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사냥꾼의 마음으로 살아가기
하나의 주제를 오랫동안 탐구하거나 수련할 때 우리를 든든하게 지켜주는 것들이 있습니다. 바로 '이유와 목적' 그리고 '효과적인 방법'이 그것들입니다. '이유와 목적'이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라고 한다면, '효과적인 방법'은 '모두를 사랑하라'처럼 보편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어 어느 정도 설명과 연습이 가능합니다. 이제부터는 효과적인 방법으로서 마음챙김의 태도(Attitude)를 다뤄 보려 합니다.
존 카밧진 박사의 MBSR에서는 9가지의 태도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는 종교와 이념과는 무관하게 인류 보편적인 관점에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것들입니다만, 삶에서 행동과 결과로 드러내기에는 결코 만만치 않은 것들입니다. 이것들은 마치 고기를 잡는 그물망처럼 촘촘히 서로 엮여 있어, 어떤 것부터 시작하든 결국 서로 통하게 됩니다. 그리고, 우리의 삶에 어떤 실질적인 혜택을 가져다주는지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잠깐 멈춤] 다음 9가지의 태도들 중에서, 여러분이 수월하다고 느끼는 것과 힘들다고 느끼는 태도를 찾아보세요.
Non-judging, Patience, Beginner's Mind, Trust, Non-striving, Acceptance, Letting Go, Generosity, Gratitude.
비판단적, 인내, 초심, 신뢰, 너무 애쓰지 않기, 수용하기, 내려놓기, 관용과 감사
마음챙김의 9가지 태도 중에서 특히 초심자의 마음(Beginner's mind)은 다른 모든 태도의 기초가 됩니다. 왜냐하면, '무엇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에 대해 알려주기 때문입니다. 이 태도는, 우리가 어떤 것을 대할 때, 우리 안에 자리 잡은 관점과 믿음 같은 고정관념을 통해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마치 처음 보는 것처럼 열린 마음으로 모든 가능성에 접속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러한 태도는 우리 삶의 궤적을 잘 보여주기도 합니다.
아이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말문이 터지는 때가 있습니다. '엄마'하는 아이의 첫마디에 그동안의 모든 노고가 말끔히 녹아내리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무자비한 질문 공세가 이어집니다. '왜?', '이건 뭐야?', '어떻게?'라는 질문을 세상 모든 것에 들이댑니다. 호기심 많은 아이를 보면서 부모는 천재가 태어난 건 아닐까 하며 은근히 기뻐하기도 합니다.
하바드 아동 심리학자인 폴 해리스 (Paul Harris)에 따르면 아이들은 시간당 수십 번 질문을 하며 다섯 살이 될 때까지 약 40,000번 정도의 질문을 한다고 합니다. 이름을 묻는 질문으로 시작해서 서서히 설명을 요구하는 질문으로 바뀌어가는데, 이런 과정을 통해 급격한 두뇌 발달이 일어난다고 합니다. 아이들의 질문은 적극적으로 반겨야 하는 것입니다.
청소년기에 접어들어 물건과 개념들을 구분하는 생각의 틀이 자리 잡으면서 질문의 숫자는 급격하게 줄어듭니다. 점점 자신의 생각의 틀을 통해서 세상을 바라보기 시작합니다. 성인이 되며 쌓여가는 경험만큼 생각의 틀과 시야가 고정되어 가는 전문가의 마음(Expert's mind)으로 바뀌어 갑니다. 가지고 있는 믿음에 부합하는 정보만을 취하고 나머지는 버리면서(확증 편향, confirmation bias) 더욱더 닫힌 마음이 되어 갑니다. 이는 결국 다양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제약하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가지고 있는 생각의 틀, 전문가의 마음이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효율성의 관점으로 바라본다면, 수많은 경험을 통해 검증된 생각의 틀과 자동적인 행동 양식은 효율성의 가치를 보여줍니다. 늘 운전하던 길에 있는 사물이나 표지판을 세밀하게 신경 쓰지 않고도 안전한 운전이 가능한 이유는 바로 우리가 전문가이고 효율적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새로운 도시로 이사를 하고 나면 모든 것이 달라집니다. 그 지역의 초보자(초심자)가 되어 단속카메라의 위치와 숨어있는 맛집을 알아내려 바빠집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다시 새로운 도시에서 전문가가 되어 있습니다. 이렇듯 우리의 삶은 전문가의 마음과 초심자의 마음 모두를 필요로 합니다.
