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7 가능성을 열어주는 비판단의 태도

두 번째 화살을 멈추는 법

유월이라 온 세상이 푸릅니다. 혹시, 나뭇잎이 왜 초록으로 보이는지 아시나요?


나뭇잎은 원래부터 초록이라는 색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초록은 나뭇잎이 반사한 빛입니다. 초록을 제외한 다른 빛의 에너지를 흡수하고 있는 것이지요. 흰 빛은 신성하고 순수하며, 밤의 어둠은 비극과 악을 상징한다는 오랜 믿음이 있었습니다. 화려한 색은 불순하다는 고정관념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이분법적 믿음은 즉각적이고 빠른 판단을 가능하게 하지만, 동시에 세상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야를 좁히기도 합니다. 흰 빛은 사실 다양한 색깔이 모인 것이며, 색은 언제든 조합이 가능한데도 말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열린 상태로 세상을 바라보며 다양한 선택지를 가질 수 있게 도와주는 ‘비판단(non-judging)의 태도’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잠깐 멈춤, 판단의 습관] 사물이나 사람, 상황에 대해서 주로 어떤 판단을 하는지 알아볼까요?
- 좋다 vs. 싫다
- 옳다 vs. 그르다
- 원한다 vs. 원하지 않는다


첫 번째 화살 vs. 두 번째 화살

회사 동료들 앞에서 발표하는 순간, 노트북이 갑자기 꺼졌습니다. 충전 케이블도 보이지 않습니다. '또 이런 일이', '나는 항상 왜 이럴까', '동료들이 나를 어떻게 바라볼까', '나는 구제불능이야' 하며 순식간에 얼굴은 더욱 벌겋게 달아오르고 마음은 자책으로 가득 찹니다. 이런 순간에 우리는 두 개의 화살을 맞습니다. 첫 번째 화살은 예상치 못한 상황 자체, 두 번째 화살은 스스로에게 쏘는 판단의 화살입니다. 진짜 괴로운 것은 바로 두 번째 화살입니다.


우리는 왜 성급하게 판단할까?

노벨상 수상자(다니엘 카네먼, Daniel Kahneman)가 밝혀낸 판단하는 뇌에 대한 비밀은 이렇습니다. 우리의 뇌는 자동적, 직관적,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지는 빠른 사고 체계와 논리적이고 의식적인 느린 사고 체계로 구분된다고 합니다. 게다가 소비를 하고 사람을 대하는 대부분의 일상적인 판단과 결정은 빠르고 자동적이고 감정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도 끊임없이 일어나는 이러한 판단은 좋다 싫다, 옳다 그르다, 혹은 원한다 원하지 않는다처럼 이분법적인 특징도 가지고 있습니다.


판단을 멈추면 보이는 것들

우리의 자동적인 판단 능력은 위험한 상황으로부터 우리를 안전하게 지켜줍니다. 빠른 속도로 달려오는 자동차를 보고 '판단을 미뤄야지' 하면서 우물쭈물할 수는 없으니까요. 낯선 곳에서 길을 찾아야 할 때처럼,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한 의사결정에 있어서도 이런 방식으로 대응할 때는 문제가 됩니다. 성급한 선택은 행동에 힘을 싣지 못합니다. 선택하지 않은 나머지 50%의 가능성에 눈길이 가기 십상이니까요. 마치 막히는 길 위에서 항상 옆 차선의 차가 빨리 가는 것을 부러워하듯이 말입니다.


비판단의 태도는 현재 일어난 사실에 대해 판단이 일어나는 것을 의식하고, 이를 멈추는 것을 말합니다. 위의 사례에서 ’ 나는 왜 이럴까, 동료는 나를 어떻게 바라볼까, 나는 구제 불능이야‘라는 순간을 알아차리고 멈추는 것입니다. 이는 곧 개념, 도덕, 믿음, '나'라는 필터를 통한 성급한 결정을 보류하는 태도이며, 자기 비난 또는 현실 거부와 같은 불필요한 감정의 물결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복잡한 상황일수록 판단을 멈추고 있는 그대로를 보고 분별할 줄 아는 초심자의 마음으로 대해야 합니다. 세상이 흑과 백 뿐만 아니라 다채로운 무지개 빛깔로 되어 있듯이, 우리에게는 언제나 더 많은 선택지가 있습니다. 제대로 이해할 때 우리는 진심으로 받아들이며, 진정한 변화가 시작됩니다.


[비판단 태도에 유용한 생각들]

- 화나고 불편할 때는 내가 두 번째 화살을 쏘고 있구나 하고 알아차리기.
- 실수했을 때는 나 자신과 상대방을 따뜻하고 친절하게, 연민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기
- 아무리 해도 나아지지 않을 때는 '좋다, 싫다'의 이분법에서 벗어나 새로운 가능성 찾아보기.
- 불편한 상황에서 일어나는 습관적 판단과 대응 알아차리기 [표현과 행동들]
- 중립적인 감정 상태에도 주의를 기울이며 경험의 폭을 넓히기.
- 내가 알고 있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겸손하자.
- '나', '나의 것', '나의 생각과 믿음' 또한 계속 변하기 마련이다.


마음챙김 명상을 통한 비판단의 태도 수련

비판단의 태도를 마음챙김 바디스캔 수련을 통해서 키우는 방법을 알아보겠습니다. 우리 몸의 세포가 실시간으로 변하듯이 몸에서 일어나는 감각들 또한 끊임없이 변하는데요, 왼쪽 발가락에 주의를 기울이는 순간을 알아보겠습니다. 가려움이 자주 경험되다가 어느 날 미세한 전기충격 같은 느낌이 경험되는 수가 있습니다. 수련의 입장에서는 다양한 감각들만큼 신체 감각 경험의 폭이 넓어지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습니다만, 우리의 생각은 곧 걱정으로 채워집니다. 오늘 너무 오래 앉아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닌지, 혈관에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닌지 걱정하다가 어머니도 비슷한 증상이 있었음을 떠올리면서 두려워지기 시작할 수 있습니다.


