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5 명상의 시작, 어떻게 앉느냐가 중요하다

편안한 명상을 위한 자세 가이드 - 당신의 자세는 안녕한가요?

저는 탁구를 좋아합니다. 어릴 때는 식탁 테이블 위에서 작은 책을 네트 삼아 공을 넘기며 놀곤 했지만, 제대로 된 탁구라켓을 손에 들게 된 것은 20대 후반 첫 번째 직장에서였습니다. 휴게실 바로 앞에는 탁구대 두 개가 늘 마련되어 있어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이면 누구나 즐길 수 있도록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출근 시간보다 일찍 오거나 퇴근 시간 후에 잠시 남아서 함께 탁구를 즐기던 동료들과의 연결감도 탁구만큼이나 컸던 시절이었습니다.


그중에는 학창 시절 탁구 선수로 활약하던 분도 계셨습니다. 어떻게든 한번 이겨보겠다는 욕심에 게임을 요청을 했지만, 수준 높은 기술 앞에 번번이 좌절했던 기억이 납니다. 자연스럽게 탁구 동아리가 생겨나면서 난생처음 탁구 코치님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나름의 잔기술로 중간 정도는 간다며 우쭐하던 나였지만, 네트를 넘어오는 가장 평범해 보이는 공들도 제대로 넘기지 못한다는 사실이 충격이었습니다. 마음속으로는 늘 알고 있었지만,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생각만으로는 어림도 없었습니다. 심지어 탁구라켓을 잡는 법과 탁구 테이블 앞에 서는 방향조차도 엉망이었으니까요.


탁구에서 라켓을 쥐는 법, 발의 위치와 움직임까지 기본기가 경기력에 큰 영향을 미치듯, 명상에서도 기본자세는 깊은 수련으로 가는 필수적인 단계입니다.


Dignity is important in meditation posture—sit as a mountain, stable and grounded.
명상 자세에서 품위(dignity)가 중요하다. 산처럼 안정되고 단단하게 앉아라.
John Kabat-Zinn



오늘은 가장 보편적으로 수련하는 앉아서 하는 명상 자세를 살펴보겠습니다. 안정감과 위엄이 느껴지고, 이완되어 있지만 깨어있는 자세, 오랫동안 앉아 있어도 신체에 무리가 가지 않는 자연스러운 자세가 중요합니다. 거대한 산처럼 장엄하게, 황제가 옥좌에 앉듯이 위엄 있게 앉습니다. 긴장을 풀기 위한 스트레칭이나 간단한 요가 동작도 자연스러움을 높이는데 도움이 됩니다. 가능하다면 하나의 자세를 정했다면 명상이 끝나는 시간까지 유지하는 것이 좋습니다만, 언제든 스스로의 안전을 위해서라면 자세를 바꿀 수도 있음을 기억하여야 합니다. 명상은 나를 힘들게 하려는 것이 아니라 나를 보살피기 위함이라는 것을 기억하시고, 건강과 안전을 항상 먼저 챙기셔야 합니다.


저의 경험상으로는 다리와 엉덩이에서 일어나는 불편함이 첫 번째로 해결해야 할 숙제였습니다. 반가부좌로 앉고 5분이 채 되기도 전에 골반에서 먼저 통증이 올라왔습니다. 근육과 뼈가 번갈아가면서 아파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는 다리가 멍해지기 시작하더니 저려오기 시작했습니다. 다리를 펴면 골반과 허리가 아파오고, 한참을 지나 다리를 모으면 다시 저려왔습니다. 아무리 자세를 바꾸고 힘을 주어 참아보고 해도 매 한 가지여서 속에서는 울화가 치밀어 올라왔습니다.