시간이 지나며 자연스럽게 전문가의 마음이 자리 잡는 것을 알았다면, 우리는 오히려 초심자의 마음을 유지하려 노력하는 것이 더 도움이 됩니다. 단속카메라와 맛집들도 항상 변하기 마련이거든요. 많은 회사에서 지속적으로 채용을 하는 이유도 이와 흡사합니다. 내부의 익숙한 시선에서는 보이지 않는 불합리한 것들이 신입사원이나 외부 인사와 같은 초심자의 눈에는 잘 드러나 보이니까요.
In the beginner’s mind there are many possibilities, but in the expert’s there are few.
초심자의 마음에는 가능성이 가득하지만, 전문가의 마음에는 가능성이 드물다.
Shunryu Suzuki (Zen Mind, Beginner’s Mind, 1970)
초심자의 태도는 고정된 관념의 틀로 세상을 바라보는 대신, 매 순간을 열린 마음으로 새롭게 지각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이런 방식은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지식, 경험과 신념에 갇히는 전문가 마음의 한계를 벗어나,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면 새로운 해결책을 찾을 수 있게 도와줍니다. 열린 마음으로 새로운 도전을 수용하며 더욱 풍부한 경험과 성장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특히 우리가 가장 잘 안다고 생각하는 대상이 있습니다. 바로 우리 자신입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스스로를 부족한 존재로 인식하고 비판적으로만 바라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오히려 스스로를 새로운 잠재력을 지닌 존재로 인식하고 열린 마음으로 바라볼 때 우리 안의 가능성의 문이 활짝 열립니다. 이렇게 초심자의 태도는 우리를 자유롭게 해 줍니다.
초심자의 마음을 위한 유용한 팁들
- 모든 것은 변한다. 지금은 언제나 새로운 순간이며, 우리는 항상 초심자이다.
- 내가 알고 있는 것이 그것에 대한 전부가 아님을 겸허히 받아들이자.
-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먼저 떠오른다면, 세 번의 '왜?'를 통해 그 근거를 따져본다.
- 내가 보지 않은 곳에 새로운 가능성이 있다.
- 모든 것이 가능한 마법의 지팡이를 사용하면 어떤 새로운 해결책이 가능할까?
- 의도적으로 다양한 관점에서 살펴본다. (예. 어린아이, 신입사원 또는 상대편의 입장)
- 익숙하지 않은 음식/여행지/경험을 통해 관점과 시야를 넓힌다.
- 효육성 추구와 새로운 가능성의 추구는 선택이 가능하다.
마음챙김 명상 수련에서 초심자의 마음은 어떻게 작동할까요?
몸에서 일어나는 감각 경험들은 단순한 세포활동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화가 나면 얼굴이 붉어지듯이, 감정의 변화는 몸으로 나타나며, 몸의 상태는 다시 감정에 영향을 미칩니다. 화산 폭발도 훨씬 이전에 징후가 포착되듯이, 후회하게 되는 말과 행동도 자세히 살펴보면 감정과 신체감각의 변화라는 사전 징후를 나타냅니다. 가능하면 더 일찍 이런 변화를 알아차릴 수만 있다면 다양하게 대응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게 됩니다.
어깨를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긴장 속에서 장시간 업무가 이어지면 자세가 굳어지고 어깨가 뭉치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처음 불편함을 알아차릴 때에는 어깨를 들썩하거나 돌리면서 긴장된 근육을 풀어 보려고도 하지만, 이런 상황이 지속되다 보면 불편함 느낌도 익숙함으로 바뀝니다. 제때 휴식을 취하지 못하게 되어 결국엔 병원 진료를 받아야 할 정도의 통증으로 발전하기도 합니다. 지난번보다 더 악화되거나 새로운 불편함이 자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면 분명 우리는 다른 행동을 취했을 것입니다.
