, '호흡만을 바라보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합니다. 호흡에 자리를 잡고 머물러 있으려 해도 마음은 너무나 자주 길을 잃고 다른 곳으로 향하기도 합니다. 이는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딴생각에 빠진 것을 알아차릴 때면 '자신을 판단하여 책망하지 않고 부드럽고 친절하게 다시 호흡으로 돌아오리라'라고 의도를 분명히 하고, 호흡으로 돌아와 자리 잡기를 합니다. 지속적으로 알아차리고 돌아오는 여정, 다시 이곳에 자리 잡는 여정이 우리가 해야 할 전부입니다.
Wherever you are, be there totally - Tolle (어디에 있든 거기에 온전히 존재하라)
어느덧 30분이 지나고 마무리를 위한 알람이 울리면, 한번 더 현재의 자리를 확인합니다. 몸과 마음이 어떻게 자리 잡고 있는지 살펴봅니다. 명상의 여운을 좀 더 오래 느끼고 싶을 수도 있습니다. 비록 명상이 끝나는 순간이지만 다시 일상이 시작되는 때이기도 합니다. 명상의 여운과 효과가 자연스럽게 일상의 삶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자리 잡습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아시겠죠? 일상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의도를 세우고 어떤 태도를 가질 것인지 스스로 결정하는 것입니다. 그러고 나면 지금 이 순간 해야 할 바른 일이 무엇인지 알게 됩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명상과 삶을 연결합니다. 명상과 일상을 굳이 따로 분리할 필요는 없습니다. 명상을 하는 시간도 일상이 일어나는 시간도 모두 삶의 시간들입니다. 늘 그래왔듯이 우리는 단지 지금의 삶을 살아가고 있을 뿐입니다. 그것이 명상이든 일상이든.
제일 좋은 모습은 마음챙김이 일상에 녹아든 모습이겠죠.
지금 여러분은 안으로 밖으로 어떻게 자리 잡고 있나요? 몸과 마음과 의도와 태도는 어떠한가요?
바로 지금 여기서 펼쳐지고 있는 삶에서 어떻게 자리 잡고 있는지 항상 주의를 기울여 봅니다. 그러면 깨어있게 됩니다. 원하는 모습으로 자리 잡고 있으시길 항상 응원합니다.
지금 여기서 자리 잡기 (3분 실습)
1. 하던 것을 잠시 멈추고, 잠깐동안 나를 보살피겠다고 마음을 먹습니다.
2. 방금 무엇을 하고 있었나요? 어떤 의도와 태도를 가지고 있었나요?
3. 주위를 둘러봅니다. 눈에 무엇이 보이는지, 어떤 소리가 들리는지, 어떤 것이 느껴지는지.
4. 지금 이 순간의 몸과 마음의 상태를 알아봅니다. 어느 부위가 긴장하고 있는지, 마음은 불안한지 편안한지 산만한지 알아봅니다.
5. 스스로를 위하려는 의도를 분명히 합니다. 지금 이 순간의 가장 바른 일을 선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