비판단의 태도는 현재 일어나는 경험에 대해 어떻게 판단하는지 알아차리고 멈추는 것이 그 시작입니다. 싫다, 원하지 않는다, 위험하다, 무섭다 등의 판단이 일어나는 것을 알아보는 겁니다. 판단에 뒤에 이어지는 욕구와 갈망까지 살펴보면, 마음의 경향성과 습관적인 반응 패턴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 줄 수 있습니다. '무서워하는구나, 그래서 얼른 발가락을 움직여 벗어나고 싶어 하는구나'하면서 말이죠.


그리고는 호기심을 가지고 계속 살펴보는 것이 좋습니다. 전기 충격의 느낌 이외에 다른 미세한 감각들도 있는지, 또는 이런 느낌에 변화가 있는지도 알아볼 수 있습니다. 감각이 너무 미약해서 지루해질 때 우리는 쉽게 생각에 빠지기도 합니다. '나는 산만하군' '늘 이런 식이지 뭐' '스스로를 비난하는 것을 보니 아직 멀었군'하며 판단에 대한 판단, 그리고 스스로를 비난하는 판단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스스로를 친절하고 연민 어린 시선으로 대하며 다시 주의를 돌려오는 것이 비파단적인 태도를 기르는데 도움이 됩니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우리 스스로 안전하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안전한 테두리 안에서 더 적극적으로 경험을 받아들이며 우리 자신에 대해 깊게 알아갑니다. 그리고, 불편한 느낌 또한 영원히 지속되지 않는다는 것을 직접적으로 경험하게 됩니다.


비판단의 태도는 변화의 시작

불편한 상황에 놓였을 대 여러분은 어떤 말이나 생각을 자주 하시나요?

'문제를 일으키고 말았군', '이런 게 정말 싫어', '구제 불능인가 봐', '왜 나만 힘든 거지?', '사는 게 그렇지 뭐', '무슨 방법이 있을 거야'


동일한 상황에 대한 판단과 반응은 사람마다 서로 다릅니다. 어떤 사람은 현재 상황이 문제인지 아닌지를 먼저 따지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은 누구의 탓인지를 먼저 판단하기도 합니다. 이런 습관적인 판단은 다음에 이어질 행동을 결정하게 됩니다. 우리는 자라면서 외부의 영향과 경험을 통해 고착화된 생각의 틀 안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때로는 이런 습관적인 판단들이 자신의 삶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도 모른 채 힘들어하기도 합니다.


사소한 실수에도 과도하게 비난하며 스스로를 위축시키고 있지는 않나요? 건강을 걱정하면서도 치맥 앞에서 힘없이 무너지는 선택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그리고, 중요하다면서도 계속 미루는 결정만을 반복하고 있지는 않은지요?


비판단의 태도는 우리 마음의 습관과 경향성을 알아차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줍니다. 이 공간에서 멈춰서 현재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아차리고 나면, 습관적인 행동도 멈출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이보다 더 나은 대안을 선택을 하며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 갈 수 있습니다. 작은 습관들이 반복되어 결과로 드러나는 것이 삶의 모습입니다. 큰 것을 기대하며 지나치게 애쓰다 지쳐 쓰러진다면, 이제부터는 방법을 바꿔 보세요. 매일매일 수없이 이어지는 작은 선택과 판단의 순간들을 잘 챙기면서 말입니다.


더 잘 살아가는 지혜로운 방법에 대한 어느 인디언 할머니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우리 마음속에 착한 늑대와 나쁜 늑대 이렇게 두 마리가 살고 있다고 합니다. 착한 늑대는 우리의 삶에 이로움을 주지만 나쁜 늑대는 우리를 불행으로 이끌고 갑니다. 중요한 것은 어떤 늑대에게 먹이를 줄지 우리가 선택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여러분의 마음속에는 어떤 늑대가 힘이 셀까요? 어떤 늑대에게 먹이를 주고 있는지요?

[짧은 수련, 비판단의 태도 3분]

1. (준비 30초) 하던 것을 잠시 멈추고, 안전한 상태인지 파악합니다.
- 몸에서 일어나는 감각들에 대해 마음의 습관적 판단과 경향성을 알아보겠다는 의도를 가집니다.
- 몇 차례 호흡을 하며 몸과 마음에 안정을 가져옵니다.

2. (감각 알아차리기. 약 2분)
- 불편함이 느껴지는 몸의 부위를 찾아봅니다. (목 뒤쪽, 어깨, 다리나 팔, 눈, 등)
- 불편한 감각의 특징은 어떤가요? (따끔거림, 묵직함, 결림, 등)
- 감각에 대해 어떤 판단, 감정과 생각이 일어나는지? (좋다 싫다, 원한다 원하지 않는다.)
- 어떤 욕구가 일어나는지? (얼른 끝내고 싶다, 자세를 바꾸고 싶다, 마사지한다 등)

3. (마무리 30초)
- 방금의 경험을 잠시 돌아보며, 습관적인 마음의 판단과 반응을 알아봅니다.

(주의사항)
- 일어나는 경험들과 판단들 모두를 알아차리고 인정한다.
- 시간이 허락한다면 다른 부위로 옮겨서 반복해 본다.
- 제대로 하고 있는지 의심할 필요는 없습니다. 끝까지 하시면 이미 잘하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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