'명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가 고요함 속에서 눈을 감고 바닥에 앉아 있는 모습일 겁니다. 양쪽 다리를 굽혀 발등이 반대편 허벅지에 올려진 일명 가부좌 자세 (Lotus Position)인데요, 이 자세에서는 양쪽 허벅지와 엉덩이가 바닥에 고르게 닿아 안정적인 자세가 만들어집니다. 다만, 무리하여 자세를 취할 경우 무릎과 발목 부위에 극심한 통증이 수반되며, 다리 근육이 발달한 분들이라면 구조적으로도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저 역시 아직 완벽한 가부좌 자세를 취하지는 못합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안정적이고 신체에 무리가 가지 않는 자신의 몸에 맞는 편안한 자세를 찾는 것입니다. 괜한 욕심을 부릴 필요가 없습니다. 한쪽 다리만을 허벅지에 올린다던지, 아니면 다리를 포개지 않고 양무릎이 모두 바닥에 닿게 하거나, 책상다리를 하고 앉을 수도 있습니다. 무릎을 꿇고 할 수도 있는데 이때는 명상이나 기도용 의자를 사용하는 것이 도움 됩니다. 사실, 반드시 바닥에 앉아야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의자나 침대 모서리 혹은 소파에 앉아서 평소 익숙한 환경 속에서 하실 수도 있습니다. 각자의 신체조건이나 주어진 여건에 적합한 자세를 선택하시는 것이 현명합니다.


저는 한쪽 다리만을 반대쪽 허벅지 위에 올리고 앉는 반가부좌 자세(Half Lotus position)를 선호하는 편입니다. 특히 바닥에 딱딱할 경우에는 바닥에 닿는 다리의 복숭아 뼈에 통증이 일어날 수 있기에 가능하다면 요가 매트나 얇은 요를 깔고 진행합니다. 그리고, 며칠 단위로 다리를 바꾸어가면서 자세를 잡습니다. 이삼일 정도 왼다리를 오른 다리 위에 올리고 진행했다면, 순서를 바꾸어 오른 다리를 왼다리 위에 올리고 진행한다는 말입니다. 그렇게 해서 몸의 균형을 유지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의자에 앉아서 진행할 때는 다리는 꼬지 않고 너무 벌리지도 않은 자연스러운 넓이를 유지합니다. 발바닥은 바닥에 골고루 균형 있게 닿도록 하며 발끝이 조금은 바깥쪽으로 향하게 하여 자연스러운 안정감을 찾습니다. 허벅지와 엉덩이는 의자 표면에 착하고 달라붙는 듯한 느낌으로 앉습니다. 가능하다면 등받이에 기대지 않도록 하여 위엄 있는 자세를 만듭니다. 집이 아닌 곳에서는, 예를 들면, 길가의 벤치나 도서관, 지하철, 버스 안 등에서 수행할 때에는 의자에 앉아서 진행할 수밖에 없습니다. 여러 가지 자세로 연습을 하고 나면 다양한 상황에서 언제든 명상을 할 수 있는 유연함이 생겨납니다.


앉는 자세가 익숙해졌다면, 이제는 허리, 등, 목 부위로 이어지는 척추 정렬을 살펴보겠습니다. 앞으로 굽어지거나 옆으로 기울어진 자세로 오랫동안 유지하게 되면 굽어진 척추 부위에서 통증이 발생하게 됩니다. 심지어 다리나 골반에도 필요이상의 압력이 가해져서 다리가 저려올 수 있습니다. 사람마다 신체적 구조가 차이 나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가능하다면 허리 부위는 앞쪽으로 조금 밀어 넣어 곡선을 만들고, 등과 목은 펴고, 턱은 몸 쪽으로 살짝 당겨줍니다. 마치 정수리에 끈이 달린 인형을 위에서 살짝 당기는 듯한 모습을 연상하셔도 좋습니다. 통증이 발생할 때마다 조금씩 자세를 조정해 가면서 나만의 안정적인 자세를 찾아가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엉덩이 아래에 조금은 두꺼운 쿠션이나 방석을 깔고 앉는 것이 다리나 골반에 가해지는 압력을 줄이는데 도움 됩니다. 평소에 허리가 불편한 분들은 꼭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Posture is not just about sitting; it’s about how you hold yourself in life.
자세는 단순히 앉는 방식이 아니라, 삶을 대하는 태도를 의미한다.
Rick Hanson