바디 스캔(Body Scan) 수련은 몸에서 일어나는 작고 다양한 변화를 알아차리도록 도와줍니다. 가려움, 따끔거림, 저릿함, 서늘함, 따뜻함, 묵직함 등 다양한 신체 감각들과 심지어 느낌 없음도 포함해서, 그 변화까지 주의를 기울입니다. 또한, 엄지발가락처럼 작은 신체 부위에서부터 몸 전체로 확장해 가며 다양한 수준의 주의력을 키워갑니다. 같아 보이는 감각일지라도 처음 경험하는 것처럼 호기심을 가지고 지켜봅니다. 좋다 싫다와 같은 성급한 판단으로 행동을 취하는 대신, 그것과 함께 머물며 좀 더 이해하려 합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몸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감각적인 변화들을 더욱더 잘 알아차릴 수 있게 됩니다.
반복되는 명상 수련에서 무료함을 느끼며 딴생각이나 졸음에 빠지기도 합니다. 심지어 명상이 제자리걸음이라고 느끼며 조급해하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화가 나기도 합니다. 이런 순간에 초심자의 마음과 태도는 해결책으로써 큰 역할을 하게 됩니다. 모든 것은 항상 변한다는 것을 알았다면, 지금 이 순간, 지금의 이 경험은 우리가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래서 우리는 영원히 초심자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앎을 명상을 시작할 때 의도적으로 되새기는 것만으로도 명상은 더욱 재미있어집니다.
초심자의 마음과 태도는 일상적인 삶에서도 헤아리기 힘든 많은 유익을 가져다줍니다. 관계 속에서 갈등이 생길 때, 새로운 기술이나 역할을 배울 때, 지루하거나 무기력할 때, 반대로 위기나 변화의 순간에, 습관적인 판단이나 대처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 스스로 어떻게 하고 있는지를 살펴볼까요. 변화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하는 생각과 행동은 여전히 그대로입니다. 새로운 가능성과 더 나은 변화는 먼저 그것을 알아볼 줄 아는 힘이 필요합니다. 그것이 바로 호기심 가득한, 모든 가능성에 열려 있는, 초심자의 마음입니다.
어릴 적, 야외에서 진행되던 초등학교 소풍의 마지막 순서는 늘 '보물찾기'였습니다. 담임 선생님이 준비한 숨겨진 보물들을 찾는 이 시간을 우리 모두는 제일 즐거워했습니다. 보물은 비록 학용품들이었지만, 이 순간만큼 우리 모두는 호기심 자체가 되어 눈과 손과 감각들이 모두 하나가 되어 있었습니다. 연필 한 자루라도 찾게 되면 세상 모든 것을 얻은 듯 행복했으니까요.
이 보물 찾기의 기쁨은 지금 이 순간에도 체험할 수 있습니다. 보물 사냥꾼이 되어 삶의 모든 곳을 초심자의 열린 마음으로 바라보면서 말입니다.
여러분은 어떤 보물을 찾게 될까 궁금해집니다.
[짧은 수련: 바디 스캔 5분]
1. (준비 30초) 현재의 자세에서 잠시 멈추고, 안전한 상태인지 파악합니다.
- 지금 이 순간 몸에서 일어나는 감각들을 알아보겠다는 의도를 가집니다.
- 어떤 감각들이라도 있는 그대로 허용하고 수용하겠다고 마음먹습니다.
- 몇 차례 호흡을 하며 몸과 마음에 안정을 가져옵니다.
2. (바디 스캔. 약 4분)
- 각 부위당 15~20초씩, 총 13개 부위를 스캔, 해당 부위에서 일어나는 감각들을 알아차리기만 합니다.
- 지금 이 부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
- 정수리와 두피 > 얼굴 전체 > 목 > 어깨 > 양팔 > 양손 > 등 > 허리 > 가슴 > 배> 양쪽 넓적다리 > 양쪽 아랫다리 > 양쪽 발
3. (마무리 30초)
- 발에서 정수리로, 정수리에서 발로 빠르게 스캔하듯 이동하면서 경험되는 느낌을 알아봅니다.
- 마지막 10초 정도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몸 전체에서 일어나는 감각을 음미합니다.
(주의사항)
- 일어나는 감각들에 좋다 싫다의 판단을 하지 않는다.
- 해당 부위에서 감각이 희미하거나 반대로 너무나 강렬하더라도 있는 그대로 허용한다.
- 한 곳에 너무 오래 머물지 않고, 순서에 따라 계속 이동한다.
- 제대로 하고 있는지 의심할 필요는 없습니다. 끝까지 하시면 이미 잘하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