손은 무릎이나 허벅지 위에 자연스럽게 놓아 두어 어깨에 가해지는 무게감을 완화시키도록 합니다. 손동작은 자연스럽고 단순한 정도면 충분합니다. 손을 편 채로 손바닥이 다리에 닿도록 하거나 천장을 향하게 할 수도 있습니다. 심지어 가볍게 주먹을 쥐지만 힘을 풀어 편안한 자세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너무 복잡한 손동작은 오히려 주의력을 분산시킬 수도 있습니다. 졸지 않고 깨어 있을 수 있게, 그리고, 주의를 모으는데 도움이 되도록 조금씩 바꿔가며 적합한 방식을 찾아가면 좋겠습니다. 저의 경우에는 명상을 배우는 초기에는 손바닥을 펴서 천장을 향하도록 했지만 요즘은 손바닥이 아래로 향해 다리에 닿게 하고 있습니다. 가끔은 가볍게 주먹을 쥐기도 하며 그 때마도 조금씩 바꿔가며 수련합니다.


눈은 각자의 선호도에 따라 결정하시면 됩니다. 많은 경우 눈을 감고 합니다만, 어떤 분들은 눈을 감으면 오히려 불안감이 올라온다고도 합니다. 눈을 감던 뜨던 눈꺼풀은 이완하도록 합니다. 눈꺼풀이 자꾸 신경 쓰인다면 몇 차례 내쉬는 숨과 함께 의도적으로 긴장을 내려놓도록 합니다. 눈을 뜨고 할 때는 시선을 앞쪽 바닥 어딘가에 한 곳을 정하되 초점을 잡으려고 하지 않습니다. 눈에 보이는 것에 주의를 두지 않고 호흡이나 몸에서 일어나는 감각으로 주의를 돌리다 보면 자연스럽게 초점이 흐려지게 됩니다. 안경은 벗는 편이 도움 됩니다. 제 경우, 3분 내외의 짧은 명상에서는 눈을 뜨고 진행하는 경우가 많지만, 긴 정좌명상에서는 대부분 눈을 감습니다. 다만 명상 도중에 졸릴 때는 의도적으로 잠시 눈을 떠서 졸음을 쫓기도 합니다.


턱이나 치아에 힘이 들어가는 경우가 의외로 많습니다. 마음대로 되지 않아 긴장하고 답답해지면 이빨을 꽉 물거나 턱에 힘을 주게 됩니다. 혹은, 나도 모르게 목이 앞으로 기울게 되면 턱과 치아에도 힘이 들어갑니다. 그럴 때는 목을 바르게 하여 자세를 수정합니다. 의도적으로 숨을 턱으로 보내어 날숨과 함께 긴장을 내보낼 수도 있습니다. 이완된 상태에서는 턱에 힘이 빠지게 되며 치아는 서로 살짝 닿거나 닿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혀도 이완되어 바닥에 자연스럽게 내려앉고 혀 끝이 앞니에 살짝 닿게 됩니다. 애써서 자세를 취하려 하지 말고 긴장을 풀어본 상태를 느껴보면 자연스럽게 알 수 있습니다.


옷은 조이지 않는 편안한 복장이면 됩니다. 조금 헐렁한 옷을 입으면 피부에서 일어나는 감각이나 옷감과 접촉하는 느낌들의 차이를 알 수 있어 도움이 됩니다. 넥타이나 허리띠가 너무 조인다면 오히려 살짝 느슨하게 풀어주시는 것이 좋습니다. 여름철의 땀이나 겨울철의 냉기도 고려하여 적절하게 입으시면 됩니다. 세탁 세제의 향기와 같이 냄새에 민감한 경우라면 옷을 선택할 때에도 향이 제거된 상태인지도 확인해야 합니다.


움직임이 없는 자세를 한참 동안 유지하게 되는 특징을 고려하면 각자의 체온 관리도 유념해야 합니다. 상대적으로 낮은 온도에서 진행하신다면 얇은 모포나 담요를 준비하여 언제든 어깨나 다리 부분을 감싸줄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온도가 높은 환경이라면 선풍기나 에어컨을 사용하게 되는데, 냉기에 너무 오래 노출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합니다. 건강과 안전이 항상 최우선입니다.


올바른 자세는 몸을 안정시키고, 몸의 안정은 자연스럽게 마음의 안정으로 이어집니다. 하지만 자세는 수단일 뿐, 본질이 아닙니다. 형식적인 것들에 얽매어 명상을 채워나가다 보면 형식이나 의례에 만족하고 안주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이런 오류는 오히려 명상을 방해하게 됩니다. 그래서 지금의 자세가 나에게 도움이 되고 있는지 늘 살펴보고 유연하게 대응하셔야 합니다. 몸이 편안해야 마음도 편안해질 수 있습니다.


When you have reached the opposite shore, you do not carry the raft on your back, but leave it behind.
강을 건넌 후에는 뗏목을 등에 지고 가지 말고 뒤에 두고 떠나라.
Alan Watts


자세에 대한 알아차림은 명상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유용합니다. 장거리 운전을 하는 경우를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운전석에 앉은 자세를 살펴보는 겁니다. 오랫동안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는 자세인지,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 자세인지를 살펴봅니다. 그리고, 운전 중에 지루함이 몰려오면 의도적으로 자세를 알아차려 보고 가장 적절한 자세로 수정합니다. 일을 할 때에도, 설거지를 할 때에도, 친구와 대화를 할 때에도. 지금의 자세가 나의 올바른 의도를 잘 지원하고 있는지 늘 살펴보면 도움이 됩니다.


Wash the dishes to wash the dishes.
설거지를 할 때는 설거지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야 한다.
Thich Nhat Hanh


명상을 시작한 처음에는 다리가 저려오거나 허리가 불편해 올 수도 있지만 점차 몸이 적응해 갑니다. 이때는 결정할 수 있는 권리가 나에게 있음을 항상 명심해야 합니다. 먼저 신체에 무리가 갈 정도인지를 살펴봐야 합니다. 잘못된 자세로 인한 통증이라면 주의력을 유지한 채로 조금씩 조정하여 최대한 적절한 자세를 찾은 후에 명상을 지속하면 됩니다. 자세의 문제가 아니라면, 지금 이 순간 나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궁금해하며 오히려 통증으로 조금 더 다가가서 통증 자체를 살펴보는 것이 도움 됩니다. 명상이 깊어지면 몸에 대한 민감도도 높아져서 예전에는 몰랐던 불편함이 느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너무 무리해서 밀어붙이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항상 지금 이 순간에 가장 적절한 선택을 해야 합니다. 명상을 멈추는 것도 포함해서 말입니다. 계속 시도하다 보면 어느덧 자연스럽게 앉아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겁니다. 다만, 원인을 모르게 지속되는 통증이라면 반드시 의사의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명상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 이 순간을 온전히 살아가는 것입니다. 그리고, 자세를 살펴보는 습관은 삶을 더욱 온전하게 만듭니다. 자주 살펴보면 더 좋겠죠.

여러분은 지금 어떤 자세를 취하고 있나요? 몸을 살펴보며 편안한지 느껴보세요.


자세 알아차리기 실습 (3분)

1. 일단 멈춰서 나를 보살피겠다는 의도를 세우고, 나에게도 선택권이 있음을 명심합니다.
2. 지금의 몸의 상태는 어떠한가, 마음의 상태는 어떠한가 하고 스스로에게 물어봅니다.
3. 어떤 의도를 가지고 어떤 작업을 하고 있었는지, 주변 상황은 어떤지 알아차립니다.
4. 이 순간에 가장 도움이 되는 적절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지 살펴봅니다.
5. 필요하다면 언제든 자세를 수정합니다. 스스로를 위해서, 상대방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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